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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마테오 신부의 고해성사 : '살인 교수' 잭 니콜슨의 이야기

나폴리우레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21 07:46:44
조회 5522 추천 138 댓글 20
														

"이쪽입니다, 신부님."


"네 감사합니다."


살풍경한 복도에 두 사람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쪽은 구두 굽이 경쾌하게 따각따각 울리는 소리였고, 다른 한쪽은 군화같이 무거운 소리였다.


"이번에 만나볼 분은 어떤 분입니까?"


'신부님'이라고 불린 남자가, 나란히 걷고 있던 장신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예, 아마 신부님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살인 교수'라고 불리던 잭 니콜슨."


"아! 신문에서 본 것 같습니다."


장신의 남자가 자물쇠를 풀고, 쇠창살로 된 문을 열었다. 신부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잘나가던 대학교수였던 남자가,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처자식을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맞습니다. 바로 그놈입니다."


간수로 추정되는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윽고 두 사람이 육중한 철문 앞에 도달하였다.


"신부님, 놈은 살인마지만 똑똑한 대학교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감옥에 있으면서도 온갖 방법으로 다른 죄수들을 구워 삶았던 모양입니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선 간수가 입을 열었다.


"놈을 추종하는 무리 같은 것도 있었죠. 어쨌거나 그것도 오늘로 마지막이긴 합니다만..."


"네, 걱정마십시오. 조심하겠습니다. 제가 한두번 이 일을 했던 것도 아닌걸요."


간수가 말끝을 흐리자, 신부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간수가 문을 열자, 신부가 안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 생기면 비상벨을 누르십시오."


간수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건넨 뒤, 문을 다시 닫았다.


신부가 방 안을 둘러보았다. 몇 주 전에도 봤던 익숙한 풍경이다.


낡아서 살짝 회색빛이 도는 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벽, 회색으로 칠해진 철제 책상과 의자, 그리고 유일하게 다른 것은...


"만나서 반갑습니다. 형제님. 마테오 신부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신부님. 잭 니콜슨입니다."


철제 의자 위에, 죄수복을 입은 채 수갑을 찬 남자가 반듯하게 앉아있었다.


사전에 정체를 알지 못했다면, 그가 미치광이 살인마라고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으리라.


"신부님께서 이렇게 오신 걸 보니, 오늘이 제 생의 마지막이라는 것이 실감나는군요."


"죽음은 생의 끝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품으로 돌아가 영생을 살기 위한 준비에 불과합니다."


"그렇군요."


니콜슨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까지 마테오 신부가 봐왔던 사형수들과는 사뭇 다르다.


"보통은 고해성사를 많이들 합니다만, 어떤 이야기라도 좋습니다. 혹시나 형제님께서 저에게 들려주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이야기라..."


니콜슨이 허공을 잠시 응시하였다.


"이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습니다만, 신부님께서 저의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주신다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혹시 들어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듣는 것은 제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마테오 신부가 엷은 미소를 띄며 말하자, 니콜슨이 긴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신부님, 전생이라는 것에 대해 아십니까?"


"전생이요?"


"그렇습니다. 전생, 윤회, 카르마 등등, 인간의 삶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말입니다."


"그런 것은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닥뜨린 이후, 심판을 받습니다."


마테오 신부가 숨을 한번 골랐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회개하고 죄가 없는 선량한 인간들은 천국으로 가서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영생을 누리게 됩니다."


"그렇군요. 그것이 신부님의 이야기이자 믿음이군요."


니콜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면서 살짝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부님의 말씀은 잘못되었습니다. 인간은 전생과 윤회의 굴레에 항상 엮여있는 존재입니다."


"그렇습니까?"


마테오 신부는 살짝 기분이 상했지만, 사형수의 마지막 고해성사 시간에는 별별 일이 다 일어나기 때문에 차분히 들어주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신부님, 혹시 이런 것을 경험해본 적 없습니까? 분명히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곳인데, 이상하게 익숙한 기시감이 드는 겁니다."


"흐음..."


"신부님께서도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있을 겁니다. 어떤 음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지만 참으로 맛있고 입맛에 맞았을 겁니다. 반대로 안 먹어봤지만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음식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지요."


"신부님께서는 술을 좋아하십니까? 인간은 왜 성인이 되면 본능적으로 술을 찾게 되는 것일까요?"


"형제님 말씀은 그런 체험이 다..."


"그렇습니다. 전생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전생이 우리의 어딘가에 각인이 되어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 겁니다."


“흥미로운 생각이군요.”


마테오 신부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때, 니콜슨이 신부쪽으로 몸을 바싹 당겨앉았다.


“제가 이것을 알게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갑자기 그의 분위기가 변하자, 마테오 신부는 등골이 오싹했다.


“10년 전, 그러니까 제가 살인을 저지르기 직전, 저는 티베트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니콜슨의 눈이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티베트라는 곳은 불교가 아주 융성한 곳입니다. 현교와 밀교라는 큰 줄기가 있고, 또 수많은 종파가 그 아래에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수양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아...”


“저는 정처 없이 티베트를 떠돌아다녔습니다. 신부님, 저는 학자입니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접하고, 공부하는 것이 본분인 사람입니다.”


니콜슨 교수가 먼 곳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티베트를 돌아다닌지 3주쯤 되었을 때입니다. 저는 한 구석진 골목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던 사내를 발견하였습니다. 일어날 힘도 없는지, 그 남자는 그저 길바닥에서 사시나무 떨 듯이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그가 수갑찬 손을 자신의 가슴께 쯤으로 올리더니 양손을 부르르 떨었다.


“저는 다행히 배낭에 식량과 물이 넉넉했습니다. 그자를 겨우 일으켜 세워 한 건물의 벽에 기대게 해서 앉힌 다음, 그것들을 나눠줬습니다. 겨우 음식을 삼킨 남자가, 몇 분이 지나서야 제대로 눈을 뜨더군요.”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마테오 신부가 조용히 말을 받자, 니콜슨 교수가 씩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남자가 기운을 차렸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는 티베트에서 꽤 영향력을 미치는 종파의 고승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뼈를 깎는 수행 끝에, 윤회를 보는 눈이 개안되었다고 했습니다.”


“윤회를 보는 눈이요?”


“그렇습니다. 불교에서는 윤회라고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교리입니다. 전생에 쌓은 업에 따라, 사람의 다음 생의 모습이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신부님께서는 부정하실지도 모릅니다만.”


“흠흠.”


마테오 신부가 살짝 헛기침했다. 니콜슨 교수는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이 사람에게 윤회를 보는 눈이 생겼다는 사실이지요.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는지 상상이 가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우주입니다. 그 사람은 우주의 진리를 깨달은 것과 진배없었습니다.”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니콜슨이 말했다. 마테오 신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당신은 전생, 윤회, 카르마...이런 것을 믿게 된 것입니까?”


“믿기만 했으면 다행이었습니다!”


니콜슨 교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 사내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생불이나 다름없이 추앙받던 고승인 자신이, 왜 이런 비렁뱅이가 되었는지 짐작이나 되냐고. 신부님은 짐작되십니까?”


마테오 신부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우주입니다! 인간의 작은 머릿속에 우주와 삼라만상의 이치가 들어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철학자나 과학자도 무리일 것입니다. 사람이 미칠 수 밖에 없는겁니다.”


니콜슨 교수의 눈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테오 신부는 자신의 등허리를 타고 땀이 한방울 흘러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윤회와 카르마를 보던 그는, 이 이치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허용치를 넘어선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나, 사람이 없는 곳으로 스스로 떠난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카르마를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수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이곳저곳을 바라보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쑥 들이밀며 마테오 신부에게 말했다.


“그 자가 저에게 무슨 제안을 했을 것 같습니까?”


“무슨 제안을 했습니까?”


분위기에 압도된 마테오 신부가 살짝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보고 싶냐고 하더군요.”


니콜슨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자신이 보고 있는 우주의 이치, 삼라만상, 윤회의 비밀, 그 모든 것을 보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


“신부님, 저는 아까도 말했지만 교수입니다. 지적인 호기심, 하물며 세상의 이치입니다. 어떻게 그런 제안을 물리칠 수 있겠습니까?”


회한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던 니콜슨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식을 치렀습니다. 고승과 저는 함께 티베트에서도 가장 척박한 곳에 있는 산을 올랐습니다.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산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더 올라가다보니 사방에는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일 년 내내 녹지 않는 만년설이었습니다.”


일어선 그가 어딘가를 올라가는 시늉을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고, 사방으로 쌓인 눈에 방향감을 상실했을 무렵, 고승이 드디어 발을 멈췄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마테오 신부가 침을 꿀꺽 삼켰다.


“고승은 말했습니다.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고행이 필요하다고요.”


교수가 눈을 감았다. 잠시후 몸을 부르르 떨면서 다시 눈을 뜬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였습니다. 추위를 막아주던 옷이 모두 사라지고, 마침내 태어난 모습 그대로 알몸이 되자, 고승은 눈밭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습니다. 따로 지시하진 않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그를 따라 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니콜슨 교수가 천천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파란색과 회색이 섞인 그의 눈이 마테오 신부를 빤히 쳐다보았다.


“서서히 몸이 마비되기 시작했습니다. 엉덩이부터 시작해서 팔, 다리...그렇게 전신이 추위에 얼어붙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덜덜 떨며 추위와 맞서다 보니, 갑작스럽게 이번에는 온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말을 이어가던 그가 갑자기 머리를 뒤로 확 젖혔다. 교수의 입에서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고조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때였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듯한 내 등 뒤로, 용암이 끓어오르는 것처럼 더 뜨거운 것이 와서 닿았습니다. 너무나도 극심한 고통에 나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나의 비명소리는 몰아치는 칼바람과 눈보라에 닿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때의 고통을 떠올리는지, 니콜슨의 몸이 마구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닿아있는 철제 책상과 의자가 같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함께 떨려왔다.


“그렇게 얼마간의 미칠 듯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모든 것이 평온해졌습니다. 내 육체와 정신은 전에 없이 맑고 투명했습니다. 등 뒤를 돌아보자, 고승은 바짝 마른 미라 같은 상태로 변해서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그의 입에는 해방감이 느껴지는 미소가 걸려있었습니다.”


수갑찬 손을 들어, 교수가 자신의 양 입술을 위로 끌어올렸다. 마치 삐에로 같은 미소였다.


“그의 시체를 남겨둔 채, 나는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예상되십니까?”


“...설마?”


“맞습니다! 바로 그 설마입니다. 고승이 가지고 있던 윤회를 보는 눈은 나에게 전승되어 있었습니다.”


니콜슨 교수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신부님, 제 눈에 지금 무엇이 보이는지 아십니까? 신부님께서 지금껏 살아온 인생역정, 그 전 생에서의 인간관계, 나와 당신이 이곳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내 눈에는 손바닥 보듯이 훤하게 보입니다.”


파란색과 흰색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처음 이 능력을 얻었을 때의 만능감은 엄청났습니다. 하지만, 티베트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것이 저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입니까?”


마테오 신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니콜슨 교수가 조금 차분해진 상태로 입을 열었다.


“신부님, 나에게는 나의 전생도 보입니다. 이번 생에서의 나라는 인간은 잭 니콜슨입니다.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집에서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의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나의 생은 이번 한 번이 아닙니다. 수백, 수천 번의 윤회가 이어지며 나라는 인간의 정체성이 완성된 것입니다.”


교수가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마테오 신부가 보기에는 그의 눈이 아까보다 더 묘한 색깔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나라는 인간이 만들어지기 위해 억겁의 시간 동안 쌓여온 전생은 의미가 없는 것입니까? 신부님, 당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실 지난 수백번의 삶에서 당신을 괴롭히고, 심할 때는 살해하기까지 했던 가해자라는 것을 알게되면 어떻겠습니까?”


“당신의 말은 혹시...”


“바로 맞췄습니다. 제가 저보다도 사랑했던 아내와 두 딸, 그녀들은 전생에서 저를 핍박하고 모질게 굴던 가해자들이었습니다. 때로는 인간의 모습으로, 때로는 짐승의 모습으로, 난 항상 그녀들에게 착취당해왔습니다. 이것을 알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이었을까요!”


니콜슨이 기도하듯 양손을 꽉 마주 잡았다.


“신부님, 저는 죄인입니까? 당신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습니까? 신부님, 저에겐 당신의 과거가 보입니다. 당신이 왜 꼬냑을 좋아하는지 아십니까? 왜 당신은 하고 많은 직업중에 신부를 선택하게 된 것일까요? 당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간수와 당신이 과거에 무슨 인연이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아...”


마테오 신부는 순간 사고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성직자로서 그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태도에서 너무나 진심이 느껴졌기에 무시할 수도 없었다.


교수는 대답할 말이 궁해 곤란해하고 있는 마테오 신부를 한동안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돌연 ‘푸하하하!’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어?”


당황해하고 있는 마테오 신부에게, 잭 니콜슨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였다.


“장난입니다. 신부님. 장난. 세상에 윤회를 보는 눈이라니, 그런게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아내와 저는 어느 날 크게 다퉜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내와 말리던 두 딸까지 나의 손으로 해친 다음이었습니다.”


교수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의 눈이 전에 없이 맑아보였다. 후련한 것 같기도 하다.


“신부님 저는 죄인입니다. 마지막으로 기도하게 해주십시오. 저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고 싶습니다. 연옥의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나의 죄를 고하고 싶습니다.”


“...성호를 그으십시오.”


마테오 신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아멘.”


그로부터 약 10분 뒤, 철제문이 열리고 마테오 신부가 방에서 빠져나왔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장신의 간수가 그를 맞이하였다.


“신부님, 오늘은 많이 늦으셨군요. 할 이야기가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네, 확실히...오늘은 좀 피곤하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간수의 안내를 따라, 마테오 신부는 형무소를 나섰다.




“희대의 패륜아 ‘살인 교수’ 잭 니콜슨 처형되다!”


마테오 신부가 읽고 있던 석간신문을 접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저장고에서 꺼내온 귀한 꼬냑을 땄다.


주황색 액체가 잔으로 쏟아져 나오자, 서재 안에 향긋한 냄새가 가득 퍼졌다.


마테오 신부가 그것을 한 모금 음미한 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난 꼬냑을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것인가.”


스산한 바람이 창밖의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장편 연재작 : 샐러리맨 이규성 시리즈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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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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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마음의 고향 낲갤 망하지마...

    2023.11.21 07:50:43
  • 단편괴담싸게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1.21 08:31:43
  • Babyeeshark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개추
    2023.11.21 10:40:16
  • ㅇㅇ(211.62)

    일하기만 하고 놀지 않으면 잭은 바보가 된다.

    2023.11.21 10:55:05
  • 괴라는나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오 선생님 돌아오셨군요

    2023.11.21 11:05:43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웹소설 조회수 뚝뚝 떨어져서 오랜만에 낲갤이나 와봤는데 낲갤도 분위기 많이 안좋아서 슬프네

      2023.11.21 11:11:21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언제봐도 글 진짜 잘쓰시네요, 술술읽히고 교수 목소리가 들릴정도에요 - dc App

    2023.11.21 19:58:09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읽은게 아니라면 진짜 들린거겠지만 - dc App

      2023.11.21 19:58:49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계속 글 씁니다

      2023.11.21 20:30:58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개재밋다

    2023.11.22 04:13:57
  • ㅇㅇ(125.133)

    천주교인이자 윤회를 믿는 인간으로서 이런 글은 너무 재밌고 또 흥미로움... 가끔 자주 와서 글 써줬으면 좋겠음

    2023.11.22 10:27:05
  • 가닥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볼때마다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네 진짜
    자동 노이즈캔슬 성능 ㅆㅅㅌㅊ - dc App

    2023.11.22 11:23:36
  • ㅇㅇ(210.91)

    키햐 역시 맛있다

    2023.11.24 01:53:11
  • ㅇㅇ(39.7)

    이 정도면 걍 문학인데

    2023.11.27 18:37:33
  • ㅇㅇ(118.235)

    맞네 꼬냑 좋아한다고 말한적도 없는데 오

    2023.12.04 01:54:52
  • 그리워해요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4
    2023.12.31 20:58:47
  • ㅇㅇ(218.149)

    문학이다 ㄹㅇ

    2024.01.14 17:13:19
  • ㅇㅇ(61.102)

    본업 작가이싱가요 글을 진짜 너무 잘 쓰셔서 볼 때마다 감탄입니다... 재능이 대단하세요

    2024.02.06 02:01:39
    • ㅇㅇ(61.102)

      혹시라도 책 내시면 꼭 알려주세요...

      2024.02.06 02:02:11
  • 태율(106.101)

    그래도 착한게 아내복수만 하고 신부 힘들까봐
    꼬냑왜좋아하냐 했다가 걍 구라라고 해버리네

    2024.05.29 18: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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