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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Q. 이 귀신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글함수(112.170) 2024.10.10 03:11:07
조회 13038 추천 166 댓글 14
														


인터넷에는 공개적인 질문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를테면 네이버 지식인이라던가, 내가 즐겨찾는 사이트인 ’괴담피아‘ 역시 그런 부류의 사이트였다.

누군가 오컬트에 대해 질문을 남기면, 나처럼 그에 대해 좋아하는 사람들이 답글을 남겨주는 그런 사이트.

언젠가 그런 괴담피아에 질문 하나가 올라왔다.

————————————————————-

Q. 이 귀신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34개월 아이의 엄마입니다.

어느 날부터 우리 아이가 아프기 시작해서 병원에 가 봤더니, 대충 보고는 감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게 감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기침도 안 하고, 열도 안 났거든요.

그래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던 도중에 인터넷에라도 수소문을 해 보려고 아이의 아픈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습니다.

(사진)

그런데 사진에 이런 게 찍히더라구요.

보시면 알겠지만, 이건 분명히 뭔가 보이잖아요. 사람이 아닌 뭔가가 우리 아이에게 달라붙어 있었어요.

이 귀신이 어떤 귀신인지 알 수 있을까요? 괜찮다면 퇴치하는 방법도 알려주셨으면 좋겠네요.


( 작성자 : 태희엄마 )

[ 2018 / 03 / 18 16:03:48 ]

————————————————————


나는 그 포스팅을 보고 흠칫 놀랐다.

정확히는 게시글 안의 사진을 보고 놀랐다.

사진 속에는 경기에 가까운 표정으로 울고 있는 아기와, 그런 아기의 볼 위에 올려진 흐릿하고 검은 형체가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형체는 분명 작성자의 의견대로 귀신, 혹은 그 비스무리한 존재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게 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합성인가? 아니면 필터?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있을 때쯤 스마트폰이 울렸다.

[ ‘도사놈’ 님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 1건 ]

도사놈. 괴담피아에서 만나 전화번호를 교환한, 나와 동류인 놈.

그가 내게 전화를 건 이유는 대충 예상이 갔다.

이 시간대면 이 녀석도 괴담피아를 볼 시간이니까, 아마 나랑 같은 게시글을 보고 내 의견을 물으러 전화한 거겠지.

나는 곧장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세 번 울리기도 전에 녀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 야! 너 방금 올라온 질문글 봤냐? 봤지? 이거 진짜 큰 놈 하나 걸린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

”뭘 어떻게 생각해. 귀신이라는데. 근데 이거 합성 아니냐? 뭐 이렇에 정확한 모습을 찍을 수 있어?”

[ 너 아직 검사기 안 돌려봤구나. 이거 백 퍼센트 보정 없는 완전한 사진이야. 필터 하나도 안 쓴, 리얼한 사진. ]

“엥, 그래? 그럼 이건 뭐냐. 내가 알고 있는 귀신중에는 이런 거 없는데. 신기하네.“

[ 그니까. 장담하는데 세상에 이런 귀신 없어. 서양이면 몰라도, 아시아권에는 저런 시꺼먼 놈은 확 티 날테니까. ]

평소라면 AI처럼 귀신 이름을 줄줄이 뱉어대던 도사놈도 이번에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와의 대화 내용을 곱씹다가, 문득 의문이 생겼다.

”근데 저거 서양에서 쓴 걸수도 있잖아. 그럼 동양쪽 귀신 말고도 서양쪽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냐?“

[ 어 그러네. 말 잘했다. 내가 한 번 물어볼게. ]

전화 너머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시글에 댓글 하나가 올라왔다.

[ 도사놈123 : 안녕하세요. 아시아권 귀신 중에는 저런 형체나 특징을 가진 귀신은 없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혹시 거주하시고 계신 지역이 유럽권이나 미국 근처이신가요? ]

도사놈의 댓글이 달린 직후였다.

작성자가 마침 괴담피아를 보고 있었는지,
그의 댓글에 곧장 답글이 달렸다.

[ (작성자) 태희엄마 :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네. 지금 직장 문제로 영국에서 거주중이거든요. 문제가 있을까요? ]

그러면 그렇지.

“역시 서양이었네. 이러면 범위가 확 넓어지는데. 생각나는 것 좀 있냐? 난 이쪽에는 영 젬병이라.”

[ 글쎄. 애 상태를 봐선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문제가 큰 것 같은데… 대충 생각나는 건 ‘레이디(lady)‘류 귀신인가. 근데 사진 봐서는 절대 그쪽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

“그냥 고스트 종류일 가능성은 없어? 사진만 봐서는 솔직히 검다는 것밖에 안 보이잖아.“

[ 고스트면 애가 저렇게 경기를 일으키기 전에 죽었을 걸. 죽은 사람 영혼이 흑화해서 고스트가 되는 건데, 34개월이면 만 3살도 안 된 애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잖아. 진즉에 송장 치우고도 남았을 수준이야. ]

”그런가. 그럼 레이디 류도 아니고, 고스트 쪽도 아니고. 대체 뭔데? 신형 귀신이라도 새로 나온건가.“

내 말이 끝나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도사놈은 열심히 뭔가를 검색하는가 싶더니, 한껏 차분해진 목소리로 다시 내게 말을 건넸다.

[ 야. 나 좀 끔찍한 상상이 들었는데. ]

”끔찍한 상상이라니? 뭔데.“

[ 이걸 우리가 왜 귀신이라고 단정지었을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귀신이 아니어도 요괴부터 신령까지, 다양한데. ]

“그야 글 쓴 사람이 무슨 귀신이냐고 물어봤으니까?”

[ 아니, 이 화상아. 내 말 이해 못 해? 그러니까 그 작성자는 왜 이게 귀신이라고 확신했냐고. 보통 카메라에 저런 게 나오면, 너나 나처럼 괴담에 미쳐있지 않는 이상 잘못 찍혔겠거니 하거나 카메라가 고장났다고 생각하지 않겠냐? ]

“…그건 확실히 그렇지. 근데, 네 말대로면 저 태희엄마가 저게 귀신이라고 확신한 다음 우리한테 질문했다는 거잖아. 게다가 귀신도 아닌 것 같다는 거 아니었어?”

[ 그러니까 끔찍한 상상이라는 거지. 저 태희 엄마가 저게 귀신이라고 확신하려면 뭔지를 알아야 할 텐데, 저건 귀신이 아니야. 그럼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지. 오해했거나, 저게 귀신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뭔가의 목적을 가지고 귀신이라고 말했거나. ]

“후자는 너무 비약 아니냐.”

[ 비약이길 바라야지. 기다려봐, 아직 대답해주겠지? ]

또다시 전화기 너머에서 타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도사놈의 질문에 재차 답장이 달렸다.

[ 도사놈 : 이거 귀신 아닙니다. 신령이든, 정령이든, 사람 영혼이 변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처녀귀신 같은 거 들어보셨죠? 애초에 영혼이라는 게 육신의 틀을 따라가다 보니까, 생명체의 영혼은 살아생전의 모습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요. 근데 이건 그 틀을 너무 많이 벗어났잖아요. 그리고 하나만 물읍시다. 도대체 우리한테 이걸 귀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이유가 뭐에요? 알고 있었잖아요. 이거 귀신 아닌거. ]

[ (작성자) 태희엄마 : 귀신이 아니라뇨? ]

[ 도사놈 : 당신 생각의 흐름이 정상적이질 않아요. 아무리 여기가 귀신 좋아하는 놈들 모인 곳이라고 해도, 콕 찝어서 저걸 귀신이라고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말 안 되잖아요. 도대체 정체가 뭡니까? 원하는 대답은 또 뭐구요. ]

[ (작성자) 태희엄마 : 우리 애 아픈 이유라도 알자는 거. 그게 다인데 왜이리 무례하게 구시나요. ]

[ 도사놈 : 아니, 하. 내가 먼저 묻잖아. 저거 보통 놈 아닌 거 알면서, 왜 모른척하냐고. 게다가 정령이나 신령은 사람한테 저런 식으로 안 붙는데?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

허. 스크롤이 아주 끝이 없네.

결국 태희엄마는 도사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하고 고민하던 찰나.

도사놈이 다시 말을 건넸다.

[ 아니 저런 미친 년을 봤나. ]

“왜? 어그로 글이었나보지. 너 이런거 당하는 건 한두번 아니잖아. 너무 열불 내지 마.“

[ 뭐? 어그로? 장난하나. 저게 어그로 글로 보이냐? ]

”아님 뭔데. 오해면 오해라고 말하면 되고 오타면 오타라 말하면 되는데, 저렇게 잡아떼잖아. 부인도 안 하고.“

[ 오해도 오타도 아닌가보지. 어그로는 더더욱 아닐거고. 내가 보기엔, 저거 글 쓴 여자가 미움받을 짓을 했어. 그 영향이 애한테 간 거겠지. 그러다 마지막 보루로 여기 와서 살아남을 방법이라도 찾아보려는 거 아니겠어? 싸가지 없게. ]

“그런가.”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도사놈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고, 잔뜩 피곤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 모르겠다. 재밌는 일인 줄 알았는데, 웬 미친년을 만나서. 나 먼저 잔다. 잘 자라. ]

“그래. 너도 잘 자고.”

결국 통화는 그렇게 끊겼다.

작성자, 태희엄마의 질문 의도나,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는 채로. 그렇게 이틀 정도가 지났다.

나는 여느 날과 다름 없이, 괴담피아를 보고 있었다.

“어, 이게 뭐야.”

홈페이지 상단에, 도사놈의 글이 떠올라 있었다.

방금 쓴 걸까. 제목도 녀석 다운 소재였다.

[ 악마의 존재 ]

악마의 존재라.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곤 하는데, 괴담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결코 악마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

악마는 있어선 안 된다. 있을 수가 없다.

아니, 있어도 몰라야만 한다.

그들은 미신 이전에 종교이며, 악마의 존재는 곧 천사와 그 창조주인 예수와 하느님의 존재 증명이나 다름없다.

악마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온 인류가 하느님을 믿게 된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미지 아래 몸을 숨겨야 한다.

존재 자체가 모순인 그 놈들은 그런 이치로 굴러먹는다는 뜻이다.

”잠시만.“

나는 마우스 커서를 ‘도사놈’의 게시물에 가져다놓다가 멈췄다.

뇌리에 뭔가가 스쳤다.

아주. 아주 불길하고도 끔찍한 상상이었다.

며칠 전 봤었던, ‘태희엄마’의 게시글에서 말한 ’귀신‘은 결코 귀신이 아니었다. 검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그리고 도사놈은 그 '뭔가'에 대해 더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하다. 그런 놈이니까. 결국 그것의 정체에 대해 확정짓는 건 시간문제였겠지. 이틀이면 차고 넘친다.

그렇게 그것의 정체를 찾아낸 도사놈은, 흥분에 가득차 괴담피아에 글을 하나 올린 것이다.

그 글을 쓰면 어떻게 될 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악마의 존재.

나는 불안감이 엄습해 스마트폰을 집어들어 곧장 전화번호부를 확인했다. 도사놈. 도사놈.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유일한 수단은 지금, 저 홈페이지에 보이는 ’악마의 존재‘라는 게시글에 댓글을 다는 것뿐.

나는 바싹 마른 목을 축이며 화면을 새로고침했다.

딸깍.

[ 악마의 존재 (+6) ]

그리고 또 다시.

딸깍.

[ 악마의 존재 (+66) ]

다시 한 번.

딸깍.

[ 우리 집에 귀신 나옴 ㅁㅌㅊ? ( -7) ]

“….”

도사놈의 글은 사라지고 웬 잡글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왜 ’태희엄마‘가 그런 글을 올렸는지.

도사놈이 왜 저런 게시글을 올렸는지.

왜 그의 연락처와 게시글이 사라졌는지.



.
.
.


하지만 그 누구한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추천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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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20

17

댓글 영역

전체 댓글 14
댓글 등록본문 보기
  • ㅇㅇ(125.186)

    맛있네용

    2024.10.10 03:17:07
  • ㅇㅇ(112.171)
    맛있어
    2024.10.10 03:46:24
  • ㅇㅇ(118.235)

    태희엄마 쫌 꼴리네

    2024.10.10 04:06:35
    • 낲중독자(221.168)

      MILF? - dc App

      2024.10.10 14:08:00
  • 지나가던고양이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지마
    2024.10.10 09:07:08
  • ㅇㅇ(223.39)

    악마의 존재를 안사람이 악마에게 뒤진건가? - dc App

    2024.10.10 14:19:11
  • Q84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아이고

    2024.10.10 23:27:47
  • ㅇㅇ(182.226)

    나 내용 이해가 잘 안 가...귀신이라고 확정한 이유랑 도사놈이 악마라는 글 쓴거랑 무슨 관계야?

    2024.10.11 08:43:15
    • ㅇㅇ(175.211)

      태희엄마는 사진속 검은형태가 악마라는걸 알리면 자기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걸 알고 귀신으로 확정지은거같음 도사는 태희엄마의 사진속 검은형체가 악마라는걸 공개적으로 올렸기때문에 악마의 존재를 알면 모두가 하나님을 믿게될 수도 있어서 악마가 도사를 처리함 - dc App

      2024.10.11 08:53:50
    • ㅇㅇ(182.226)

      아~~~ 이해했어 ㅋㅋㅋㅋ 설명 고맙당

      2024.10.11 18:23:36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추천 수 66개라서 내가 얼른 1 추가했다

    2024.10.12 00:35:45
  • esi321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글 잘읽었다
    여기 은근 시비털고싶어서 안달난 의문의 유동들 있어서 시비조 댓글 걸리는데
    걍 무시해라
    난 니 글 엄청 재밌게 읽었다
    많이 써다오 - dc App

    2024.10.17 02:42:07
  • SleepTight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오.......

    2024.10.27 17:14:57
  • 흰개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글 잘 쓴다. 재밌다.

    01.25 21: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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