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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괴담] 걱정으로 가득 차 있을 H 씨에게.

측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4 17:47:40
조회 14773 추천 176 댓글 9
														
A입니다.

메일 보냈던데, 출장 중이라 이제야 봤습니다.

교육 이수 끝났으면 아마 조만간 투입되겠네요. 너무 긴장하진 말고.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교육 간 과연 이따위 일을 해도 되는지 느꼈을 겁니다.

겁주려는 건 아니고 선배로서 노파심에 조금 귀띔해 주고 싶어 남깁니다.

꼭 이렇게 하라는 건 아니고 자그마한 조언 정도로 참고만.

바쁜 와중에 보내는 거니까 잘 읽어보시고, 안 되겠으면 얼른 도망치시고. 전 안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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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 씨. 배워서 대충 알겠지만 제가 추천하는 건 어느 쪽에도 들키지 말고 조용히.

물론 마주쳐도 만만한 것들도 꽤 있지만, 사람은 보통 시끄럽게 울던가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오니까.

위험은 최대한 피해서 깔끔하게 끝냅시다.


* 메일로 물어봤던 거.

서경시 외곽도로의 휴게시설을 겸하는 한 편의점이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여러 갈래 찢어진 파라솔과 내장이 늘어진 탁자, 짓이겨진 출입문 따위가 보였고

마침 유리창 안에서 울부짖던 남성을 발견해서 주저 없이 머리에 두어 발 쏜 뒤ㅡ 그대로 돌아 나와 도망쳤습니다.





2.

2019년 이후로는 신입들에겐 화기를 잘 안 줍니다.

안전한 거리를 포기하고 한 걸음씩 내딛는 건 맨정신에는 정말 힘든 일인데.

그러니까 누군가 사고를 크게 내면 이렇게 뒷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걸 명심하시고.

몇 번 나가다 보면 본인만의 루틴이 생길 텐데 저의 경우 입사 초기에 화기 지급이 안 되는 작전에서는 단순하게 행동했습니다.

주변 안전이 확인되면 접근, 확실하게 찔러넣고 도망.


근데 되도록 얼굴은 쳐다보지 마세요.

안도감이 서린 표정에서 배신감과 증오로 뒤바뀌는 그 찰나가 평생 생각납니다.





3.

꼭 지랄 같은 일이 일어나는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등 뒤로 소리 없이 다가가고 있는데 고개만 180도 돌린다던가.

먼발치에서 조준하는 순간에 내 옆에 와있다던가.

당하고도 히죽히죽 쳐 웃는다던가.

이런 순간들이 찾아오면 열에 아홉은 출동이 늦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냅다 가진 걸 모조리 퍼붓고 멀찍이 물러나세요.

3초 정도만 센 뒤에ㅡ 괜찮겠다 싶으면 마무리하고, 안 되겠다 싶으면 즉시 도망치고.

이미 변했는지 분별하는 감각이 예리해야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잘 판단해요.





4.

드물지만 이동 중에 운전수가 거품을 물기 시작하면

글로브박스 안에 통이 있으니까 얼른 한 줌 꺼내서 목덜미 잡아채고 입안에 쑤셔 넣어요.

손을 씹어대더라도 무조건 참고 목구멍 깊이. 심하게 반항하면 주먹으로 몇 방 주고.

J 주임이 비치해 둔 건데. 탄산리튬, 소금, 성인(聖人)의 유해, 향나무 분말. 뭔지 소문은 무성해도 효과는 있으니까.

이게 사람으로서 최대한의 정이고.

늦었다 싶으면 눈 까뒤집으면서 꺾기 전에 가차 없이 장비로 대가리 날리고 핸들 낚아채야 합니다.





5.

H 씨 전에 보니까 연초 태우던데, 뭐든 간에 태운 냄새는 기막히게 잘 맡으니까.

끊는 게 어떻습니까.

저도 어느 날 작전 내내 귀 옆에서 짐승 같은 게 킁킁거리길래 그날로 끊었거든요.

정 안되면 릴이나 아이코스 같은 거 알아보시고. 그건 괜찮을 것 같습니다.





6.

회사에서는 통신 유지하라고 무전기 쓰라는데, 무시하고 만약 켜져 있으면 반드시 끄세요.

상부에서 도움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린답시고 지급해 주는 줄만 알았는데

중요한 순간 찢어질 듯 괴성을 지르던가, 사이렌 소리 따위를 냅니다.

예전에 제 사수도 캐비닛 안에서 숨죽이고 버티는 와중에 갑작스레.


사무실에서 전원을 켜보니 아무 소리도 안 나길래 그대로 과장님 드렸더니,

좀 만져보시곤 가청은 안되지만, 반향에 잘 잡히는 대역이라 하시던데. 그냥 쓰지 맙시다.





7.

H 씨 입사 동기 L 씨. 키 큰 쪽 말고 작은 쪽.

께름칙합니다.

상부에서는 이력서에 신장대, 박수, 핏줄 따위의 키워드가 있는데도 따로 결격사유는 없다고 닥치고 받았지만,

면접 참관해 온 5년간 면접 내내 그렇게 즐거워하는 인간은 처음입니다.

탁자 아래서 양손을 미친 듯이 꿈틀거리던걸 H 씨는 못 봤을 테니까. 조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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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말해주고 싶은 게 많지만 시간도 늦었고 하니 다음에 마저 말해줄게요.

일을 못 버텨서 해고당한 직원들도 있고, 자아 없이 시키는 대로 버티는 사람도 있고.

이런 회사에 들어온 이상 우린 지옥으로 향하는 게 확실하지만, 어차피 시작한 거 감정 죽이고 잘 버텨보세요.


얼굴 맞대고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은데,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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