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엔 웃는 아저씨가 있다.

웃는 아저씨의 얼굴에는 늘 잇몸이 보일 만큼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무슨 말을 걸어도 낄낄거릴 뿐인 그를 친구들은 종종 바보라고도 불렀다.


어느 날 아저씨가 우리들을 앉혀놓고 이야기 두 개를 들려줬다.

층계참에 서 있는데, 윗층과 아랫층에서 각각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
모르는 아저씨의 까진 머리를 아빠로 착각하고 대뜸 만져버린 우스꽝스러운 여고생의 이야기.

웃는 아저씨가 처음으로 해 준 이야기들이 꽤 재미있었기 때문에 모두 조금 들떠 있었다.
다른 이야기 없어? 나는 웃긴 얘길 더 듣고 싶은데, 아니 나는 으스스한 거.


하지만 아저씨는 또다시 예의 그 미소를 띤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지만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아저씨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다.
어느샌가 놀이터엔 아저씨와 나만 남아 있었다.


아저씨.

응.

입가를 팽팽하게 당기고 있어서인지 잉, 으로도 들리는 대답이었다.


궁금한 게 있어요.


이야기에 대한 질문이니?


네. 그 다음이 궁금해요.


뭘 궁금해하는 거니?


그 두 개가 반대가 될 수도 있을까 봐요.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아저씨의 웃음 걷힌 얼굴을 보았다.


풍선이 찌그러지는 것 같은 표정이었으나

어쩐지 그를 본 이래로 가장 기뻐 보이는 얼굴이었다.


순진한 것과 순수한 건 정말 달라. 그렇지?


물음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린 아저씨는
내게 두 개의 후일담을 들려주었고,


나도 이제 웃음을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