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최근 방문

NEW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연재] 정육면체 외전 <6999번>

키우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07 21:58:52
조회 9396 추천 99 댓글 12
														




살면서 누군가와 그렇게 웃고 떠든 적은 처음이었다.


항상 혼자였던 나는,


그 날, 밖에 있던 남자와의 대화를 무척이나 즐겼었다.


마치, 나는 그 남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마 나는 그 날의 대화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다시 남자를 만나고 싶다.


물론 나도 알고 있다.


그 남자 또한, 그동안 나를 죽여왔던 괴물들과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와 함께했던 짧은 몇 시간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시간이었단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가 있었다.


그 남자 덕에 2년 만에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봤다.


그 남자 덕에 10년 만에 큰 소리로 웃어봤다.


그 남자 덕에 10년 만에 즐겁다는 감정을 느꼈었다.


그 남자 덕에 10년 만에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 남자 덕에 처음으로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도 나와 대화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했었지.


다음 번에도 다시 얘기를 나누자고 했을 때,

그도 수락을 했었으니 말이다.


다시 그 남자를 만나고 싶다.


그가 인간이 아니래도 상관없다.


그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살아있을 이유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그와 다시 한 번 그때 같은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다시 한 번 그 공간으로.


기다리고 있어 줘.


다시 돌아갈게.


내 사랑.





















여기는...?


내가 왜 다시 여기로 끌려온 거지?


내가 또 자살 시도를 했던 건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은,


그 남자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소리다.


설렌다.


아마 나는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자살 시도를 했던 걸 거야.


틀림없어.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누군가가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남자다.


그 남자가 확실하다!


나는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사 소리를 듣지 못한 건가?


나는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왜지?


그는 내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텐데?


왜 무시하는 거야?


얼른 너도 인사해줘.


그 때처럼 같이 대화를 나누자고.


나 유진이야, 이유진!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분명 우리 둘은 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눴었잖아.


무시하지 마.


얼른 대답하라고.


........


남자의 발소리가 들린다.


그의 발소리는 정육면체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잠깐, 가지 마.


난 너를 만나기 위해서 다시 그 짓을.


잠깐, 잠깐만!


쾅 쾅 쾅


이 소리 들리지?


나는 안에 있어.


그러니 제발 돌아와.


다시 대화를 나누자.


하루 종일이라도 괜찮으니까.


아니, 너와 함께라면 일 년 내내라도 가능해!


그러니 제발,


나를 버리지 말아줘.


난 너 때문에,


이곳에.


.......


더 이상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는 완전히 떠나버렸다.


대체 왜 무시당한 거지?


난 너를 만나기 위해서 이곳에 제 발로 다시 찾아 왔다고.


죽을 만큼 보고 싶었어.


진짜로 죽어버릴 만큼 보고 싶었다고.


한 번 더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


너는 그렇지 않았던 거야?


이 씨발.


씨발.


"씨발 새끼야!!!"


.........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대체 난, 무엇 때문에.


......


.......


"......."


.......?


멀리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누구지?


남자가 가버리고 나서,


곧이어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건,


설마, 남자의 여자친구인가?


......


용서 못해.


나는 여자에게 소리쳤다.


"야 이 씨발련아!!"


"......"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쟤가 나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건데?!"


"......"


"알겠다, 너가 쟤 귀에 벌레를 집어 넣은 거지? 그래서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거야!! 맞지?? 이 썅년아!!"


"......."


"벌레가 아니면 뭐야?? 폭탄을 심어 넣은 거야?? 그 폭탄은 어디서 구했어?! 너네 아빠 뭐 되냐?? 어?!! 얼른 대답해!!"


"........"


"너, 걔랑 몇 시간 넘게 얘기해 본 적 있어??!!! 있냐고??!! 나는 있어!!! 걔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건 너 같은 벙어리년이 아닌 나라고!!

너 혼자만의 연애 하지 말고, 주제를 쳐 파악해 이 씨발년아!! 알아 쳐먹어??!!"


"............."


"말을 쳐 하라고!!! 너,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면 그따위로.."


"K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ĸᴉ"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외전은 여기서 끝이고, 조만간 다시 본편으로 찾아오겠음

외전 주인공들은 딱히 본편 주인공이랑 큰 상관은 없는 애들이지만,

까메오 느낌으로 가끔씩 언급만 될 예정

내용 중에서 궁금한 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주셈.

추천 비추천

99

고정닉 15

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12
댓글 등록본문 보기
  • ㅇㅇ(219.251)

    결국 돌아와도 자살재시도엔딩이네

    2023.08.07 22:13:27
    • ㅇㅇ(219.251)
      7
      2023.08.07 22:13:39
  • ㅇㅇ(1.235)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여자형 괴이랑 뭐 하냐고… 근데 저 자살 시도한 소녀가 알고 있는 ‘그’는 입과 다리가 달린 기둥 형상을 한 괴이잖아. 그 괴이는 한 번 돌려보내준 소녀는 기억 못 하는 거야? 아니면 ‘돌려보내줬는데 왜 온 건지? 내 성의를 무시하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 싶기도 하네. 아니면 재미있는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냥 가버린 건가?

    2023.08.07 22:23:12
    • 키우미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기둥이랑 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은
      기둥이 벽을 두드린 횟수만큼 자신도 벽을 두드려줘야 하는데,
      기둥은 벽을 8번 두드렸고
      주인공은 3번 두드려서
      조건이 성립이 안돼서 그냥 떠나게 됨

      2023.08.07 22:28:36
    • 키우미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지난 번에는 여자가 벽을 차다가 우연히 횟수가 같아져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거라, 대화를 할 수 있는 조건을 몰라서 저렇게 된 거.

      2023.08.07 22:30:15
    • ㅇㅇ(1.235)

      아 그렇네 ㅋㅋㅋㅋㅋ 가장 중요한 대전제를 내가 고려를 안 했구나. 근데 저 이유진은 탈출할 때 ‘그’라는 괴이한테 이름을 얘기했었잖아. 그럼 ‘그’라고 말하는 괴이는 이유진이 ‘나 유진이야, 이유진!’ 이라고 했을 때 그녀라는 걸 알아차렸을까?

      2023.08.07 22:31:07
    • ㅇㅇ(1.235)

      아 저건 말한 기호가 아니구나 미안 더 꼼꼼히 봤어야 했는데. 글 잘 읽었어!

      2023.08.07 22:47:45
  • 계약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근데 이유진이란 애 나이가 몇임? 생각이 참 짧네…

    2023.08.08 08:29:49
    • 키우미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대 중반인데, 애정결핍이 극에 달해서 정신이 이상해짐.
      처음 자살 시도도 그 때문에 하게 된 거.

      2023.08.08 09:04:30
    • ㅇㅇ(121.139)

      아버지는 대체 뭐하시길래 자꾸 저 지옥 같은 데서도 아빠를 찾는 거임? 참 대단해

      2023.08.08 12:02:13
    • 키우미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아무것도 아님.
      그냥 혼자 자신이 재벌집 딸이면 어떨까하고 오랜 시간 망상하다가, 진짜로 자기 아빠가 재벌인 걸로 인식해서 그럼.
      현실로부터 도피를 하는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었음.

      2023.08.08 12:18:38
    • ㅇㅇ(121.139)

      어우 망상증에 애정결핍이라니… 근데 어째 케이스가 다들 이상하게 흘러간다? 탈출했던 사람들이 다 자의로 다시 돌아오고 있네…?

      2023.08.08 17:46:34
1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3010 설문 새로운 워터밤 여신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5/19 - -
3012 이슈 [디시人터뷰] 최다니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배우 운영자 25/05/23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8) [19]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61150 282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4.22) [25]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373779 274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6]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5725 47
20489 공지 FAQ [22]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4827 81
14406 공지 신문고 [13] 흰개(118.235) 24.03.22 10710 63
35220 잡담 gpt 뭔데 잘쓰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6 40 0
35219 기타괴 아무리 생각해도 꺼림칙 하지 않아? ㅇㅇ(125.208) 00:16 29 3
35218 기타괴 미래아파트 Nex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01 19 0
35215 기타괴 ■일차 녹음파일 [1] SeaPear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63 1
35214 찾아줘 이거 이름 뭐지 [2] ㅇㅇ(110.10) 05.23 91 1
35213 기타괴 머리 위에 숫자가 보인다 브로큰애시가리인포스보다수리비싸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56 4
35212 기타괴 동해 B지구 특수 요원 행동강령 무지성거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43 1
35211 규칙괴 신입생을 위한 주의사항들 ㅇㅇ(211.250) 05.23 44 2
35207 연재 천사의 요람 6(시계와 분수대) 프리지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57 3
35206 찾아줘 분명 여기서 봤는데 결말만 기억난다 [2] ㅇㅇ(1.224) 05.23 119 1
35205 연재 내가 쓴 공포소설 평가좀 [3] ㅇㅇ(221.155) 05.23 105 3
35204 잡담 동화책 작화 차력쑈 ㅇㅇ(59.16) 05.23 94 5
35203 나폴리 4차원의 존재는 3차원의 그림자를 갖는다. ㅇㅇ(211.118) 05.23 61 1
35202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22화 [2]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73 8
35199 잡담 짧은 괴담 모음글은 없나? [4] ㅇㅇ(116.43) 05.23 110 0
35198 규칙괴 ※필독※ <이 곳은 전혀 보이지 않는 암흑카페> 이용 수칙 [1]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87 11
35195 잡담 이런 규칙 있는 괴담 '써줘' [1] ㅇㅇ(58.124) 05.23 109 2
35185 규칙괴 XX호텔 직원 행동지침서 [4] 이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90 7
35184 잡담 새를 소재로 한 괴담 보고싶다 [3] .(211.207) 05.23 136 0
35179 나폴리 무심한 문 [2] 옹기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733 20
35178 잡담 call 꼭봐봐라 ksd8844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12 2
35177 기타괴 죽은 자는 말이 없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35 6
35176 기타괴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지 [3] ㅇㅇ(223.38) 05.23 173 5
35175 나폴리 지금 OO행, OO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ㅇㅇ(39.7) 05.23 100 4
35174 잡담 인터넷의 정보가 오염됨과 동시에 그게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80 0
35173 잡담 나도 나폴리탄 소설 써보고 싶다 [6] 비에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34 1
35172 규칙괴 <포비의 집> 안구를 적출하십시오. [9] ㅇㅇ(106.101) 05.23 1138 28
35169 운영 날짜 관련 [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110 29
35168 잡담 안구를 적출하십시오. [1] ㅇㅇ(106.101) 05.23 128 2
35166 해석 [혼자 지하실로 들어가게 해서 많이 놀랐지?] 해석 및 피드백 부탁글 [4] ㅇㅇ(39.114) 05.23 861 15
35165 기타괴 3? ㅇㅇ2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127 3
35161 대회 새 조 심! [Analog Horror] [23] 히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1538 44
35160 잡담 글써보고싶은데 소재추천좀 [4] ㅇㅇ(222.238) 05.22 94 0
35159 잡담 방명록 쓸때 [3] 00(14.50) 05.22 105 1
35158 연재 식욕(食慾) 9화 - 전도 lll JJJ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84 5
35157 기타괴 카레 레시피 고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131 4
35156 나폴리 "단 한가지만 고를수있습니다" [3] ㅇㅇㅇ(115.126) 05.22 244 6
35155 기타괴 전해지지 않은 규칙서 [1] 오오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228 10
35154 잡담 확실히 나폴리탄이 매력이 있긴 하네 오라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116 2
35153 해석 다리 해석 [1] 고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76 3
35152 잡담 대회 글 왜이렇게 없냐? [6] ㅇㅇ(116.45) 05.22 213 5
35151 나폴리 성악설(性惡說) [7] 숯불양념치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377 15
35149 잡담 여긴 뭐 하는 사이트길래 글도 못 봄? [7] 캐슬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313 0
35148 잡담 혹시 여기 피드백도 해줌? [6] ㅇㅇ(39.114) 05.22 154 0
35147 사례괴 ㅡ공고ㅡ 육하원칙의 사내를 만났다면 연락 주십시오. [13] 방울한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1417 60
35146 나폴리 초능력자 복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86 4
35145 잡담 2달만에 오니 많이 쌓여있네 볼거 개많네 흐흐흐흐 ㅇㅇ(14.43) 05.22 79 5
35143 나폴리 그림자 [1] ㅇㅇ(1.219) 05.22 47 3
35139 기타괴 인지오염이 곁들여진 일상 [3] 오버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248 8
35138 잡담 뉴비인데... [4] ㅇㅇ(118.235) 05.22 117 2
뉴스 男아이돌 팬클럽 897명 개인정보 유출…소속사, 3주만에 사과 디시트렌드 05.2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