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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털보네 정육점 돼지잡은 날

나폴리우레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10 08:27:49
조회 16213 추천 159 댓글 14
														

어린 시절 내가 살던 동네에는 작은 정육점이 하나 있었다.


수염이 덥수룩한 주인아저씨가 운영하던 가게답게,
가게 이름도 '털보네 정육점'이었다.


요즘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정육점이었지만,
이곳만의 특별한 날이 하나 있었다.


2~3달에 한 번 주기로 '돼지잡은 날'이라며,
가게 앞 길가에 작은 테이블을 설치해두고, 주인아저씨가
갓 손질한 고기를 잔뜩 널어놓고 파는 날이 그것이었다.


이 날의 고기는 가격이 쌌을 뿐만 아니라, 맛도 유난히 좋아서
항상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어머니가 사온 고기를 집에서 구워먹어보면, 비린내도
전혀없고, 기름기랑 육즙은 가득한데도 느끼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어린시절에 항상 '돼지잡은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 고기가 유난히 맛이 좋다보니, 동네에는 항상 소문이 돌았다.


'불법으로 잡은 어린 돼지고기다.'
'사실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고기다.'
'인육이다.' 따위가 그것이었다.


동네 단골들이 고기의 출처를 물을 때마다,
"그냥 갓 잡은 놈이라 싱싱해서 그렇습니다."라며,
주인아저씨가 짐짓 대수롭지 않은 듯이
대답했기에 의구심은 더욱 커져갔다.


그러던 어느날,
털보네 정육점은 돌연 장사를 접고 동네를 떠났다.


단골들에게도 특별한 이유를 말하지 않고,
홀연히 야반도주하듯 떠났기 때문에
동네에는 온갖 뜬소문이 마구 퍼져나갔다.


'털보네 아저씨가 도시 여자랑 눈이 맞았다.'
'아저씨가 복권에 당첨되어서 서울로 떠났다.'
'인육을 팔던 게 들켜서 경찰에 잡혀갔다.'
'옆동네에 경찰이 돌아다니면서 정육점 주인을 찾더라.' 등등...


하지만 결국
털보네 아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어찌되었거나 '돼지잡은 날' 고기를 먹지 못하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는 퍽 아쉬운 일이었다.






오늘은 와이프의 생일이다.
기분도 낼 겸, 모처럼 큰 마음먹고 비싼 호텔 뷔페를 찾았다.


첫 접시에는 해산물을 잔뜩 담아와서 먹고,
두 번째 접시에는 고기를 있는대로 가져와서 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접시에 담은 고기들 중,
유난히 윤기가 흐르던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자,
어린시절 먹었던 바로 그 '돼지잡은 날'의 고기 맛이 났다.


난 그 맛을 느끼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와이프가 깜짝 놀라서 무슨 일있냐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무시하고 육류 코너로 직행했다.


문제의 고기가 있었던 '삼겹살 바베큐'라는 메뉴로 다가가,
민폐인 걸 알면서도 집게로 고기를 하나 집어서
그대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그 맛이 아니었다.


아까처럼 유난히 윤기가 흐르는 고기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고기는 있지 않았다.


코너 너머 조리대에서 고기를 굽고있는 요리사에게,
이 메뉴는 무슨 고기를 사용한 것이냐고 물었다.


요리사는 '저희 스타호텔 뷔페는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한돈을 숙성하여 최고급 품질과 맛을 자랑합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답하였다.


혹시 당일 잡은 싱싱한 고기는 쓰지 않느냐고 내가 묻자,
그는 갓 잡은 고기는 육질이 질겨서 사용하지 않노라고 말했다.


나는 힘없이 자리로 돌아와,
무슨 일 있냐고 묻는 와이프에게 별 일 아니라고 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린시절의 동네를 떠올려보았다.


칠이 반쯤 벗겨진 '털보네 정육점' 간판
덥수룩한 턱수염을 가진 주인아저씨의 사람좋은 미소
도마 위에 놓여있던 커다란 식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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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연재작 : 샐러리맨 이규성 시리즈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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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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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8849%3Cbr%3E%3Cbr%3E이

    이 글에 던져준 주제로 글써보기 2탄
    즐감해주는 낲갤러들에게는 항상 고맙다

    2023.10.10 08:29:19
  • 흰곰발바닥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정통 나폴리탄 ㄷㄷ - dc App

    2023.10.10 14:31:08
  • ㅇㅇ(121.188)
    흠
    2023.10.10 15:06:31
  • ㅇㅇ(211.234)

    필력이 점점 늘어가는듯 ㄷㄷ - dc App

    2023.10.10 16:35:02
  • ㅇㅇ(118.235)

    고기가 친절하고 작가님이 맛있어요

    2023.10.10 17:14:27
  • ㅇㅇ(114.204)

    간접적인 유추는 가능해도 쓸데없는 사족이나 중요한 정보는 안 넣는 깔끔한 필력이라 정통 나폴리탄의 맛이 잘 사는듯
    간만에 맛있게 먹고 간다ㄱㅅㄱㅅ

    2023.10.10 22:37:57
  • ㅇㅇ(1.227)

    너무 맛있어요

    2023.10.11 01:50:52
  • 그리워해요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4
    2023.10.12 07:23:36
  • ㅇㅇ(203.253)

    ㅅㅂ먼말?

    2023.10.13 16:25:56
  • 수호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식칼<이게 왜 정육점ㅈ에 있노
    사람 찌르고 처리한거노
    - dc App

    2023.11.04 00:59:51
  • ㅇㅇ(59.17)

    쓰신글들 tts와 사진영상 입혀서 2차창작 후 유튭에 업로드해도 될까요?
    영상 끝부분과 설명란에 원작자명과 출처 기재하겠습니다!

    2023.11.07 16:12:53
    • 나폴리우레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그러세요 쓰시고 영상 링크 좀 여기나 제 갤로그에 남겨주세요.

      2023.11.08 08:40:41
  • 바이레도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난 언제쯤 이런 맛있는 나폴리탄 만들어보냐

    2024.01.03 14:16:46
  • ㅇㅇ(129.97)

    진하게 끓인 전통의 맛 크

    2024.09.06 04:04:4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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