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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C. 고해

나폴리우레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27 01:38:41
조회 10787 추천 134 댓글 11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요, 규성씨 내일봐요~"



"고생하셨습니다!"



6시가 되자마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팀을 옮긴 첫 출근 날부터 칼퇴했다가 찍힐까봐 걱정도 되었지만, 그보다는 이 숨 막히는 공간에서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더 컸다.



'내일 뵙겠습니다.'따위, 진심은 1%도 담기지 않은 인사였다.



오후에 있을 거라던 인수인계는 없었다. 이주연 과장은 날 부르지 않았다.



참다 참다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오후 3시쯤 이주연 과장에게 먼저 말을 걸었을 때, 그녀는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겼다며, 미안하지만 인수인계는 내일 하자고 그랬다.



아무 창도 띄워놓지 않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건물을 빠져나와 걷다 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쉐어하우스로 돌아가기 위해서는-차마 그곳을 집이라고는 못 부르겠다.- 아침에 타고 온 방향과 반대편의 버스정류장으로 가야 했지만, 난 길을 건너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무턱대고 걸어갔다.



"아무거나 잡아타고 가보자, 아무거나…"



불안감을 쫓기 위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버스를 기다렸다.



서울에서는 흔한 전광판 하나 없는 오래된 버스정류장이다.



버스 노선도는 낡아서 떨어져 나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원래 노선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어지러운 낙서들과 전단지들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죄 많은 어린 양은 주님의 품에 안기십시오.'



'XX사거리 할인마트 특별 세일'



'섹스'



'제5회 위령 페스타'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부업'

'↑이거 구라임 내가 해봄'



낙서와 전단지들을 하나하나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그 어디에도 매뉴얼이나 경고문 같은 건 없었다.



이곳에서 지낸지 이제 겨우 이틀째인데, 이상한 버릇이 생겨버린 것 같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떨어져 주변이 깜깜해지자, 글자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 하나 켜지지 않은 곳에서 그렇게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은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멀리서 버스 한 대가 정류장으로 소리도 없이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왔다.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도 모른 채, 난 일단 냉큼 버스 위로 올라탔다.



"어서오세요."



알이 큰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기사가 나에게 까딱 목례를 했다.



그 모습에서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갑을 꺼냈다.



교통카드를 찍으려던 순간, 난 기묘한 광경과 마주쳤다.



조금 낡은 것과 반짝거리는 새 것, 교통카드 단말기가 두 개 달려있었던 것이다.



둘 중 어디에 카드를 대야 하나 순간 망설여졌지만, 기계를 새 걸로 교체하는 중이겠거니- 하고 반짝거리는 새 기계에 카드를 찍었다.



'삐빅-'



학생임을 표시하는 효과음에 당혹스러워진 나는, 뭔가 설명해보려고 기사를 쳐다보았지만, 정작 기사는 관심도 없다는 듯 이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버스를 출발시켰다.



소리도 없이 튕겨나가듯 움직이는 버스 때문에 난 잠시 비틀거렸지만, 이내 중심을 잡고 서서 버스 뒤쪽을 좌석들을 바라보았다.



손님은 총 2명, 제일 뒤쪽 5인석의 구석에 앉아있는 노파와, 후드티를 뒤집어 쓴 채 출구 바로 뒤쪽 2인석에 혼자 앉아있는 덩치 큰 남자였다.



난 운전석의 뒤쪽 두 번째 줄의 간격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다리를 뻗어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일단 쭉 가보자. 어디로 가든 이 동네보단 낫겠지.'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되뇌고, 주머니에서 무선이어폰을 꺼내면서 지갑과 휴대폰이 잘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확인하였다.



이 세 개만 있으면 솔직히 대한민국 어디에 떨어져도 굶어 죽지는 않을 것이다.



무선이어폰을 케이스에서 꺼내 귀에 꽂았다.



시골길이라 차도 없어서 그런 걸까?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 버스의 창밖을 바라보며, 난 잠시 상념에 빠져들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최과장의 어두운 목소리였다.



‘…웬만하면 오늘 오대리가 해준 말들은 다 잊어버리는 게 좋을 거야.’



‘안녕하세요? 규성오빠 맞으시죠? 어제 연우언니한테 얘기 들었어요! 진짜 잘생기신 것 같아요…’



거친 쇳소리로 말하던 박예진의 목소리도 떠올랐다.



‘아쉽네요. 7명이 다 시간이 맞는 날이 많지는 않을텐데.’



고혹적인 목소리와 함께, 연우의 가느다란 목덜미 라인을 떠올렸다.



“지옥에 떨어질 음탕한 연놈들, 세상이 하나의 아버지 밑에서 나와 너희들을 보살피고 어루만지는 이 인생을 어렵게 살아왔는데, 내가 내일이라도 여기서 지금 당장이라도 너희 딸년들을 모조리 붙잡아서…”



회상의 틈새로 낯선 목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의미를 알 수 없이 랩처럼 마구 쏟아지는 말에, 나도 모르게 노이즈 캔슬링을 해체해 귀를 기울였다.



“그래 너 말하는 거야 이 변태같은 놈, 찢어죽일 놈, 내가 말하는거 다 무슨 소린지 너 다 알고있지? 내가 어제도 봤어.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소리의 원흉은 아마 맨 뒤에 앉아있던 노파인 듯 했다.



조현병인가? 그 쪽을 쳐다봤다가 괜히 엮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다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고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아버렸다.



“…사람이 살면서 죄를 그렇게 짓는데 회개하지도 못하고 무슨 정신이 있다고 떠돌아다니면서…”



목소리가 아까보다 커졌다.



“…찢어죽일 놈, 변태 놈, 못 본 척하는 놈, 여자를 울려서 그렇게 웃음거리를 만들어 놓고 세상에 한 점 부끄러움도 없는 척하면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운건지 은혜도 모르고 귀에 들어 앉은 파리도 못보고…”



헛소리의 래퍼토리도 다양해지고,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커져 있었다.



“…듣고 있냐 이놈, 네 이놈, 튀기, 벌레, 죄인, 머릿 속에 바람이 들어가서 눈이 보이지 않는구나.”



노파의 목소리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갑자기 내 등 쪽에 툭, 툭, 툭, 툭 치는 거슬리는 감각이 함께 느껴졌다.



실눈을 뜨고 살짝 창문을 바라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지 내 뒷자리에 앉아, 내가 앉은 의자 등받이를 툭툭 치고 있는 노파의 모습이 비쳤다.



“부처님 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눈을 굴려야지, 씨발놈, 개같은 놈, 변태같은 놈, 여자 만지는 놈, 혼자서도 상상하고, 남들하고도 이야기하고, 요즘 젊은 놈들은 발정이 나서 몽땅 연옥에 밀어 넣을거야 내가…”



들으라는 듯이 말하는 그 소리에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노파의 헛소리를 잠시 감내하는 것과, 정신 나간 노파와 싸워서 괜히 엮였을 때, 그 둘 중 뭐가 더 귀찮을지를 잠시 냉정하게 계산해본 나는 결국 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집요하게 내 의자를 두드리며 그렇게 한참 동안 온갖 음담패설과 욕설을 쏟아내더니만, 노파는 내가 끝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죄인 같은 놈. 불구덩이에 떨어질 놈, 자지 자를 놈, 씨발.’을 마지막으로 남겨둔 채, 버스를 세우더니 뒷문으로 나가 사라졌다.



이 곳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온갖 더러운 소리를 참아낸 내 자신을 칭찬하며, 난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 정류장은 너는 교회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이곳을 슈퍼입니다. This stop is you are church…”



노파의 헛소리에만 신경 쓰느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있던 난, 기묘한 안내 멘트를 듣고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들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한 듯 잠깐 속도를 줄였다가, 드래그 레이스 스타트라도 하는 것처럼 다시 속도를 높였다.



“이번 정류장은 이곳을 슈퍼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벗어날 사거리입니다. This stop is…”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리야?’



버스정류장을 제대로 인지하고 나서, 벼락을 맞은 듯 멍해진 내 머릿속으로 라디오 광고가 흘러들어왔다.




“아아, 당신의 죄를 사하고 싶으시면, 지금 뛰어내리세요!


XX시는 여러분의 회개를 환영합니다!


가장 빠른 회개의 길은 창문 열고 점프!


창문은 여러분의 손으로 열 수 있습니다~


-광고심의필-”




“하하, 하하.”



맥없이 헛웃음을 짓는 나에게, 구원을 내리는 소리처럼 ‘삐-’하는 벨소리가 들려왔다.



아까부터 이 혼란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목석처럼 앉아있던 후드티 남자가, ‘이곳을 슈퍼’역에서 내렸던 것이다.



따라서 내릴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이곳을 슈퍼’라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상황에 체념한 채 혼자 버스에 앉아있는 내 귀로, 불길한 버스정류장 이름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이번 정류장은 벗어날 사거리…”



“수 없다 로터리…”



“가만히 본사 앞…”



“기다려 초등학교…”



‘기다려 초등학교’에서 오랜만에 다시 버스가 멈추더니, 덩치 큰 남자가 하나 올라탔다.



그 남자는 후드를 머리끝까지 눌러쓴 채, 낡은 단말기에 카드를 찍었다.





좀 전에 내린 바로 그 남자다.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들려오던 음악소리 따위,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다.



남자가 둔중한 소리로 걷는 기척이 느껴졌다.



아까 그 자리로 가서 앉을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남자가 내 옆에 서는 기척이 느껴졌다.



‘난 아무것도 몰라, 너한테 아무런 원한도 없고, 죄 지은 적도 없으니까 제발 그냥 가라.’



마음속으로 필사적으로 기도를 하는 내 바람과 달리, 남자는 계속해서 내 옆에 서있었다.



부스럭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남자의 숨소리가 내 오른쪽 뺨 근처에서 들려왔다.



이제는 고개를 숙여서 날 빤히 쳐다보고 있는 모양이다.



‘제발 아무나 저 좀 살려주세요.’



10c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내 뺨에 거친 숨을 내뿜고 있는 남자와, 이를 악물고 모른 척 눈을 감고 있는 나 사이의 기묘한 대치가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렇게 5분 쯤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가 다시 벨을 눌러 버스를 멈춰 세운 뒤 떠나갔다.



이 모든 광경을 버스 기사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을까?



하긴, 새까만 밤에 선글라스를 끼고 체감상 시속 200km로 버스를 몰고 있는 기사다.



정상적인 인간일 리가 없지.



아까 버스를 탈 때 느낀 위화감의 정체가 선글라스라는 걸 눈치채고 얼른 내렸어야 했다.



“이제는 어디로 가는 건지…”



의미 없어진 무선이어폰을 케이스에 도로 집어넣고 내가 중얼거린 그 순간, 버스가 굉음을 내면서 속도를 높여, 저 앞에 멀찍이 보이던 터널로 순식간에 진입했다.








조용하다.



원래도 전기버스처럼, 아니 그보다는 마치 유령버스처럼 조용하게 달리고 있던 버스였지만, 터널속으로 들어오니 그야말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버스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리는 통에, 창밖으로 보이는 터널의 불빛들은 마치 노래방의 그것처럼 어지러웠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버스가 달리고 있는데, 터널의 끝은 보일 기미가 없다.



도대체 이 터널은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치 거대한 손이 버스를 움켜쥐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창밖의 빛이 모두 사라졌다.



‘어?’



조명, 시계, 전광판, 버스 안에 있던 모든 빛도 사라져버렸다.



어둡다.


고요하다.


나는 지금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걸까?


내가 타고 있는 이것은 버스가 맞을까?



근거는 없지만, 거대한 누군가의 품에 안겨있는 것만 같다.



이제 더 이상 버스가 움직임 인다는 감각은 없다.



‘두근 두근’


‘새액 새액’



완벽한 어둠과 고요 속에서, 내 귀에 들려오는 소리라곤 나의 맥박과 숨소리 뿐이다.



눈을 뜨고 있는 것과 감고 있는 것의 차이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이것의 품에 안긴 것일까?



‘난 제법 착하게 살아왔는데,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걸까?’



“너에게는 정녕 죄가 없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이것은 들려오는 소리가 맞을까?



아니면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스스로가 묻고 있는 것일까?



“그래, 난 이런 일을 당할 만큼 죄를 지은 적 없어.”



“남의 것을 탐하거나 욕심에 눈이 먼 적 없니?”



고요속에서, 나는 고민했다.



사람이 어떻게 남의 것을 전혀 탐하지 않고 산단 말인가?



“물론 남의 것이 탐나거나, 욕심이 났던 적도 있지. 하지만 아주 어릴 때의 일이거나, 적어도 그걸 부정한 방법으로 실행했던 적은 없다.”



“남에게 악한 마음을 품거나 해치려고 한 적은 없니?”



“살면서 미운 사람 패주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 쯤 해보는 거 아닌가? 실행에 옮기지도 않았는데, 이게 죄라고 할 수 있을까?”



“남을 비웃거나 헐뜯은 적 없니?”



“그렇게 대놓고 누군가를…”



“대놓고 남들이 보는 앞에서 괴롭히는 문제가 아니야. 누군가를 보고 우습게 생각하거나, 겉모습만으로 판단해서 차별하거나 조소한 적은 없니?”



갑작스럽게, 마음속으로 스모크햄이라고 불렀던 박예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외형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난 속으로 그녀를 비웃고, 역겹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건…”



“함부로 욕정한 적은 없니?”



아니라고 대답하기엔, 욕정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난 연우를 떠올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짤막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훔쳐봤던 그녀의 탄력이 아른거린다.



내 방 앞에서 느꼈던 향기가 코 끝에 맴돌고 있다.



“아니….”



“변태 같은 놈, 욕정하는 놈!”



노파가 내 등 뒤에서 끊임없이 이어나가던 욕설이 갑자기 떠올랐다.






“질문을 다시 해볼까?”



“남에게 악한 마음을 품거나 해치려고 한 적은 없니?”



“남을 비웃거나 헐뜯은 적 없니?”



“함부로 욕정한 적은 없니?”



“너에게 선의로 다가온 사람을 냉정하게 대한 적은 없니?”



어둠이 짙어져 간다.



버스를 붙잡고 있던 거대한 손이 점점 더 죄어오고 있다.



심장은 두근거리다 못해 터질 듯이 요란하게 뛰고 있었다.



“부모님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니?”



“노력하지 않으면서 노력한다고 거짓말한 적은 없니?”



“남에게 혐오감을 느껴본 적은 없니?”



“만만한 사람을 비난한 적은 없니?”



“간절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한 적은 없니?”



“그렇게 나는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나는 죄가 없다고 착각 속에 젖어 살고 있지는 않았니?”






삐-



귀에서는 이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내가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있다.


숨이 점점 가빠온다.


손은 버스를 부숴버렸다.


그것은 나를 감싸러 오고 있다.


꿈 속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던 그 그림자다.


나는 언젠가 저 눈을 본 적이 있다.








“너는, 죄인이니?”



마지막 호흡과 함께, 내 눈에서는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네, 저는 죄인입니다.”









콰앙!




내가 대답한 바로 그 순간, 귀청이 떨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버스가 터널을 빠져나왔다.



버스를 감싸고 있던 손은 사라졌다.



전등, 시계, 전광판, 버스의 모든 불빛들이 돌아왔다.



멈춰있던 숨이 터져 나왔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내 귀로, 그제야 버스의 엔진음이 들려왔다.



“이번 정류장은 행복로 앞입니다.”



정류장을 안내한 후, 내가 벨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버스가 멈추고 뒷문이 열렸다.



겨우 버스에서 내린 나는 엉금엉금 기듯이 가까이 있는 하수구로 가서 속에 있는 것들을 몽땅 게워내고 말았다.



“우웩, 커헉 커헉 컥!”



점심시간에 먹은 김치찌개는 이미 다 소화되어 버렸는지, 위에서 신물만 잔뜩 올라와 쏟아질 뿐이었다.



부르릉-하며 버스가 떠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난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 그 쪽을 바라보았다.



‘2002’



이제야 확인한 버스 번호를 보며, 참 어처구니 없는 번호라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쓴 웃음이 나왔다.



“종점이었나?”



눈물과 콧물, 타액이 범벅이 된 채로 난 그렇게 거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더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어 손으로 얼굴을 훔쳐서 바지에 슥슥 닦아버린 후, 버스기사가 날 내려놓고 간 거리를 휘휘 둘러보았다.



“어?”



뭔가 기시감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누군가 뒤통수를 세게 때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고개를 들어 바라 본 가장 가까운 건물의 간판이 참으로 익숙했던 것이다.





'쉐어하우스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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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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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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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분량이 길어져서 상 하편으로 나눠 올리려다가,
    글에 만족스럽게 몰입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냥 다시 써버렸다.
    이미 상편 본 사람은 다시 즐감해주면 감사.

    그리고 이미지는 념글에 있는 '버스 괴이화된듯' 이미지 쓴건데,
    혹시 원작자가 문제제기하면 내리겠음

    2023.09.27 01:41:25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아 나중에봤네 상관없음 ㄱㅊㄱㅊ

      2023.09.27 13:25:57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감사감사!!

      2023.09.27 13:32:52
  • ㅇㅇ(223.38)

    규성게이야..

    퇴근했으면 후딱 '집'에 가야지.

    덧) 깜짝 놀랐다.. 글쓴 게이야..

    2023.09.27 02:11:03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
      2023.09.27 12:29:45
  • 떡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섹스'

    2023.09.27 19:49:09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톤톤정
      2023.09.27 22:24:32
  • ㅇㅇ(220.71)

    몰입감 지리네

    2023.09.28 05:47:59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31
      2023.09.28 22:31:37
  • ㅇㅇ(106.101)

    죄인임을 인정하서 살은건지 그냥 운좋게 터널을 나온건지
    암튼 개맛있네 고맙다

    2023.09.28 20:27:50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햄쎄이
      2023.09.28 22:31:4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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