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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갤러리 소개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당신은 건물 옥상에서 눈을 떴다. 주변에는 찢어진 종이 조각들이 많았다. 다 쓴 볼펜도 무척 많았다
옥상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자욱해서 아래 풍경도 지평선도 보이지 않았다.
그 중에 유일하게 멀쩡한 수첩과 볼펜이 당신 옆에 있다. 곧장 펼쳐 보았다.
꼭 읽어.
당황스럽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왜 여기 있고 어젠 뭘 했고 잘 기억이 안 나겠지만 그런 건 잊어버려. 살아서 나갈 생각만 하자.
기억나지 않겠지만 이건 네가 쓴 글이야. 이 건물에서 나가기 위해서 해본 것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한 거야.
이 건물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죽으면 다시 살아나게 만들어. 기억은 전부 지워지는 게 문제인데, 아마 더 오랫동안 괴롭히고 싶어서 인 것 같아.
너도 그렇겠지만 난 영원히 죽고 싶진 않거든? 그래서 나갈 방법을 계속 찾고 있어. 아래 내용들로만 하면 웬만하면 살 수 있을 거야.
죽어서 기억을 잃었는데 어떻게 살 방법을 아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데 뭐든 하기 전에 벽이든 종이에든 내 행동을 미리 써놓는 식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맨 마지막 페이지에 행동은 있는데 그 뒤 내용이 없다면 넌 그 행동으로 죽은 거야. 강령을 만들 때 이 점 꼭 기억해줘.
수첩은 항상 네 옆에 있어. 페이지는 무한대로 늘어나고 볼펜도 마찬가지야. 이 건물이 널 가지고 놀기 위함이겠지? 내가 노력하는 꼴이 재밌나봐. 씨발.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 이 좆같은 새끼가 이기는 꼴을 볼 수는 없잖아.
0. 수첩이랑 볼펜은 항상 들고 다녀.
이유는 말 안 해도 알지? 뭘 하든 간에 처음 하는 행동이고 이 수첩에 없는 내용이라면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한 행동을 적어놔. 가끔 네가 적은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적혀있을 때도 있는데 그것도 네가 쓴 거야. 여기가 말도 안 되는 곳이니까 그래. 볼펜은 여차할 때 목 부위를 찔러. 제일 빨리 편해진대.
참고로 뒷내용을 모른다고 쓰여 있는 행동 강령은 생존률이 0프로라는 거야. 그냥 하지마.
1. 옥상은 오래 있어도 괜찮아.
생각이 필요하거나 잡히면 안 되는 것들이 쫓아오면 옥상으로 도망쳐. 옥상 문으로 못 들어오는 건 아니라 쫓아오긴 하는데 얘네는 속도 조절을 잘 못해서 보통 옥상 밖으로 떨어져. 그래도 뜬금없이 문을 열고 쳐들어오는 경우는 없으니까 깨어났을 때 최대한 많이 읽고 가.
아니네. 쳐들어오면 반응 못하고 매번 죽어서 기록을 못한 거였어. 그냥 최대한 빨리 읽어. 그나마 안전한 곳이긴 한데 그래도 행동 강령만 읽고 바로 내려가는 게 좋아.
1-1. 옥상 밖으로는 뛰어내리지 마.
옥상 밖으로 떨어지면 끝없이 떨어져. 수첩이랑 볼펜은 들고 떨어져서 적어 놓을 수는 있었나 봐. 근데 자살하기 직전에 볼펜으로 자기 목을 찌르겠다고 적혀있었는데 다음 페이지에 피가 엄청 많이 묻어있었어. 볼펜으로 찔러서 나온 양은 아닌 거 같고, 내 피가 아닌 거 같은 것도 있었어. 아무튼 뛰어 내리는 건 좋은 생각은 아니야.
2. 5층은 조용히 내려가야 해.
숨소리나 심장 박동은 괜찮아. 5층 꼬라지를 보면 알겠지만 벽들도 그러니까. 대신 네가 말을 한다거나 뛴다거나 하면 안 돼.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벽 중에 존나 큰 입이 있는 벽도 있으니까 아마 그거에 잡아먹히거나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볼펜 소리 정도는 괜찮은데 수첩 넘기는 소리가 너무 크면 위험할 수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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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비상식적인 내용에 당황한다. 무슨 개소릴까 싶다만, 건물 아래 가득한 안개가 이 글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찢어진 종이 조각들은 수첩에서 필요 없는 내용들을 제거한 것일 테고 쌓여있는 볼펜들은 당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믿을 건 이 수첩뿐이었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도 수첩을 읽어가며 당신은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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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벽이 말을 걸어와도 무시해.
당연한거지. 여기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어. 있더라도 벽에 낀 사람을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
2-2. 엘리베이터는 건들지마.
내려감 버튼을 누르든 올라감 버튼을 누르든 그 뒷내용이 항상 안 적혀 있어. 그렇게 눌러보고 싶게 생기지도 않았고.
2-3. 계단을 내려갈 때는 손잡이를 잡지마.
손잡이만 안 건들면 계단은 괜찮아. 근데 손잡이를 한 번 잡으면 떼놓을 수 없고 계단을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 자살도 못하고 그 새끼가 나타날 때까지 손잡이만 잡고 있어야 해.
올라가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뛰어 올라가. 위에 써놓은 조용히 하란 말 좆까고 뛰어. 뒤에서 무슨 말이 들려도 뒤를 돌아보면 안 돼. 무조건 옥상까지 뛰어가. 그 새끼는 편하게 죽여주지도 않아.
2-4. 최소 5분에 한 번씩은 창문을 봐줘.
창문이 있는 자리를 기억해둬. 가끔 너무 많이 가는 바람에 창문을 못 찾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2-5. 나가면 엄청 행복해져. 너무 행복해서 무언가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괜히 뭘 하려는 팔다리 같은 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네. 내장도 파내. 천천히 너도 꼭 이리로 와. 행복해지자.
2-5. 창문을 보는 건 좋은데 볼 때 10초 이상 보면 안 돼. 창문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어차피 늦은 거니까 수첩은 바닥에 내버려두고 뛰어 내려.
창문 밖에 보이는 풍경은 가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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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수첩의 말을 훌륭히 수행했다. 얼마나 많이 죽어 만들어진 수첩인지는 모르겠으나 하라는 것들과 하지 말라는 것들이 무척 많았다. 그나마 층마다 대응법이 분류되어 있어 필요한 부분만 읽는 식으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죽었다면 내 시체는 어디에 있는 걸까? 시체를 멀쩡하게 고쳐서 굳이 옥상에 갖다 놓고 기억까지 지워버린다는 걸까?
애초에 이곳은 뭘까. 나는 살아 나가기 위해 몇 번이나 이곳에서 죽은 걸까? 왜 하필 내가 이곳에 있는 걸까? 나폴리탄 괴담을 많이 읽은 게 잘못이었을까?
당신은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갔다.
4. 다다음 페이지는 절대로 보지마.
뒷장에 비쳐 보일 수도 있으니까 3장 정도 건너서 써. 찢으려고도 하지마. 어차피 안 찢어져.
4-1. 3층에서는 전부 똑바로 행동해. 나도 괜찮아. 생각은 안 괜찮아. 그러니까 여기 쓰여 있는 내용들은 똑바로 읽어.
4-2. 건물들이 전부 똑바로 되어 있어도 정상이야. 근데 반대로 걷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말을 걸지 마. 안 그러면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
말을 걸지 않으면 문장을 완전히 정확한 순서로 말할 거야. 예를 들면 ‘왼쪽 길로 가세요’를 ‘요세가 로길 쪽왼’이라고 하지 않겠지.
이 말을 들을 때 이해 못한 티를 내면 돼. 최대한 자연스럽게 굴지마.
4-3. 똑바로 걷고 있는 사람에게 뭔가를 물을 때나 대답할 때나 너도 똑같이 정확한 순서로 말해줘야 해. 미리 연습해 놓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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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의아해 하던 당신은 말을 전부 반대로 해석하면 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왜 4번 행동 강령은 똑바로 적힌 걸까? 만약 이것도 이 층에서 작성된 내용이라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말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의심하기 시작하니 모든 것들이 다 의심되기 시작한다.
왜 나는 행동강령을 쓸 때 뒷내용을 의미심장하게 적었을까? 차라리 똑바로 적어줬다면 더 경각심을 갖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내려가는 도중에 쓰는 내용이니 길게 쓸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친절함은 유지하되 경각심을 유지하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럼 저 페이지는 읽어야 하는 걸까? 그러다가 죽으면? 만약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그건 나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당신은 주인 없는 그림자들을 피해 다니다 얼굴 이목구비가 완전히 뒤집어져 있고 뒤로 걷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당신은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갔다.
6. 2층에 내려갔을 때 수영장이 있으면 오른쪽으로 가.
2층에 내려갔을 때 수영장이 있으면 수영장 안으로 다이빙해.
2층에 내려갔을 때 수영장이 있으면 옥상으로 올라갔다와.
여러 번 해봤는데 매번 달라져. 그냥 수영장 생김새 보고 눈치껏 해.
대신 수영장이 없으면 바로 자살해.
6-1. 미끄럼틀이 세 개가 있는데, 이 중에 파란색 미끄럼틀을 타.
수영장에 ‘수영 금지’ 팻말이 있으면 미끄럼틀을 타면 안 돼.
그 때는 다이빙대에 올라가서 다이빙을 해야 해. 제일 높은 다이빙대를 골라서 올라가.
대신 제일 높은 다이빙대 높이가 100미터를 넘어가면 자살해. 이유는 모르겠는데 환경이 옥상 밖이랑 비슷해지는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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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부터 행동 강령이 없었다.
대신 ‘뒷내용 보고 나중에 정리해서 추가할 것.’ 이라고 적혀 있었다.
약 100페이지 정도 되는 빈 종이를 넘기다 보니 뒤엔 당신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수첩이랑 볼펜은 왜 있는 거야 싸이코 새낀가
좆같다 너무 무섭다 엄마 보고 싶어
나는 착하게 살았는데 무서운 얘기 좋아했을 뿐이지 직접 겪고 싶지는 않았다 유서를 쓴다고 해도 누가 볼 것 같지도 않지만 혹시 모르 (눈물 자국)
이거 기억에는 없는데 내 글씨체인 거 같다 만약 내가 죽었는데 다시 살아나서 기억을 잃은 거고 수첩에는 남는 거라면?
맞는 거 같다 벌써 한 두 번은 죽었나 보네
지금부터 계단 아래로 내려갈 거임 뛰어도 되는지 테스트
안 됐나 보네 그럼 최대한 조용히 다녀야 하는 거 같고 얼마나 조용해야 하는지 테스트 속삭이는 정도는 되나
이것도 안 됐음 그러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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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를 읽고 해야 할 일을 추론하는 일은 어렵진 않았다.
2층까지 내려오면서 당신은 메모를 작성하는 방법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옥상에서부터 2층까지 내려오는 일은 힘들었지만 그 사이에 당신은 꽤나 대담해졌고 경험도 많이 쌓여있었다.
수영장을 지나 탈의실에서 피부를 갈아입고 복도를 죽을 각오로 뛰어 ‘그 새끼’에게서 벗어났다.
당신은 어쩌면 이곳을 살아 나가는 첫 번째 당신이 될 거란 기대감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한다.
당신은 한층 더 아래로 내려갔다.
1층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아무리 뒤져봐도 2층까지가 끝. 1층은 처음 도달한 모양이었다.
당신은 2층에 대한 정보를 메모한 후 조심스럽게 1층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1층은 안전한 거 같음 계속 걸어가 봤는데 그냥 복도임 방도 전부다 안전함
왼쪽부터 계단에 가까운 순서대로 1~13이라고 부르겠음
1 O
2 O
.
.
.
13 O
오른쪽도 똑같이 확인
1 O
2 O
.
.
.
13 O
마지막으로 복도 맨 끝에 있는 방 확인해보겠음
쪽지에 마지막 문장을 적고 수첩을 닫은 당신은 조심스럽게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만약 이게 진짜 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당신은 진짜 나폴리탄 괴담에서 살아나간 인간이 되는 것이리라.
당신은 당신 스스로가 꽤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지금껏 나폴리탄 괴담들을 읽어온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당신은 문을 열었다.
당신은 방안을 확인했다. 별 괴이한 것들을 다 상상한 당신은 여느 방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나마 뭐가 다른 게 있기는 했는데 방바닥 아래에 놓여있는 쪽지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당신은 쪽지를 들어 올렸다.
수고했음 ㅋ
당신은 자신의 글씨체로 써 있는 쪽지를 쳐다보았다.
이건 뭘까? 또 다른 괴이한 짓거리의 시작일까? 당신은 쪽지를 만져도 보고 맛도 보고 해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당신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생각했다. 함정일까? 아니면 나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걸까?
당신은 문득 4번의 행동 강령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4번의 행동 강령이 거꾸로 되어있었던 모양이다.
그걸 읽어봐야 제대로 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으리라.
당신은 이 정보를 수첩 맨 뒤에 적어 놓고 보지 말라고 적혀있던 페이지를 찾아 펼쳤다.
그곳에는 두 글자가 당신의 글씨체로 작게 써있었다.
병신
당신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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