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 5. 26. 금요일.

작성자: 이승현.

남극에서의 발굴 작업 중, 빙하에 묻혀 있던 운석 DW34002가 발견되었다.

운석 DW34002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 옮겨져 연구분석이 시행되었다.

생물학적 유기체로 추정되는 조직이 발견되어 표본이 담당 부서(이곳)로 송치되었다.

유기체 연구분석 팀: 이승현, 배희선, 김태영.

- 바이러스나 병원균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할 것.

20XX. 6. 2. 금요일.

작성자: 이승현.

빙하에 묻혀 있던 덕분인지 표본은 상당히 깨끗한 편이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보다는 식물의 세포조직으로 추정된다.

DNA 분석을 통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볼 예정이다.

20XX. 6. 9. 금요일.

작성자: 이승현.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고대생물이거나, 아니면 외계생물일 가능성이 있다.

배희선 연구원이 지구의 온난한 기후 환경을 조성해 보자고 제안했다.

온도, 습도, 공기질 등을 배희선 연구원의 제안대로 조성하고 관찰하기로 했다.

20XX. 6. 16. 금요일.

작성자: 배희선.

미미하지만 생명 활동이 감지되는 것 같아요!

빙하 속에 들어있어서 생명 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가 아니었을까요?

양분을 계속해서 공급해 볼게요.

- 야호! 무럭무럭 자라라!

20XX. 6. 23. 금요일.

작성자: 이승현.

실제로 조직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배희선 연구원은 "식물 키우기"에 열중인 상태이다.

한 번 더 DNA 분석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알려지지 않은 식물로, 독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할 것.

20XX. 6. 30. 금요일.

작성자: 배희선.

이제 거의 한 뼘 정도 자랐어요.

무슨 꽃이 필지, 어떤 열매를 맺을지 궁금하네요.

많이 먹고 쑥쑥 크렴!

20XX. 7. 7. 금요일.

작성자: 김태영.

배희선 박사는 식물에 많이 몰입하는 것 같음. 원래 저렇게 식물을 좋아했었나?

고대식물인지 외계식물인지는 벌써 꽃이 피기 직전임.

프랑스로 이승현 교수님이 해외 출장을 가셔서 배희선 박사와 둘이 담당하고 있음.

다음 주 중에 귀국하실 예정임.

20XX. 7. 10. 월요일.

작성자: 김태영.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꽃이 피어 있었음. (꽃에 대한 분석 자료는 첨부파일 확인.)

직업정신이 투철한 건지 뭔지, 배희선 박사는 주말 내내 그 식물 옆에서 밤을 새운 것 같음.

도무지 꽃 폈다고 어제 새벽에 전화한 건 이해할 수가 없네. 덕분에 나는 잠을 설쳤음.

20XX. 7. 14. 금요일.

작성자: 이승현.

식물은 계속 성장 중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성인의 허리 높이까지 자란 상태이다.

- 배희선 연구원이 식물을 위해 따로 공간을 마련해주길 요청함.

식물의 크기가 커졌으니 그럴 필요가 있어 보임.

20XX. 7. 17. 월요일.

작성자: 이승현.

주말 사이에 식물이 거의 성인의 키 높이까지 자랐다.

- 배희선 연구원이 양분으로 고기를 줘 보자고 주장함.

김태영 연구원이 이에 반대하면서 약간의 소동이 있었음.

20XX. 7. 19. 수요일.

작성자: 김태영.

배희선 박사가 좀 과할 정도로 식물에 집착한다고 생각함.

고기를 연구비로 못 사게 말리니까 결국 그 식물을 위해 사비로 소고기 한 근을 사왔음.

파라테우스? 식물에 소고기를 주면서 뭐라 하던데 이름까지 지어준 것 같음.

20XX. 7. 21. 금요일.

작성자: 김태영.

열매를 맺었음. (열매에 대한 분석 자료는 첨부파일 확인.)

매실 같이 생겼다며 배희선 박사가 갑자기 식물의 열매를 섭취하려고 해서 겨우 말렸음.

안전을 위해 배희선 박사를 식물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음. 상태가 안 좋아 보임.

20XX. 7. 24. 월요일.

작성자: 김태영.

씨발. 배희선 박사가 연구실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일요일에 집까지 찾아옴.

아니 뭐지? 식물 때문에 정신이 나간 건가?

ㅅ

20XX. 7. 25. 화요일.

작성자: 김태영.

열매를 섭취하려고 결국 배희선 박사가 연구실 문을 부수고 들어감.

매달린 열매 중 하나를 따서 바로 섭취했음.

먹은 후 당장은 특이 사항은 안 보이나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음.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거지? 이승현 교수님이 출장 간 사이에 이 난리임. 미치겠음.

20XX. 7. 26. 수요일.

작성자: 김태영.

양분으로 배희선 박사가 식물에 뭘 주는 건지, 식물이 곧 방을 뒤덮을 정도로 자랐음.

분명 지금 제정신이 아님. 배희선 박사는 밥 대신 식물의 열매만 섭취하고 있음.

필수 영양소도 다 있고 맛도 좋다면서 나에게 계속 열매 섭취를 권유함.

요지부동임. 나도 이제 모르겠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20XX. 7. 27. 목요일.

작성자: 김태영.

너무 당황스럽고 이 상황이 믿기지 않음.

도대체 뭐지? 하... 오늘 출근했더니 배희선 박사가 식물 앞에 쓰러져 있었음. 놀라서 다가갔는데...

나한테 갑자기 달려들었음. 무슨 짐승처럼.

의자를 집어 들어서 배희선 박사를 벽으로 밀치고, 겨우 뛰쳐나와 연구실 문을 잠갔음.

먹이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지금도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있음.

이제 곧 이승현 교수님이 돌아오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상의해야겠음.

20XX. 7. 28. 금요일.

작성자: 이승현.

운석 DW34002로부터 발견된 식물에 대한 연구는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현재 김태영 연구원이 정신적 문제를 겪고 있는 상태이다.

식물에서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는 화학적 성분이 발생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식물을 격리 조치하고 연구 팀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 식물이 있었던 연구실은 폐쇄 조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