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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D. 마더 구스 노래

나폴리우레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30 00:01:23
조회 10035 추천 114 댓글 10
														







"아, 규성씨."



내가 문을 열고 나오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연우가 물었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엄청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라고요."



"아…, 아뇨 뭘 좀 찾고 있었어요."



'모기'라고 말하기에는 방이 심각하게 어질러져 있어서, 나도 모르게 대충 둘러댔다.



"그래요? 어제 막 들어오신 분이 이렇게 대공사를 할 정도면, 뭔가 되게 중요한 거였나 보네요?"



내 등 뒤로 보이는 방의 처참한 광경을 바라보며, 그녀가 의아한 듯 물어보았다.



"아, 아니에요. 너무 시끄러웠죠? 신경 쓰이게 해드려서 미안해요."



"미안하긴요…. 그보다 규성씨, 아까보니까 다리에 상처도 있고,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밖에서 무슨 있었던 거 아니에요?"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피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한 일들을 그냥 다 말해버릴까-하는 충동이 순간적으로 함께 솟구쳤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도 그 '이상한 일'에서 꽤나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환경이 바뀌어서 좀 피곤한 모양이에요."



"안 되겠다. 잠시만요!"



내 대답은 듣는 둥 마는 둥 한 채, 연우가 몸을 돌려 부엌쪽으로 도도도-이와중에 뛰는 모습도 귀엽네-뛰어갔다.






잠시 후 살짝 상기된 얼굴로, 그녀가 양 손에 맥주를 한 캔씩 가지고 왔다.



"같이 한 잔 할까요? 들어가도 되죠?"



고개를 15도 정도 옆으로 기울인 채, 큰 눈을 반짝이면서 그녀가 물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멋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문 옆으로 비켜서고 말았다.



그녀는 내 방을 성큼성큼 가로질러 걸어가, 방 가운데 쯤 어중간하게 옮겨진 침대 위에 걸터 앉았다.



그러곤 '칙-'하는 소리와 함께 맥주캔을 하나 따더니, 씩 웃으면서 내 쪽을 향해 내밀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문을 닫고, 홀린 듯이 걸어가 맥주 캔을 받아들었다.



내가 그녀의 옆에 걸터앉자, 그녀가 이내 자신의 맥주캔도 마저 따더니, '건배~'하고 작게 외치며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건배."



나도 작게 중얼거린 후, 연우와 캔을 통- 부딪치고 벌컥벌컥 맥주를 마셨다.



저녁도 못 먹은 상태라서 그런지. 시원한 맥주는 스며들듯이 내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캬~'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연우가 입을 열었다.



"이제 좀 괜찮으세요? 규성 씨 아침부터 좀 이상해보였어요."



"하하, 말해도 못 믿을 걸요."



작게 중얼거린 내가, 고개를 살짝 털어내듯이 흔들고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러고 보니, 나 연우씨에 대해서 이름 말고는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요."



'너를 내가 믿어도 될지 잘 모르겠다.'라는 말은 마음속으로 삼켰다.



"음~ 그러네요. 어떤 것부터 얘기해야되려나."



살짝 미소를 띤 연우가, 맥주를 꿀꺽 꿀꺽 마시더니 씩 웃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이름, 송연우.

나이 27세,

현재 임용고시 준비중인 백수아가씨!

키는 163이고 음… 또 뭐 알고 싶으세요?"



"하하하, 됐어요. 그정도면"



사실 알고 싶은 거야 더 있었지만, 당돌한 대답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고 말았다.



순간 괴상한 매뉴얼과 메모 -최경찬이 흘린 것으로 추정되는- 때문에, 이 여자가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의심한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나도 그러면 궁금한 거 물어봐도 돼요? 무슨 일 있었던 거 정말 아니에요?"



눈을 반짝이고 있는 연우를 보자, 이제는 될 대로 돼라 싶었다.



어차피 주변 사람들 중에 믿을 만한 사람 하나 없다.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내가 먼저 미쳐버릴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끌리는 상대가 낫지 않을까?



"사실은…"



그래도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이 한 가닥 남아서 였을까?



나는 방에서 읽있던 '쉐어하우스 해피 생존 매뉴얼'이나, 회사에서 들은 이상한 행동 지침 이야기는 빼놓고, 퇴근길에 버스에서 겪은 기이한 체험들만 -물론, 그녀에게 욕정했다는 사실도 뺐다.-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려보니, 어느새 여기에 도착해있더라고요."



휘둥그레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난 속으로 '아차' 싶어졌다.



"미안해요. 역시 말도 안되는 소리죠? 미친 사람 같아 보이겠지만…"



"…아뇨아뇨, 아니에요."



연우가 침대 아래에 맥주캔을 내려놓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그 이상한 목소리가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을, 다 본인 죄라고 생각하면서 고해성사를 하신거에요?"



"아 뭐, 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니까요."




그녀가 내 쪽으로 조금 더 다가왔다.




"저런…"




그녀의 얼굴이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착한 아이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갑작스러웠다.




그녀가 오른손을 내 허벅지에 짚어 자신의 몸을 지탱한 채, 왼손으로는 내 목덜미를 감쌌다.



그녀의 작은 혀가 내 입술 안으로 파고 들어왔다.



내 손에 들려있던 맥주캔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툭'하는 소리를 냈다.



바닥에 쏟아진 맥주의 탄산이 사그라드는 소리와 거칠어져가는 연우의 숨소리가 뒤섞여서 내 귀를 간지럽혔다.



고삐가 풀려버린 나는 오른손을 쭉 뻗어 그녀의 티셔츠 속을 파고 들어갔다.



브라를 바로 풀어버릴 요량으로 등에 손을 가져갔지만, 놀랍게도 브라는 없었다.



방해되는 물건이 없단 사실을 알게된 내 오른손이, 거칠게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앙…"



연우가 작게 신음소리를 내며 입술을 떼어냈다.



내 허벅지에 올라와있던 그녀의 오른손이 살살 옆으로 움직였다.



터질듯이 부풀어오른 페니스에 그녀의 손이 닿은 바로 그 순간,





'우리 규성이는 착한 아이네?'




어딘가에서 들어본 익숙한 음성이,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허억!"



순간적으로 그녀를 팍 밀쳐내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침대에 나동그라진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연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한가득 맺혀있었다.



"미안해요. 나가줘요."



"갑자기 왜…?"



"빨리!"



이를 악물고 내가 말하자, 그녀가 옷매무새를 가다듬더니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맺혀있던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그녀가 방 밖으로 나가며 한마디를 던졌다.



"가엾은 우리 규성이"







휴지를 가져와 맥주가 쏟아진 바닥을 닦았다.


마구 옮겨놓았던 가구들을 원래 위치로 되돌려놓았다.




불을 끄고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모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렇게나 날 잠들지 못하게 하던 '그것'이, 이제는 날 잠의 세계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깊은 바다로 가라앉듯 순식간에 어둠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낯선 곳에서 난 눈을 떴다.


모래가 깔려 있는 평지다.



얼핏보면 마치 학교 운동장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지평선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저 멀리서, 마치 누군가가 스피커라도 켜놓은 것처럼, 노래가 허공을 쩌렁쩌렁 울리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언젠가 들어본 마더 구스 노래였다.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깜둥이~

네 꼬마 다섯 꼬마 여섯 꼬마 깜둥이~

일곱 꼬마 여덟 꼬마 아홉 꼬마 깜둥이~

열꼬마 깜둥이들~~'




'한 꼬마 두 꼬마 세 꼬마 깜둥이'하는 노래가사에 맞춰, 바닥에서 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작은 그림자들이 불쑥 불쑥 솟아 나왔다.



그렇게 총 10명의 꼬마 그림자들이 내 옆을 둘러싸자, 노래가 이어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열 꼬마 깜둥이, 규성이를 놀렸네.

한 아이가 잡혀가서 아홉이 됐네.'



나를 둘러싸고 비웃고 있던 그림자 중 하나가, 어디로 끌려간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아홉 꼬마 깜둥이, 규성이를 때렸네.

한 아이가 잡혀가서 여덟이 됐네.'



무자비한 구타가 이어지고, 또 한 그림자가 사라졌다.



'여덟 꼬마 깜둥이, 규성이를 밟았네.

한 아이가 잡혀가서 일곱이 됐네.'



그림자들은 나를 밟고,


머리카락을 뽑고,


새총을 쏘고,


침을 뱉고,


칼로 베고,


송곳으로 찌르고,


불로 지졌다.




'…한 꼬마 깜둥이가 혼자 남았네.'



그럴때마다 하나하나 줄어들던 꼬마 그림자는 이제 하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유일하게 나를 공격하지 않고 있던 꼬마 그림자였다.



"도와줘…."



무자비한 공격에 엉망진창이 된 내가 그림자에게 손을 뻗었다.




바로 그 순간, 그림자의 온 몸에서 눈들이 튀어나왔다.




어림잡아 수십개는 되어보이는 눈알들이, 그림자의 온 몸에 빼곡히 박혀있었다.




그 많은 눈알들이 나를 그저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혼자 남은 깜둥이, 규성이를 봤네.

하지만 깜둥이는 그냥 떠났네.

깜둥이가 떠나니, 규성이는 곁에는 아무도 없네.'



그림자의 눈에 박혀있던 눈들이 초점을 잃고 마구 흔들리더니, 귀를 찢을 듯한 소리와 함께 터져나갔다.




운동장이 붕괴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를 향해 모래들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모래와 함께 내 몸도 지하를 향해 떨어져내렸다.





새까만 어둠이 나를 삼켰다.





사라졌던 그림자들이 저 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허억! 헉, 헉"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내가 잠에서 깼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렸다.






창 밖을 바라보니,


아직 미처 동이 터오지 않은 어둠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작은 그림자가 하나 서 있었다.




추천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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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0
댓글 등록본문 보기
  • ㅇㅇ(218.38)

    어케참았누 대단

    2023.09.30 09:26:28
  • 떡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저걸 참아?

    2023.09.30 10:38:57
  • ㅇㅇ(118.176)

    누가 좀 그려와라

    2023.09.30 12:46:30
  • ㅇㅇ(39.120)

    규성이 전생에 왜군 길잡이였어..??

    왜 이리 삶이 고단해..

    2023.10.01 00:30:01
  • ㅇㅇ(220.71)

    몰입감 좆된다 진짜ㅋㅋㅋ 개재밌음

    2023.10.01 01:14:20
  • ㅇㅇ(106.101)

    혹시 쉐어하우스 멤버들 모티브를 7대죄악에서 따왔어? - dc App

    2023.10.06 04:40:11
  • ㅇㅇ(118.235)

    몰아봤는데 나폴리탄적인 공포감에 스토리를 잘 녹여낸 듯 나폴리탄 관련 영화나오면 이런 전개이면 재밌을 것 같아 지금도 충분히 재밌지만 전체적인 설정이나 떡밥만 잘 풀어가면 레전드일듯

    2023.10.17 03:37:01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다음화!! - dc App

    2023.10.17 09:30:49
  • ㅇㅇ(210.91)

    존나재밌네.. 버스편도 몰입감 쩔었는데 대단한듯 다음편내놔

    2023.10.22 20:04:54
  • ㅇㅇ(61.77)

    연우눈나 헤으응 - dc App

    2024.01.23 14: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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