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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 ::2007/10/23(火) 12:34:11 ID:D4OWr2js0
어렸을 때 가족이서 친가에 내려갔을 때 얘기야.
아빠 본가는 지은 지 100년 정도 된
오래된 일본 가옥인데 거기에는 지하가 있었어.
근데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경사가 너무 급해서
위험하니까 내려가면 안 된다고 했어.
하지만 초등학생 남자애 둘이라고.
나랑 동생은 둘이서 몰래 내려가보기로 했어.
처음에는 한 계단 두 계단 내려가면서
[키시시] 이렇게 웃는 정도였지만
점점 더 심해져서 아래쪽까지 머뭇거리면서 내려갔어….
밑에서 동생이 안 된다고, 혼날 거라길래
동생이 내가 쫄았다고 생각할까봐
무서웠지만 허세를 부리면서 드디어 지하로 들어갔어.
삐걱거리는 복도,
오래되어서 거무스름해진 나무 문,
공기도 무겁고 솔직히 무서웠지만
또 허세를 부리면서 나는 동생한테 내려오라고 했어.
동생이 내려온 다음 우린 둘이서 잠시 입을 다물고 있었어.
아이였지만 뭔가 불온한 걸 느낀 걸지도 모르겠어.
[여기 열어보자.]
내가 작게 말하고 문으로 가니까
동생이 혼난다면서 울먹거려.
여기서 난 형의 위엄을 더 보여주기 위해
문에 손을 올려봤지만 움직이질 않았어.
좀 화가 나서 있는 힘껏 당겨봤지만 그래도 안 열렸어.
내가 안심하고 잠겼다고 하니까
동생도 가까이 와서 문에 가볍게 손을 댔어.
센다이 장롱 같은 쇠장식이 있어서 딱 봐도 무거워보였는데
그 문은 다라락… 하고 가벼운 소리를 내면서 열렸고
쫄보인 동생이 그대로 그 안으로 슥 들어가버렸어.
그 다음 기억은 저녁을 먹고 있는 기억이야.
그때 기분은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고,
기억이 날아간 것도 알고 있고,
신기하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딱히 신경은 안 쓰였어.
동생도 평소처럼 밥을 먹고 있었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멍하니 보고 있었던 거 같아.
그날 밤 자고 있으니까
부모님이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난리가 나서 나도 깼어.
동생이 열이 심하게 나….
걱정이 돼서 일어나서 동생 있는 곳에 가니까
얼굴이 새빨개져서 축 늘어져 있었어.
[이리 오면 안 돼!]
할머니가 다급하게 말했고
나는 엄마한테 떠밀려서 이불로 돌아갔어.
다음날이 되어도 동생의 열은 내리지 않았고
의사는 지쳐서 그런 거 같다고 했어.
밤에 엄마가
[요즘 세상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어.
구급차를 부를지,
지금 당장 병원에 데려갈지 말다툼을 하는 거 같았어.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가 죽었어.
동생의 열은 거짓말처럼 내려갔어.
아빠는 할아버지의 시신을 앞에 두고
[아버지, 아버지…고마워…고마워….]
이렇게 말하면서 울고 있었어.
엄마는 엎드려 울고 있었어.
그리고 방금까지 아팠던 애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팔팔해진 동생이
[아까 전에 할아버지랑 얘기했었는데.]
이러면서 울고 있었어.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이것도 명백하게 이상해.
동생 열이 내린 건 할아버지가 숨을 거둔 뒤였단 말이야.
그 후에는 할머니를 모시게 됐고 그 집은 허물기로 했어.
할머니는 몇 년 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 일에 대해서는 얘기를 안 해줬어.
부모님도, 동생조차 어째선지 나한테는 알려주지 않아.
동생도 나도 나이 들만큼 든 아저씨가 됐고
가정이 생긴 지금도
그 얘기는 입에 담을 수가 없어.
-
기이하네요
그 지하에 뭔가가 있었던 걸까요
기억이 날아간 것도 이상하고
글쓴이가 만졌을 땐 안 열리던 문이
동생이 만졌을 땐 열리고 그 안에 들어간것도 그렇고
할아버지가 죽고 동생 열이 내린 것도 그렇고
글쓴이 말하는 걸로 봐서는
글쓴이 빼고 부모님과 동생은 뭔가를 알고 있는 거 같죠
그 비밀도 그렇고 그 날아간 기억도 그렇고 궁금한 게 많아지는 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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