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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욕조에 뛰어들기로 했다.

이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28 12:54:15
조회 10200 추천 131 댓글 17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빠르게 욕조에 손만 담그고 안전한지 확인해 보자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앗, 뜨...!"

액체의 뜨거움을 느끼고 손을 빠르게 뺐다.
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함과 동시에 귀를 찢는 소리를 내며 문짝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이 튀어나오는지 볼 새도 없이 욕조에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피부를 찌르는 뜨거움에 견디려 주먹을 꽉 쥐었다.
다행히 내 몸은 액체의 온도에 점차 적응했다.
나는 디딜 곳을 찾으러 발을 열심히 굴렀으나,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언제 올라가면 되지?
그것은 완전히 지나간 건가?

나는 눈을 살짝 떴다.
그새 깊숙이 빠졌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까맣다.
까맣다는 것만 볼 수 있었다.
문제는 온도가 아니라 깊이였음을 깨달았고, 이미 늦었다.

뛰어들기 전에 크게 들이마신 숨이 점점 사라져 갔다.
나는 이판사판으로 수면 위에 올라가려 했으나,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내 발목을 잡고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곧 숨을 참을 수 없게 됐다.
나는 결국 액체 속에서 숨을 쉬고자 입을 벌렸고, 뜨거운 액체가 코와 입을 통해 내 몸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손과 발이 자기 멋대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펄떡이는 팔을 바라보며
그대로 깊이
바닥을 알 수 없는 욕조 밑으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으...."


깨질 듯한 두통에 잠에서 깼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끔찍한 악몽을 꾼 것 같았다.
진정될 때까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라, 왼손 엄지와 중지로 양쪽 눈가를 꾹 눌러 압박했다.
그러고 있으니, 귀에서 들리는 삐 소리가 점점 줄어들며, 두통도 가라앉았다.


나는 숨을 고르고 겨우 눈을 떴다.

방 안은 굉장히 어두웠다.

술을 마신 것도 어젯밤인데 정말 하루를 날려버렸구나,

그런 생각을 하자 심한 갈증이 났다.

물을 마시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응?'


발을 바닥에 딛는 순간, 낯선 감촉과 함께 차가운 기운이 등을 타고 뒤통수를 통해 정수리를 찔렀다.

익숙하지 않은 감촉이었다.

군복무를 하며 꾸역꾸역 모은 돈으로 마련한 나만의 작은 방.

대학 졸업 파티를 했던 어제까지 총 3년의 세월을 맨발로 밟으며 돌아다닌 그 방의 바닥이 낯설게 느껴졌다.

잠이 덜 깼나, 괜히 발바닥을 비비며 바닥의 감촉을 느끼는 동안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다.

점점 주변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 시야는 방금 일어난 침대에서 조금씩, 마치 안개가 걷히듯이 넓어졌고, 곧 벽에 가로막혔다.


"..."


그니까 나는, 내 눈이 사방을 가로막은 벽을 한 바퀴 둘러볼 때까지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어디...야 여긴...'


여기는 내 방이 아니었다.

침대가 하나 있는 작은 방.

내 방도 침대가 하나 있고 작다.

하지만 내 방이 아니었다.



여기는...



문이 있는 작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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