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지독하게 술병이 난 것만 같다.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에 틀어박혀 게워내기를 수 없이 반복했고

무얼 그리도 많이 먹었는지 변기 막히는 거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이정도로 취했는데 어제 어떻게 집에 들어온 건지

내심 내 자신이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치열한 화장실에서의 전투를 끝내니 울렁거리던 속은 잠잠해진 듯하다.

문제는 지독한 두통과 갑작스럽게 찾아온 허기

심한 숙취 탓에 거동조차 쉽지 않은 상태

결국 배달어플을 사용하기로 했다.

"역시 해장엔 얼큰한 국물 만한 게 없지."

어플로 주문을 끝낸 후

침대에 벌러덩 누워 깨질 듯한 두통과 허기를 잠시 달래본다.

어젠 왜 그렇게도 술을 많이 먹었는지...

우연히 정말 오랜만에 만난 친구놈이 너무나 반가웠다.

어느정도 취기가 올랐을 쯤

난데없이 미안하다고 연신 뱉어대는 친구놈의 헛소리가 웃기기도 해서

뭘 그렇게 죄를 많이 짓고 살았길래 미안하냐며 부어라 마셔라 한 결과였다.

내심 친구도 나처럼 개고생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아뿔싸

어제 진탕 마시고 노느라 친구놈 연락처도 못 받고 헤어진 듯했다.

내심 아쉬움에 한숨이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였는데...

그 때, 핸드폰 알림음이 들리고 배달완료 팝업이 떴다.

"벌써...? 무슨 배달이 이렇게 빨라?"

대충 30분은 빨리 배달이 된 셈이다.

뭐, 배달 빨리 해준다는데 싫어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굶주린 배를 움켜쥐며, 현관문을 열었다.

...?

이상하다.

음식이 없다.

배달이 잘못된 것인가?

급하게 핸드폰을 켜서 배달부에게 전화를 해본다.

다행히 전화를 받는다.

나는 배달이 잘못된 것 같다며, 배달부에게 따지듯이 얘기를 했다.

하지만 배달부 역시 되려 나에게 따지듯이 말을 한다.

"저 제대로 배달했어요. 못 믿으시겠으면 지금 바로 올라갈게요. 기다리세요."

순간 열이 뻗쳤다.

만약 배달부가 잘못 배달한 게 맞다면, 그대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다.

배달부를 어떻게 할지 생각하던 중

배달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니, 10X동 10XX호에 음식 있잖아요. 문 앞에 그대로 있는데 왜 지랄이야 씨발 진짜"

그리고 문자로 사진 하나가 전송되어 온다.

이상하다.

분명... 사진에 보이는 건 내 집 10X동 10XX호가 맞다.

그런데...

왜 내 앞에는 없는 거지?

황급히 열린 문 틈새로 나와 문을 바라보았다.

틀림없다.

평소에 보던 내 집 현관문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분명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제 어떻게 집에 들어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