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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 : 2019/11/26(火) 20:21:37.64 ID:swkaPlEC0
오늘 대학생 시절에 내가 겪은 무서운 얘기가 생각나서 씀.
실제로 겪었기 때문에 실화인데 별로 안 무서울 수도 있음.
벌써 20년 가까이 전에 있었던 일이야.
고향에서 현밖 대학에 입학한 나는 운동계 동아리에 들어갔어.
어느 날 동아리에서 친해진 동급생 A, 한 살 많은 선배인 B 씨, C 씨랑 온천에 간 다음
현내에서 유명한 심령 스팟에 놀러 가게 됐어.
장소는 마을에서 꽤 떨어진 산속에 있는 폐맨션이었어.
599 : : 2019/11/26(火) 20:27:57.62 ID:swkaPlEC0
B 씨는 그 지역 사람이고 날 포함한 3명은 다른 현 출신자였어.
B 씨는 한 번 거기 가 본 적이 있어서 B 씨 차를 타고 갔어.
솔직히 현지 사람이 아니면 절대 모르는 산속 길을
몇 십분 정도 가니 그 폐맨션이 나타났어.
차에서 내리니 주변이 어두워서 지참해온 손전등을 써서 부지 안으로 들어갔어.
아마 6층인가 7층 정도 됐던 거 같은 기억이 있음.
600 : : 2019/11/26(火) 20:37:13.82 ID:swkaPlEC0
참고로 나랑 A는 꽤 얌전한 타입이고 선배들은 활발해서 동아리에서도 나대는 쪽이었어.
이 멤버의 리더는 명백하게 B 씨였고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것도 B 씨였어.
나는 쫄보인데다가 무서운 경험도 한 적이 있어서 솔직히 안 땡겼어.
건물은 콘크리트였고 창문은 전부 깨진 상태였으며
잡초 같은 게 무성하게 나있었던 거 같아.
외벽에도 낙서가 잔뜩 있었어.
B 씨가 전에 왔을 때는 양아치들이 몇 명 있었다는지,
차 타고 가면서 위험할 거 같으면 바로 도망가잔 얘기를 했었어.
601 : : 2019/11/26(火) 20:46:08.38 ID:swkaPlEC0
다행히 양아치도 없었고 거기엔 우리밖에 없었어.
자, 드디어 안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나는 갑자기 돌아가자고 제안을 했어. 자세한 대화는 잘 기억이 안 남.
나[죄송합니다! 저 진짜 개쫄보라고 집에 가고 싶습니다! 관두죠. 불법침입이고 위험해요.]
A[엥? 기껏 왔는데?]
B 씨[….]
C 씨[어? 뭐야? 무서워졌어? 유령 같은 거 없다니까~인간이 더 무섭다고ㅋ 빨리 가자]
나[아니 이젠 돌아가자니까요! 신고 당하면 좆돼요.]
602 : : 2019/11/26(火) 20:53:05.55 ID:swkaPlEC0
C 씨[그럼 너만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 셋이 갔다 올 테니까.]
B 씨[….]
A[전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요.]
나[진짜 쫄보라서 죄송해요. 너무 무서워서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
B 씨[…알았어. 돌아가자.]
계속 입을 닫고 있던 B 씨가 찬동해줘서 우린 돌아가기로 했어.
하지만 C 씨는 모처럼 왔으니 뛰어가서 조금만 보고 오겠다면서 혼자 폐맨션에 들어갔어.
하지만 C 씨도 혼자 가는 건 무서웠는지 입구에서 몇 m 정도 들어갔다가 바로 돌아왔어.
603 : : 2019/11/26(火) 20:57:08.53 ID:swkaPlEC0
C 씨[안은 걍 엉망이던데. 이상한 건 안 보였어.]
나[진짜 죄송합니다.]
B 씨[….]
결국 거기 있었던 시간은 10분 정도 됐을라나.
우리는 B 씨 차를 타고 돌아가게 됐어.
차 안은 분위기가 썰렁했지만 나는 진심으로 안심하고 있었어.
왜냐하면 나는 주차장에서 어떤 걸 봤거든.
604 : : 2019/11/26(火) 21:04:54.52 ID:swkaPlEC0
외관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뭔가 팔랑팔랑팔랑팔랑 움직이고 있었어.
처음에는 깃발 같은 건가 싶었는데 점점 윤곽이 선명해졌어.
그건 머리가 긴 여자였어. 팔랑팔랑 거리던 건 발 근처까지 자란 긴 머리카락이었고
팔다리가 이상할 정도로 긴 데다가 몸의 밸런스가 명백하게 이상했어.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어. 눈이 마주치자 히죽 웃었고 하얀 이가 보였어 (보인 거 같음)
생각해 보면 떨어져 있었고, 손전등으로 옥상을 비추어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인식을 한 건지 신기했지만 틀림없이 그건 여자 유령이었어.
위험한 게 있다고 깨달은 나는 같이 간 멤버들이 패닉하지 않도록
일부러 그 얘기를 하지 않고, 돌아가자고 연호한 거야.
605 : : 2019/11/26(火) 21:11:34.07 ID:swkaPlEC0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까
그 유령처럼 보인 건 사실 깃발이나 다른 게 아니었을까? 싶었어.
평소에는 선배들 둘이서 시끄럽게 떠들어서 즐거운 분위기인 차 안이 어두워서 좀 반성함.
B 씨는 평소처럼 떠들고 있었는데 C 씨는 좀 기운이 없어 보였어.
A는 평소랑 같았어.
B 씨는 친가에 살기 때문에 차로 각자 아파트까지 바래다줬어.
사는 곳 문제로 내리는 순서는
A→C씨→나 순이었어.
A를 바래다준 후 C 씨 집에 도착했을 때,
C 씨가 어딘가 넋이 나가 있었던 게 기억나.
606 : : 2019/11/26(火) 21:15:37.30 ID:swkaPlEC0
둘만 남았을 때, 차 안에서 B 씨가 갑자기 말을 걸었어.
B 씨[야, 왜 집에 가고 싶다고 했냐?]
나[어, 음….]
B 씨[뭐라도 본 거야?]
나[실은 옥상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B 씨[여자?]
나[!]
B 씨[머리 길고…]
나[맞아요. 팔다리가 길고.]
B 씨[레알?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실은 나한테도 보였어.]
607 : : 2019/11/26(火) 21:20:35.19 ID:swkaPlEC0
B 씨[실환가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유령 봤어.]
나[그거, 아마 진짜죠.]
둘에게 보였다는 걸 알자 등골이 오싹했어.
나[저기~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요.]
B 씨[너도?]
나[선배도요? C 씨 집에 갈 때 이상하지 않았어요?]
B 씨[나도 그 생각 했어. 좀 걱정되더라.]
내가 C 씨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전화가 꺼져있었어.
608 : : 2019/11/26(火) 21:26:43.69 ID:swkaPlEC0
나[안 받아요. 뭔가 좆 될 거 같은데요?]
B 씨[상태 살펴보러 가자!]
B 씨는 U턴해서 C 씨네 집으로 갔어.
방엔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것 같았어.
나[여친 집에라도 간 걸까요?]
B 씨[아니, 걔 오토바이가 있어.]
초인종을 눌러봐도 반응이 없어서 둘이서 마음 단단히 먹고 문을 열어보니
C 씨가 현관 들어가면 바로 있는 부엌에서 쪼그려 앉아 있었어.
B 씨[집에 있었냐고. 왜 불 다 꺼놨냐?]
B 씨가 안심하면서 현관 불을 켠 순간, 우린 소름이 돋았어.
610 : : 2019/11/26(火) 21:32:18.09 ID:swkaPlEC0
부엌에서 보이는 거실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는데, 그 테이블 위가 이상했어.
유리 컵과 그릇이 잔뜩 놓여 있었고, 그 안에 전부 물이 들어 있었어.
컵에도, 그릇에도, 빈 페트병 안에도. 빽빽하게 테이블을 점거하고 있었어.
나랑 B 씨는 진심으로 소름이 돋았어.
왜냐면 C 씨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단 말이야.
말을 걸어도 [아아, 응.] 이 말밖에 하지 않았어.
문장으론 잘 안 전해질 거 같은데,
평소에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그 공포감이 장난 아니었어.
611 : : 2019/11/26(火) 21:39:20.17 ID:swkaPlEC0
나랑 B 씨는 패닉에 빠지면서도 부엌에서 소금을 꺼내서 방에 뿌리고, C 씨한테 핥으라고 했어.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 유령에게 필사적으로 사과했어.
그날은 그 후 어떻게 됐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어째선지 C 씨를 방에 그대로 남겨두고
나랑 B 씨는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하루를 보냈어 (아마 졸라 무서웠을 거임).
참고로 다음날 C 씨는 평소처럼 학교에 왔고,
어제 일은 폐맨션에 간 뒤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어.
나랑 B 씨는 어제 있었던 일을 C 씨나 A한텐 얘기하지 않았어.
그 후에는 딱히 사건 같은 건 없었어.
내가 두 번 다시 심령스팟에 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날이었어.
긴 글 읽어줘서 ㄳ
지금도 그때의 C 씨의 행동이 뭐였는지 너무 이상해서 미치겠다.
612 : : 2019/11/26(火) 21:42:46.99 ID:hWRoxsmf0
무서웠음
ㄳ
613 : : 2019/11/26(火) 21:47:04.36 ID:swkaPlEC0
>>612
읽어줘서 고마워
오늘 인터넷 하다가 문득 당시의 심령 스팟 일이 생각나서 검색해봤어.
이미 철거된 거 같은데 옛날 생각나서 글을 써봄
솔직히 봤던 유령? 보다 C 씨의 상태와 기행이 더 무서웠어.
614 : : 2019/11/26(火) 21:49:58.35 ID:mO1LLbr/0
씌인 유령은 소금을 뿌린 덕에 떨어져 나갔다고 해석하면 될까
615 : : 2019/11/26(火) 21:55:07.78 ID:swkaPlEC0
>>614
글쎄다
둘이서 [일단 소금 소금!] 이러면서 했었던 거 같음
유령의 씌었었는지, C 씨가 패닉 상태였었는지,
사실은 C 씨가 장난친 거였는지,
지금에 와선 모르겠어
그때 일은 나랑 B 씨 사이에서는 졸업할 때까지 쭉 금기였어.
616 : : 2019/11/26(火) 22:09:35.50 ID:5RIHd5kA0
현지인밖에 모르는 산길 너머에 6, 7층 구조 맨션이라
어떤 경위로 지어졌던 걸까
618 : : 2019/11/26(火) 22:12:32.20 ID:swkaPlEC0
>>616
맨션인지. 노인시설인진 모르겠지만 실제로 있었던 건물이야.
이젠 철거된 것 같지만.
실은 얘기 속에 살짝 키워드가 들어 있어서,
아마 이 지역 사람 중에 알고 있는 사람은 느낌 딱 올 거 같음.
-
오...
산속에 있는 맨션이라
보기만해도 개쫄거 같은데
한 번 가보고 싶긴 하네요 ㅋㅋㅋㅋ
철거된게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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