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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이곳은 공포 백화점

나폴리우레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2.01 17:45:42
조회 17475 추천 195 댓글 9
														



"야, 여기 괜찮은 거 맞아?"



"뭐야, 무서운 거 없다더니 이제와서 겁먹었냐?"



"웃기시네."



친구의 말에 난 콧방귀를 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공포를 느끼는 건 아니었지만, 건물 외관이 너무 낡고 지저분해서 제대로 된 장소가 맞나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



현관을 열고 들어서니, 벽에 한쪽이 기울어진채 위태롭게 붙어있는 우편함이 보인다.



우편함에는 노랗게 변색된 우편물이 한가득 꽂혀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아 반질반질하게 변한 계단을 올랐다.



벽에는 어지럽게 낙서가 되어있다.



목적지인 4층으로 올라가자, 거미줄이 쳐진 형광등이 깜빡이며 복도를 밝히고 있었다.



그런 살풍경한 광경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이고 깔끔한 간판 하나.



'공포 백화점'



새하얀 배경에 빨간 궁서체로 쓰여있다.



솔직히 웃기지도 않아서 코웃음이 나올 뻔 했다.



이곳에 내가 오게된 계기는 별 것 아니다.



얼마 전에 갔던 엠티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무서워 하는 것', 그러니까 공포에 관한 이야기였다.



각자 자신이 느끼는 여러가지 공포를 이야기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사실이었다.



어릴때부터 귀신, 어두운 곳, 괴담, 잔인한 것-쏘우 따위-을 봐도 난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간혹 친구들이 갑자기 '웍!'하며 뒤에서 놀래켜도 난 무덤덤했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 친구놈 중 하나가 내 안에 잠들어있는 공포를 확인시켜 주겠다며 이곳으로 이끈 것이다.



"십만원 빵 잊지마라."



"콜, 콜! 얼른 들어가기나 해!"



유리로 된 구식 문을 열며 내가 말하자, 친구가 성마르게 대답했다.



당연히, 내기가 걸려있지 않았다면 이런 웃기지도 않는 제안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딸랑 딸랑'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백화점'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내부는 소박하기 짝이 없었다.



넓이는 열 평이나 될까?



어두운 암막 커튼으로 창문이 다 가려져 있었다.



가게의 한가운데에는 꼭 치과 진료용 의자 같은 것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어서오십시오."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내가 오른쪽을 쳐다봤다.



검은 정장에, 얼굴에는 허연 분칠을 한 중년 남자가 창고 같은 곳에서 걸어나왔다.



"안녕하세요."



내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자, 남자가 슬며시 미소지었다.



"공포 백화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혹시 이름이...?"



"유한철입니다."



"한철씨,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와서 앉으십시오."



남자의 안내에 따라, 나는 의자로 가서 앉았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남자가 다시 창고로 향했다.



이윽고 그가 하얀 헬멧 같은 것을 가져와 나에게 건네주었다.



"VR기계인가요?"



"맞습니다. 이곳까지 온 것을 보아하니, 한철씨는 평소에 공포를 못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맞나요?"



"네."



"좋습니다! 지금부터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한철씨의 내면에 잠재되어있는 공포심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솔직히 별 기대는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조금 호기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첫 번째는 뭘로 할까요..."



남자가 중얼거리며 창고로 향했다. 이윽고 그가 칩을 하나 꺼내오더니, VR기계의 옆에 끼웠다.



"기계를 써주시겠습니까? 첫 번째는 심해입니다."



내가 헬멧을 머리에 쓰자, 의자도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무중력 상태로 들어가는 듯한 감각, 눈앞에는 온통 푸르른 바다가 펼쳐졌다.



아니, 푸르른 바다가 아니가 검은 바다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속으로 한없이 침잠해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심해어가 튀어나오고, 끝모를 물 속에서 숨이 가빠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5분 남짓 시간이 흘렀을까?



'끝났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화면이 종료되었다.










"심해는 아니었던 모양이군요. 군중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남자가 다른 칩을 꺼내 기계에 끼웠다.









나는 광장 한복판에 서있었다.



수천명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내가 걷거나, 뛰거나, 주저앉거나, 자리에 누워도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수천개의 눈이 나를 바라보는 건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공포심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도 아닌 것 같군요."



내가 중얼거리자, 남자가 곰곰이 생각하며 창고로 들어갔다.



"이걸로 해봅시다."



그 뒤로도 많은 공포증을 경험했다.



폐소, 고독, 환, 냄새,우주, 비행, 고소, 병, 신화 등등...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나를 무섭게 하지 못했다.









"역시, 이런 걸로도 소용 없는 모양입니다."



마지막 체험이 끝나고 내가 말하자, 느닷없이 남자가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럴리가 없죠. 그럴리가 없습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사실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뜬금없는 남자의 말에, 내가 헬멧을 벗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내 팔과 다리는 의자에 꽁꽁 묶여있었다.



"무슨..."



당황한 내가 중얼거리자, 남자가 헬멧을 벗겨주었다.



"유한철, 이곳을 잘 둘러봐."



돌연 말투를 바꾼 남자가 낮게 속삭였다.



나는 공포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암막으로 가려진 새까만 벽이 보인다.



그러고보니, 날 이곳에 데려온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숨이 가빠왔다.



팔다리는 언제부터 묶여있었을까.



내가 갔다온 곳은 엠티가 맞았을까?



난 언제부터 이곳에 와있었던 거지?



손발이 떨려온다.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것이 바로 공포다."



남자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나에게 다시 헬멧을 씌웠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려했지만, 이미 나에게 방법은 없었다.



가빠오는 나의 숨소리, 터질듯한 심장 소리의 틈새로, 남자가 헬멧에 무언가를 딸깍 끼워넣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편 연재작 : 샐러리맨 이규성 시리즈

(완결)


추천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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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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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211.219)

    오.. 내 취향이야..

    2023.12.02 20:13:10
  • ㅇㅇ(122.47)

    맛있다

    2023.12.02 22:18:02
  • ㅇㅇ(223.38)
    꺄아
    2023.12.03 14:33:26
  • 괴라는나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나의 인식이나 인지 밖에 처해있는 것... 그게 바로 공포

    2023.12.04 09:52:24
  •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 ㅇㅇ(59.18)

      네~ - dc App

      2024.03.02 01:07:36
  • 네레우스(115.138)

    친구: 병신 십만원 내놔라 ㅋㅋㅋㅋㅋㅋㅋ

    2023.12.20 00:18:41
    • ㅇㅇ(115.136)

      이것도 페이크였고 사실 10만원짜리 이벤트였다 !

      2024.01.06 04:24:46
  • 전사미르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백화점 사장 서비스 잘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3.17 18:42:45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프로페셔널하네

    04.28 14: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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