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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불청객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31 16:17:49
조회 11050 추천 178 댓글 5
														

삑, 삑, 삑, 삑.


혼자 사는 원룸에서 자정에 갑작스레 들리는 이 소리는 순간적으로 나의 모든 행동과 사고를 멈추게 했다. 이 시간에 찾아올 손님은 당연히 없었고, 문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은 부모님과 나뿐이었다.


'누구지', '경찰에 신고할까', '잘못 누른 거겠지', '혹시 도둑이나 강도일까', '그냥 술 취한 사람일까',  ...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네 번의 '삑' 소리 이후에는 불쾌한 적막이 찾아왔다. 식은땀이 나고, 내 심장 소리가 들렸다. 문 하나만이 불안전한 외부와 나를 분리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미동 없이 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10분이 지났을까, 약간 진정되기 시작했다.


'살짝만 열어보자.'


나는 문밖을 확인하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었다. 한 손에는 부엌에서 가장 튼튼해 보이는 식도를 든 채로 슬며시 문을 열어 바깥 상황을 살폈다. 밖은 텅 빈 복도뿐이었다.


'그래, 그냥 착각해서 잘못 누른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리고 나는 이곳으로 이사 온 후 가장 불편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나는 현관문 안전고리를 달았다. 어젯밤과 같은 상황에서 만약 비밀번호 도어록을 열었더라도 이제는 문을 열 수 없을 것이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에 들려는 찰나, 다시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삑.


또 불쾌한 적막이 찾아왔다. 이틀 연속으로 자기 집을 잘못 찾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무언가 잘못된 상황에 내가 처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다. 나는 뭐라도 해야 했다.


"누구세요."


머리로는 소리쳐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목이 멘 상태로는 의도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밖에서는 작게 멀어져 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안전고리가 걸린 채로 밖을 살짝 내다보았으나 이번에도 텅 빈 복도뿐이었다.




다음 날, 나는 오늘도 같은 일이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번의 반복은 결코 실수일 수가 없다. 그리고 자정이 되고, 그 불청객이 찾아왔다.


삑, 삑, 삑, 삑.


나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여기... 그... 빨리 와주세요. 그... OO동 OO번지인데요... 그저께부터 밖에 계속..."


말이 제대로 안 나왔다. 세 번째 겪는 일임에도 전혀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지나고, 두어 명의 발소리가 문 앞에서 멈췄다. 안전고리가 걸린 채 내다보니 신고를 받고 온 경찰 두 명이 와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그저께부터 겪은 일을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경찰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 선생님, 이 근처에 유흥가가 있다 보니 취객이 집을 못 찾는 경우가 좀 있어요. 예... 그, 저희가 하루 한 번은 취객이 집에 찾아왔다, 취객이 쓰러져있다, 밖에 누가 고성방가를 하고 있다, 이런 신고를 받는데요, 선생님. 저희가 최대한 조치를 취하면서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한데, 저희가 막 집을 지켜드리거나 그러기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고요... 그... 문단속 잘하시고, 일단은 문에 걸쇠도 있으시니까... 아니면 CCTV 같은 걸 좀 설치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요, 선생님."


경찰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다음 날, 나는 문밖에 CCTV를 설치했다. CCTV를 돌려보면 적어도 불청객이 취객인지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자정이 되자 역시나 소리가 시작됐다.


삑, 삑, 삑, ...


'그래, 누군지 얼굴이나 보자.'


삑, 삑. 띠리리. 철커덕. 쿵. 철커덕. 띠리.


문이 열렸다가 거의 바로 닫혔다. 비로소 비밀번호 도어록을 연 것이다. 문은 안전고리에 걸려 열리지 않았고, 문밖의 누군가는 이를 알아챘는지 바로 다시 문을 닫았다. 문이 열린 그 짧은 순간, 안전고리 길이만큼의 좁은 틈에서 문밖의 상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문 뒤에 서 있어서 보이지 않는 위치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밖의 CCTV는 이 상황을 철저히 녹화했을 것이므로 이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여전히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내일 낮에 CCTV를 확인할 생각을 하며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나는 어젯밤 자정 전후로 녹화된 CCTV 동영상을 확인했다. 그러나 자정의 그 순간만 절묘하게 녹화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화면이 뿌옇게 흐려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나는 밤의 불청객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호신용품을 마련했다. 시간이 지나 밤이 찾아오고, 자정이 되면서 다섯 번째 불편한 방문이 시작됐다.


삑, 삑, 삑, 삑, 삑. 띠리띠리.


비밀번호를 틀렸다. 당연히 비밀번호는 바꿨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다시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삑, 삑. 띠리리. 철커덕. 쿵.


비밀번호 도어록이 열렸고, 안전고리 길이만큼 문이 열렸다. 오늘은 어제와 달리 문이 닫히지 않았다. 그 좁은 틈으로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호신용품을 쥐고 있는 내 손에는 땀이 고였다. 문의 그 좁은 틈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10분이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상대는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조용히 나갔나', '어떡하지', '문을 닫을까', ...


머릿속은 이 상황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로 복잡했다. 나는 차라리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이 끔찍한 밤의 연속을 끝내고 싶었다. 나한테는 호신용품이 있다. 빠르게 나가서 이걸로 공격하면 될 것 같다.


하나, 둘, 셋.


나는 재빨리 안전고리를 풀고 문을 열어 복도를 겨누었다. 그리고 텅 빈 복도를 마주했다.




다음 날, 나는 비밀번호 도어록을 구식의 열쇠 손잡이로 교체하기로 했다. 어젯밤 바뀐 비밀번호를 바로 알아냈던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전에 비밀번호 도어록에 어떤 장치를 쓰면 바로 문이 열린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열쇠를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차라리 그걸 감수하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현관문에 안전고리도 하나 더 달고, 호신용품도 몇 개 더 준비했다. 그리고 밤이 되었고, 오늘 밤은 부디 아무 일 없이 넘기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자정이 되자 문 쪽에서 어김없이 같은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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