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말단 공무원으로 출발해 1급 차관보인 법원관리관에 올라 '말단 공무원 신화'를 썼던 헌법재판소 공무원이 명예퇴직 후 안정된 삶이 보장된 법무사 개업을 마다하고 횟집을 열어 화제다.
주인공은 김광수(61) 전 공보관. 그는 교육공무원 출신인 아내와 함께 최근 인천 영종 하늘도시에 '오륙도'라는 횟집을 열었다. 개업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더 이상 넥타이를 매고 싶지 않아서요."
보인상고를 나온 그는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안정적인 직장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9급(행정서기보) 공무원 시험을 봐 합격했다. 시원한 성격에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가진 그는 경제기획원에 발탁됐다. 정부 예산 업무를 담당한 그는 다른 부처 공무원들에게 '갑(甲)중의 갑'이었다. 하지만 1988년 헌법재판소가 창립됐을 때 미련없이 이직을 원했다.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도입된 헌재가 향후 대한민국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중요기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헌재 창설 멤버로 이후 심판자료국장, 심판사무국장 등 요직을 지내면서 헌재의 초석을 쌓는데 일조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공보관 시절이다. 그가 공보관으로 근무하던 2004년에는 헌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던 때였다. "매일 500여명의 기자들이 청사로 몰려와 제 사무실까지 기자들에게 내줬었요. 당시 모 언론사에 내부 검토보고서가 유출돼 보도되자 헌재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때 제가 세절기를 들여놓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연구관과 직원들에게 코 푼 휴지까지 세절기에 넣으라고 당부했어요." 36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그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집행관으로 4년간 일했다.
횟집을 창업하기로 한 것은 머리 쓰는 일을 더 이상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경력 45년의 낚시광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좌충우돌했다. 낚시 가서 지인들과 먹기 위해 회를 뜨는 것과 진짜 손님을 위해 회를 뜨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지금은 전문 주방장이 회를 뜨고 주방은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횟감이나 식재료를 직접 고르고 주문도 받고, 홀 써빙과 청소를 하며 배달까지 뛴다. 1인 5역인 셈이다. 하지만 힘든 내색은 전혀 없다. "여기는 동네 상권이에요. 가족 단위로 가게를 찾아오는데, 질 좋고 값싼 횟집이 동네에 들어서서 고맙다는 칭찬을 들으면 신이 납니다."
그의 명함에는 '오륙도'를 소개하는 내용 아래 '법률상담 해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일종의 '재능기부'다. 법무사 자격을 활용해 법률문제를 물어보는 지역 주민과 손님들에게 무료 상담을 해준다. "퇴직 후 장사에 뛰어드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제2의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 기뻐요. 무료 법률상담도 해주고 신선한 음식도 대접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