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보뢰(亡牛補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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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초등학생도 다 아는 속담이다. 소를 도둑맞은 다음에서야 빈 외양간의 허물어진 데를 고치느라 수선을 떤다는 뜻이다. 일이 잘못된 뒤엔 아무리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비꼬는 말이다. 사자성어론 망우보뢰(亡牛補牢)라고 한다.

양을 잃고 나서야 우리를 고친다는 망양보뢰(亡羊補牢)와 같은 의미다. 이 고사는 중국 전한(前漢)시대 학자 유향(劉向)이 편찬한 ‘전국책(戰國策)’에 처음 등장한다. 한데 그 뜻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과 정반대로 쓰였다. 그 유래를 살펴보면 이렇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대부인 장신(莊辛)은 방탕한 양왕(襄王)에게 간신배를 멀리하고 정사에 노력할 것을 충언했다. 하지만 양왕은 매우 화를 냈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장신은 조나라로 몸을 피했다. 얼마 후 진나라의 침공으로 망명하는 처지에 놓인 양왕은 장신을 불러 깊이 사과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물었다.

이에 장신은 “토끼를 보고 나서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을 잃은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견토이고견 미위만야 망양이보뢰 미위지야)”고 답했다.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수습하라는 얘기다. 긍정적인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뒤로 가면서 일을 그르친 후엔 이미 때가 늦었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바뀌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다), 실마치구(失馬治廐·말을 잃고 나서 외양간 고친다), 만시지탄(晩時之歎·때늦은 한탄) 등의 한자어와 상통한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로 온 나라가 난리다. 한데 정부의 대응은 ‘망우보뢰’ 딱 그 짝이다. 병원 공개만 하더라도 그렇다. 이미 감염자가 전국적으로 확산일로 있는 상황에서 우물쭈물하다가 뒤늦게 공개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참으로 갑갑하고 분통이 터지는 노릇이다.

그러는 사이 눈 뜨고 나면 느는 게 확진 환자 수다. 어느덧 ‘원조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그저 아연할 따름이다. 초동 대처 실패, 허술한 방역망, 정부의 정보 독점과 비밀주의, 컨트롤 타워와 소통 부재 등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꼭 그 때와 너무 닮았다. 불과 1년여 전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말이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됐을까. 모든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만약 있다면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확인된 지난달 20일로 되돌려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