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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신생아는 바보다.앱에서 작성

이혁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05 23:27:46
조회 5629 추천 13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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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에둘러 얘기해도 그건 사실이다. 성인의 기준에서 신생아는 바보다. 웩슬러 지능 검사 빵점짜리 생명체다.

수정란 시기를 갓 지난 배아는 또 어떤가? 정신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공장제 벽돌보다 더 나은 측면이 전혀 없다.

그런 것들이 시간과 영양만 충분히 공급한다면 지구 역사상 최고의 지성체로 불리는 인간으로 자라난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대체 인간에게 왜 그런 멍청이 시절이 필요하단 말인가?

전혀 필요 없다.

그렇다면 만일, 탄생의 순간부터 인간적이고 또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어떨까? 

문득 떠오른 상상에 사로잡히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세상에서 첫 숨을 내뱉는 동시에 우리의 정신을 수십 년간 괴롭혀온 광차의 레버를 단숨에 당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또 그것이 완전히 자라났을 때는 도대체 어떤 지적 수준에 도달할까? 지구에는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의 지적 혁명이 도래할 것이다.

나는 곧바로 연구에 몰두했다. 탄생의 순간부터 완벽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신생아를 창조하는 것은 머지않아 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길게 말하진 않겠지만,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연구비는 원래부터 없었던 것마냥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정말로 아주 많은 재료들이 필요했고 좋든 싫든 학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과 가까이할 수밖에 없었다. 

말하자면 비공식적인 협업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단 하나, 내가 성공했다는 것뿐이다.

십 년 하고도 꼬박 오 년은 더 지하실에 처박힌 보람이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날, 나는 거대한 인공 배양기를 메스로 조심스럽게 갈랐다. 

배양기 내부에는 내 일생의 역작이 가만히 잠들어 마지막 꿈을 꾸고 있었다. 따뜻하고 맥동하는 주름투성이의 그것은, 육체적으로는 어디를 보나 평범한 태아였다.

정신적으로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해당 태아에 대하여 미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바로, 그것의 예상되는 지능은 딱 평범한 20대 성인 정도였다. 

웩슬러 검사 100, 혹은 100을 조금 넘는 수준일까. 고작 이 정도로 연구를 종료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그쯤만 해도 학계를 그럭저럭 뒤집어 놓을 논문감은 될 일이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성인 수준의 지능을 가진 신생아.

나는 지난 날 동안 여러 개의 질문이 적힌 리스트를 준비했다. 정치, 철학, 미학이나 종교에 관한 질문들. 

이 지구나 인류 문명, 사회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인간이 내리는 판단을 모두 받아적을 셈이었다. 물론 광차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그 아이가 탄생의 순간에는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성장한 이후에는 전지한 초인적 존재로서 우리의 삶과 인생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에 명료한 답을 해주길 바라며.

물론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리스트의 답변 란은 여전히 비어 있다. 아이가 다 자라서는 도대체 얼마나 초월적 존재가 되었을지도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이가 눈을 뜨자마자 내게서 메스를 빼앗아 자기 목을 그어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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