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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그곳에선 우리가 벌레였다.모바일에서 작성

야만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06 23:10:59
조회 1631 추천 41 댓글 7
														


안녕하십니까.


어... 안녕하세요.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아...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잠시 심호흡을 하신 뒤에, 마음을 가라앉히셨다면 지금까지 겪은 일을 진술하여 주십시오.


...이제 준비 됐어요.


좋습니다. 이제 편안하게 진술하여 주십시오. 혹시 이 공간에 진입하기 직전 무슨 행위를 하고 계셨습니까?


그러니까, 한 삼주 전쯤이었나? 그때 에프킬라로 모기를 잡고 있었는데...


...


...?


아닙니다. 계속해서 진술하여 주십시오.


그, 그러니까. 너무 당황스럽다 보니 말에 두서가 없네요.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그냥 씹고 넘어가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제가 어디까지 얘기했죠? 에프킬라로 벌레를 잡다가 갑자기 팍-하고 현기증이 드는 거에요. 처음에는 제가 에프킬라를 잘못 들이마셨나 싶었죠. 그게 전부 유해성분인데. 그래서 잠시 앉아서 쉬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들었는데?


갑자기 풍경이 바뀐 거에요. 그러니까... 하,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하지? 울창한 숲인데 도시가 있다고 해야하나? 도시에 숲이 있다고 해야하나? 여하튼 갑자기 풍경이 뒤바꼈죠.


그렇군요.


아, 예. 그래서 제가 막 당황해서, 처음은 제가 무슨 환각이라도 보는줄 알았죠. 내가 무슨 에프킬라에 취하기라도 했나? 막 이래. 근데 팔을 꼬집으니까 통증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지는거에요. 근데 또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왜 그런 생각이 드셨죠?


...아시다시피. 두발로 걷고, 옷까지 멀끔히 차려입은, 마치 사람같이 행동하는 커다란 벌레가 제쪽 다가오고 있었어요.


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죠?


그 이족보행하는 벌레들이 절 보더니 괴성을 질렀어요. 팔인지 다리인지 모르겠는데, 여튼 그 가느다란 부위로 제게 삿대질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아니라 제 손에 들린 에프킬라를 가리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 있자니 뭐랄까, 기묘한 기분이 들었죠.


아까도 얘기했듯 전 그때까지 아직 제가 꿈속에 있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멍하니 서있는데 집채만한 벌레들이 몰려와서 절 끌고 데려간거에요. 그... 뭐라고 해야할까요? 도시? 숲?


둥지.


둥지. 그런 이름이었군요? 여튼 벌레들이 저를 그 둥지 한가운데로 데려갔죠.


그런데 딱 거기까지였어요. 그 벌레들은 저를 둥지 한가운데에 가져다 놓기만 했지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았죠. 아, 제 에프킬라 가져간건 빼고요.


그게 끝인가요?


그럴리가요. 제가 막 길바닥 한가운데서 어버버거리고 있으니까 누가 절 자꾸 건드리는 거에요. 처음에는 이족보행하는 벌레가 그런줄 알았는데, 뒤돌아보니 허름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그러고 있었죠. 


사람들이 있었다고요?


이건 모르시나 보네요?


흥미롭군요. 계속하여 진술해 주십시오.


그 사람들도 다 저처럼 영문도 모르고 끌려왔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절 자기네 은신처로 데려갔는데, 한 13명? 그쯤 있었죠.


제가 처음 들어가니 대뜸 저한테 원래 살던 고향을 잊으라고 강요하는 거에요. 자기는 여기에 온지 스무해를 넘겼는데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제가 그래서 물었죠. 그럼 앞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거냐고. 그러더니 그건 또 아니래요. 이제껏 소리소문없이 여길 거쳐간 사람들만 백명이 넘는데요. 


그래서 제가 그러면 저도 곧 돌아갈 수 있지 않냐고 물으니까, 자기가 여태 봐왔는데 유독 오래 남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데요.


그 특징이 뭐죠?


...벌레들이 과도할 정도로 관심을 가지면 그렇데요. 제가 그 관심의 기준이 뭐냐니깐 애초에 이 도시에 손수 데려다 놓은 것 자체가 그것들의 관심을 끈 거래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해를 하든 뭘하든 벌레들이 본체만체하고 지나치는게 정상이라고...


그때 후회가 막심했죠. 아, 내가 에프킬라로 벌레들을 죽여서 벌을 받는거구나. 다신 이러지 말아야겠구나... 그렇게 가슴깊히 반성했죠.


여태까지 그곳에서 지내고 계셨습니까?


예. 한 이틀동안 그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주기적으로 식량을 찾아오는걸 도왔죠.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어쩐지 저희가 벌레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벌레들이 먹다가 버린 음식을 뒤지고, 고인 물을 조금이라도 마시려고 몰려가다 자칫하면 죽을수도 있는 그 상황에서 우리 인간이라고 다를게 없...


어떻게 이곳에 오셨습니까?


...네?


어떻게 이곳에 오셨습니까?


...제 친구를 만났어요. 원일이. 제 초중고 동창이었는데, 절친한 사이였죠.


...


사, 사실 그렇게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그냥 스쳐가던 인연이었죠.  


계속해서 진술하십시오.


솔직히 원일이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어요. 원일이,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실종됐거든요. 그때 학교가 발칵 뒤집혔는데... 여기서 보란듯이 나타난거에요. 이제보니 저보다 먼저 이곳에 끌려온 것 같네요.


저도 처음에는 마냥 반가웠는데, 생각해 볼수록 이상했죠. 여기서 몇달간 지내면서 원일이는 본적도 없었는데요. 이상하게 생각해서 사람들한테 물어봤더니, 걔는 우리들이랑은 다르다는거에요.


그 친구는 축축한 하수도에서 사는 우리들과는 달랐죠.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예외에 속하는 사람이었어요. 원일이는 그런 친구였어요. 항상 남들과는 동떨어진 세상에 속해있는 것만 같은, 그런 친구...


처음 그 친구한테 말을 걸었을 때에는 저를 못알아보더라고요. 


그래서?


원일이에게 물었죠. 네가 여기서 지내고 있는 것을 네 부모님께서는 아시냐. 널 많이 걱정하고 계실거다. 아무리 네가 벌레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래선 안된다. 그러더니 자기는 여기에 영영 눌러살겠다 결심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뭐라고 말하셨죠?


제가 그래도 부모님께 소식이라도 전해야 하지 않겠냐니깐 원일이가 편지봉투를 한장 건내주는 거에요. 자기는 여기 사는 벌레들과 친하니 이걸 가지고 둥지의 입구로 가면 고향으로 돌려보내줄거라고.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자기 안부를 전해달라고. 그래서 제가...


이제 됐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죠.


어, 예! 알겠습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예, 제 이름은...


됐습니다. 사실 궁금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냥 형식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쪽도 잘 아실 것 아녜요?


예?


것보다, 봉투를 열어주시겠습니까?


예.


제게 건내지 말고, 그 자리에서 읽어 주십시오. 


...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살려주세요.


심호흡을 하시고,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제발요. 네? 


왜, 왜 나한테만 그러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전부 보내준다며. 왜 나만 이렇게 괴롭히는데. 나도 바깥으로 보내줄 수 있잖아. 왜 나만...


아, 혹시 다들 어디에 숨어 있는지 가르쳐 드릴까요? 지금은 거의 30명이 넘어가는데, 제가 어떻게ㅡ


씹겠습니다.


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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