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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폐급 下

ㅇㅇ(210.57) 2024.08.03 21:54:11
조회 15616 추천 218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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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36 )

 

대상 : 52세 여성 생존

 

보유 기간 : 34

 

특이 사항 대장암 말기를 판정 받은 배우자 ( 59남 )를 자택에서 간호.

배우자의 경우 종교가 없으나보유 당사자의 경우 독실한 기독교도로

항암치료와 연명을 포기한 남편을 위해 다양한 형태와 횟수의 신앙치료 시도.

 

결과 배우자의 상태가 크게 호전.

전신에 전이된 종양의 크기가 2주 동안 약 87% 감소하였으며

이후 수술을 통해 남은 종양을 완전히 적출.

 

---------------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사실이 아닌 믿음을 현실로 만들어 주죠.”

 

그렇게까지 덜떨어진 병신은 아니었나 보다.

 

종교적인 믿음이나 기복신앙에 의거한 미신,

그리고 잘못된 과학 상식까지저 열쇠고리를 가지고 있으면

그러한 믿음이 실제 현상으로 발생하는 겁니다.”

 

어때감탄했지 – 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유종훈이 내 눈치를 살폈다.

 

거기에 더해 당사자의 믿음이 얼마나 견고한가

또 열쇠고리의 소지 기간과거리믿음의 규모에 따라서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거고요.”

대단하네.”

 

심드렁한 기색을 굳이 감추려는 노력조차 없이

나는 유종훈이 아닌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고 보고서 작성을 계속했다.

지껄이는 말들에 일일이 다 반응해주자면 일이 끝이 없다.

 

 

---------------

 

사례 44 )

 

대상 : 14세 남성 사망

 

보유 기간 : 6.

 

특이 사항 중학교 진학 이후 학업 성취도를 이유로 양친과 갈등.

 

결과 수면제 성분인 바르비탈(Barbital)의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

다만 조사 결과 해당 대상은 실질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한 적이 없으며

대상의 방 안에서 생약 성분으로 이뤄진 수면유도제’ 포장이 발견됨.

 

 

사례 45 )

 

대상 : 34세 여성 ■■ ■■

 

보유 기간 : 45

 

특이 사항 서울시 관악구 보라매동에 위치한 점집 망원당(望原堂)을 운영

■■■■ 라 불리우는 실존 인물 기반의 장군신

조모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하며운영 악화로 재정 상태는 곤궁했다고 함.

 

결과 신격의 강림이후 ■■■ 상태가 되며인근 보육원에 방문하여

■■■ ■ ■■■■ 하여 ■■■■을 행함.

 

-> 해당 사건의 세부 사항은 부록 보고서 – 2 > 참조.

 

---------------

 

 

주임님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아마 내가 맞장구를 쳐 주기를 기대한 거겠지만나는 답하지 않았다.

당연히 녀석은 단념하는 대신 제 알아서 입을 열었다.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뭐가.”

이 열쇠고리 같은 것들이요잘만 이용하면 충분히....”

거기까지.”

 

몇 분 동안 쉬지 않고 두드리던 키보드와

모니터를 보고 있던 시선을 떼어 나는 유종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녀석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거기까지 해그 이상 가면 나는 책임 못 진다.”

“.........!”

 

아무리 눈치 없는 인간이라도,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할 리 없겠지.

녀석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어림잡아 한 삼십 초 동안은.

 

그치만...! 이거 보세요여기 사례 44....”

 

내 허락도 없이책상 위의 마우스에 손을 대고 스크롤을 올리다가

유종훈은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죄송해요그냥 보여드리려고....”

하던 거 계속 해 봐.”

 

녀석은 내 말을 아주 잘 따랐다.

 

여기 사례 44이거 조금만 비틀어서 응용을 하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잖아요.”

난 잘 모르겠는데.”

아 진짜...! 그러니까생각해 보시라구요.

플라시보라는 거 아세요옛날에 무슨 실험을 했는데....”

 

위약(僞藥효과라고도 한다.

환자에게 아무 성분도 없는 가짜 약을 주고그들의 병세에 효험이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복용시켰더니환자 중 일부가 유의미한 호전 증세를

보였다는 현상.

 

불치병을 앓는 사람들을 격리시켜서잠시 이 열쇠고리를 갖게 하고

효과가 있다며 아무것도 아닌 약을 먹이는 거죠.”

만약 그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잘못된 미신이나 극단적인 종교관을 가졌다면?”

그거야 얼마든지 사전 테스트로 걸러낼 수 있는 거잖아요?”

 

당연하지 않냐는 표정으로유종훈이 말을 이었다.

 

들어 보세요어쨌든 지금까지 피해자들한테 일어난 사고들은

그 사람들 개인이나 주위 좁은 범위에 국한됐어요.

촘촘하고 견고한 사전 절차를 거치면얼마든지 이 열쇠고리의 능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증거죠.”

 

참으로 많은 것이 생략된 그럴 듯한 말이다.

그 촘촘하고 견고한’ 절차라는 것이 어떻게 계획되고 세워지는지

그에 대한 갖가지 비용의 소모와 실패했을 때의 책임에 대해

이 머저리는 조금도아주 조금도 생각하는 바가 없다.

 

그저 자신에게 스치듯 떠오른

거의 충동에 가까울 정도로 조잡한 발상이야말로

이 세상 무엇보다도 빛나는 보석이며

그것을 그대로 해 주지 않는’ 주위에 대한 답답함만이 가득하겠지.

 

해 보지 않으면도전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과장님께 말씀드려 볼게.”

... 정말요?”

그래듣다 보니 나도 네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일단 난 지금 이걸 아침까진

다 써야 하거든너도 피곤할 테니 들어가서 푹 쉬고다음에 이야기하자.”

 

녀석의 표정이 믿을 수 없다가 아닌,

이제야?’ 라는 듯한 뿌듯함으로 가득 차 있는 것까지도 열 받는 점이었다.

 

그렇게 유종훈이 퇴근한 후

나는 곧바로 보안과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유종훈과 지금까지 한 이야기를 전달한 후

녀석이 제 11항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개인적인 소견을 덧붙였다.

 

 

///////

///////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녀석은 잘리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녀석은 곧바로 보안과로 호출당했고

그곳에는 녀석의 추천인인 본부장 역시 함께 있었다.

어제 나와 한 이야기를 묻는 윗사람들에게

유종훈은 민폐 끼치는 신입들 특유의 능력을 발휘했다.

 

쓸데없는 곳에서는 감이 좋다는 것.

 

나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고 녀석은 증언했고

본부장의 열렬한 비호 아래그 자리에서 있었어야만 할

녀석의 퇴사 조치는 그대로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나는 본부장의 호출을 받았다.

 

과장의 말로는 부장까지 나서서 내 커버를 쳐 주셨다고 한다.

덕분에 별다른 징계조치 없이두 시간에 가까운 폭언과

세 달간의 제주도 파견으로 일은 마무리되었다.

 

잘했어.”

 

김포공항으로 날 바래다 주는 과장은 싱글벙글한 기색이었고

나는 그 이유를 곧바로 들을 수 있었다.

 

“1과장님만 불쌍하게 된 거지 뭐.”

“1과로 옮기게 됐나요?”

널 자를 수는 없고 그렇다고 같이 일하게 둘 순 없으니까.

나도 좀 깨졌지만 뭐... 그걸 우리 과에 안고 있는 것보다야

한 번 깨지고 털어내는 게 훨씬 이득 아니겠냐.”

 

제주도에서의 세 달은 꽤나 빠르게 지나갔다.

 

한민족(韓民族)의 도래 이전제주도에 무엇이 살았는가에 대한

그리고 딱히 어디 가서 뽐낼 만한 상식은 되지 못할

태고(太古)의 역사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알게 되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 자체는 상당히 합리적이었고성취를 느낄 만한 결과도 있었다.

 

복귀하자마자 느낀 점은 회사 전체의 바쁜 분위기였다.

조사팀은 거의 전원이 외근을 나간 상태였으며

과장 한 명만이퀭하고 누런 얼굴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본부장 바뀌었다.”

 

그걸 듣자마자 반 년 동안 거의 잊고 있었던

유종훈의 얼굴이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걔 때문에요?”

빌어먹을 자식이기어이 일을 저질렀어.”

 

내가 제주도로 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은 유치관리과에서 열쇠고리 하나를 빼돌렸고

서울 외곽의 모 거점병원으로 가져다 놓았다.

 

친인척이나 지인 중에 중환자는 없었잖아요?”

 

그건 우리 회사 채용 조건의 핵심 중 하나이기도 했다.

 

사귄 지 얼마 안된 여자친구 엄마가 아팠댄다.”

“......아하.”

커피 마실래?”

아뇨.”

 

과장이 탕비실로 향한 사이 나는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었다.

삼 개월 전 내가 작업한 보고서 형식의 맨 아랫단에

과장이 작성한 새로운 항목이 덧대어져 있었다.

 

 

---------------

 

사례 122 )

 

대상 : 27세 남성 생존

 

보유 기간 : 79일 기록사례 중 최장 기간

 

특이 사항 조사 1과 보안 위반 대상.

유치관리과에 보관 중이던 Hk – 521을 빼돌려 지인이 입원 중인 병원에 보관.

해당 지인이 입원 중인 6인실 병실의 고정 출입 인원 중

경도의 조현양상장애를 앓고 있는 보호자 (이하 A로 통칭가 존재.

 

결과 - 1 : A의 망상증이 병실 전체의 환자 및 고정 출입자에게 영향

영향받은 대상들은 A의 망상증세를 반영하여 인격 및 보유한 종교관이 변형

 

결과 – 2 : Hk – 521 가 유발한 이상현상이 결과 – 1의 인원들 전부에게

각각 적용되었으며그 결과 병실을 중심으로 한 ■■■■■ 발생

환자 전원에게 ■■ 가 일어나 ■■■■ ■■ 되었으며이후 확산되어

병동 전체가 ■■■됨 당시 병동에 상주하던 인원 전원 사망 및 ■■.

 

-> 해당 사건의 세부 사항은 부록 보고서 – 18 > 참조.

 

---------------

 

 

정작 이 새낀 살았네요?”

 

뒤로 다가온 과장의 인기척에 몸을 돌리며 내가 물었다.

하긴 지방 거점병원이면 자주 방문하지도 못했을 테니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밖에 없었겠지.

 

살기야 했지.”

?”

 

대답 대신 과장은 자기 관자놀이에 검지를 가리키고 휘저어 보였다.

 

죄책감 때문은 아닐 거 같고무슨 영향을 받았나요?”

뇌에서 뭐 무슨 성분이 자꾸 분비가 된대.”

 

그로 인한 인지 능력의 과다 상승과 강제적인 각성 상태 유지.

현재 특수 격리실에 수용 중이며며신경과민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 중이라고.

 

이유는 뭣 때문인지 아직 파악이 안 됐다만,”

 

어쩐지 알 것도 같았다.

본인의 지능과 발상이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믿음을 가지던 녀석에게

그 보답이 돌아온 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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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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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3
댓글 등록본문 보기
  • ㅇㅇ(210.57)

    “근데 무슨 일 있으세요?”

    탕비실에 다녀온 뒤부터 씩씩대는 과장에게 내가 물었다.

    “너 없는 사이 신입 하나 새로 들어왔거든.”
    “네.”
    “병신 같은 새끼가, 원두 하나 제때 못 채우고 앉았어.”

    2024.08.03 22:06:40
  • esi321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와 진짜 좋았다
    분위기 진짜 지리는듯
    사무실에 담배연기 지릴것같은 분위기 - dc App

    2024.08.04 04:18:10
  • 지나가던고양이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와 잘썼다 재밌게 읽었어

    2024.08.04 13:56:09
  • aquifox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와 지리네

    2024.08.04 14:38:56
  • ㅇㅇ(118.131)

    이게 섹스지 개맛있네 ㄹㅇ

    2024.08.04 15:20:13
  • ㅇㅇ(211.234)

    2024.08.04 17:49:37
  • ㅇㅇ(180.69)

    맛있다

    2024.08.05 00:53:48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글들 하나하나 전부 잘 보고 있음 글을 진짜 잘 쓴다

    2024.08.05 11:21:27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따봉
    2024.08.05 22:41:53
  • 네이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4
    2024.08.30 23:15:12
  • ㅇㅇ(211.35)

    존맛

    01.16 17:18:58
  • ㅇㅇ(182.215)

    깔끔하면서 흡입력 있게 잘 쓴다

    03.04 13:08:24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왜 내얘기임

    05.08 08: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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