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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사진을 빨래집게에 걸기로 했다.

저녁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31 15:45:14
조회 11211 추천 51 댓글 1
														


빨래집게 하나에는 아무런 사진이 걸려있지 않은 점이 신경 쓰였다.
무엇보다 내 사진을 찢고 싶지 않았다.
이런 곳에서, 이런 상황이라 더더욱 그랬다.

나는 떨리는 오른손으로 빨래집게를 꽉 눌러 입을 벌린 후,
그사이에 내 사진을 두고 손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빨래집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진의 머리통을 콱 깨물었다.
나는 어딘가 변화가 있을지, 잔뜩 긴장한 채로 숨을 죽이고 서 있었다.

잠시 후 팽팽했던 줄이 조금 흔들리는가 싶더니, 뜨거운 바람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뒤를 돌아보니 문이 열리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가 문이 완전히 열리기를 기다렸고, 이번엔 내 발로 들어갔다.
그러자 눅눅하고 끈적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무더운 여름날, 하필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 사람이 꽉 들어찬 버스에 탄 느낌.
그 끈적함을 느끼며 뿌연 안개를 손으로 헤치고 들어가자, 이번에도 문이 쾅 하며 닫혔다.

맨발에 닿는 바닥은 약간의 물기가 느껴졌고, 찰박거리는 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눈 앞을 가리는 뿌연 연기를 계속 손으로 지워내며 안쪽을 확인하려 애썼다.
그곳은 아빠와 몇 번 가본 대중목욕탕과 비슷한 풍경을 하고 있었다.
다만 방 안, 정확히 가운데에 둥그런 욕조 하나만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서는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게 다였다.
욕조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도 없었다.

나는 망연자실 서 있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아하하하하하하!"

고생했으니까 목욕이라도 하라는 건가? 생각하고 혼자 크게 웃었다.
계속 웃었다.
그 소리는 벽과 벽에 끊임없이 반사되어 메아리쳤다.
얼마나 웃었는지 배가 아파질 지경이 되어 겨우 멈추자, 내 웃음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어떤 소리가 귓구멍을 파고들었다.

수와아, 수와아, 하는 파도 소리.
대학교 MT 때 바닷가에서 들었던 파도 소리와 비슷한 것이, 내가 지나온 문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 착각이겠지만, 이따금 성별을 알 수 없는 괴상한 웃음소리가 섞여 들렸다.
소리는 점점 커졌다.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겨우 무릎까지만 적실 귀여운 물살이 아니라는 걸, 이 방 자체가 진동하고 있어서 알 수 있었다.
아니, 물이 맞는지도 이제는 모르겠다.
물이라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겠다.
그 살벌한 소리는 내가 있는 방에서 더욱 커지고 커져 나를 짓눌렀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던 나는 어느새 욕조의 앞에 다다랐다.
허연 김이 솟아나는 욕조 안은 그 깊이도, 온도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다가오는 진동에 출렁이는 모습으로 어떤 '액체'라는 것만이 느껴졌다.

순간 쿵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그것이 문을 두드렸다. 계속 두드렸다. 두드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욕조와 문을 번갈아 보다가 끝내 움직이기로 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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