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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새벽 4시 45분(약혐 주의)

괴라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02 12:20:13
조회 462 추천 5 댓글 6
														



[시리즈] 전편
· 역사는 반복된다


이 글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등은 실존하는 것과 일체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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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45분



붉게 충혈된 눈을 굴리며, 나는 전자 모기채를 움켜쥐고 서 있다.


‘대체 이 새벽에 몇 방을 물린 거야? 어디에서 모기가 들어온 거지?’


이곳은 신축 건물이다. 창문에 구멍 하나 없는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고, 당연히 모든 것이 다 새것이다.


혹시 저층이라 엘리베이터에서 따라 들어온 걸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어딘가의 미세한 틈이 있나?

하수구나 환기구를 통해서 들어왔나?


“왜, 왜 내 소중한 공간에 이 망할 모기가 들어와 있는 거냐고!”


어휴! 이렇게 소리 질러봤자 뭐해?

안 그래도 모기가 극성인 늦여름이다. 그래서 퇴근할 때 몸을 털며 재빨리 들어왔고, 창틀 물 빠짐 구멍까지 꼼꼼히 막아뒀는데 이상하다?

그래, 하수구와 환풍기가 문제일 거야. 그것 말고는 이 저주받을 해충이 들어온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날이 밝으면 마트로 가서 모기향을 사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휘익, 타다닥!


“잡았다! 이 빌어먹을 모기 새끼!”


구석에 앉아 있는 모기를 찾아 힘껏 내려쳤다.

이를 악물고 이미 죽은 놈을 탄내가 나도록 지져준다.

그렇게 두 번 더 사냥을 반복한 끝에, 겨우 내 소중한 공간에 들어온 작고 끔찍한 흡혈 곤충을 몰살시켰다.

제길! 모처럼 늦잠 자려고 한 주말 새벽이 밝아온다.


‘어? 이것도 아닌데?’


짜증과 분노를 삭이며, 죽은 모기를 휴지로 싸서 짓누르며 확인 사살한다.

그런데 없다? 난 분명히 여섯 방을 징하게 물어뜯겼는데?

내 몸에 퉁퉁 부은 여섯 개의 상처. 이 지독한 놈.

그런데 방금 잡은 세 마리에서 피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아직 못 잡은 놈이 있구나!

하지만 조그마한 원룸을 아무리 뒤지고 또 뒤져도 다른 모기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틈으로 빠져나간 것일까? 결국 찾다 찾다 지쳐 포기한 나는 불을 끄고 침대에 나가떨어졌다.

다행히 그 후로 더 물리는 일은 없었고, 제시간에 일어나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반드시 마트에 들러야지.

나의 신성한 잠자리를 더는 그 끔찍한 흡혈귀!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빌어먹을 버러지한테 침범당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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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왜 호출하셨습니까? 감독관님?”

“네 구역에서 과도하게 피를 빨리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럴 리가요? 저는 대충 정해진 한도에서 멈췄습니다. 설령 좀 더 먹었다 해도, 피를 빠는 것이 모기밖에 없는 줄 아는 놈들인데 무슨 문제랍니까?”

“네가 아직 성장기라 좋은 구역에 배치해 줬는데 이번이 벌써 몇 번째인 줄 아는가?”

“거, 으적으적 씹어먹은 것도 아닌데, 적당히 하시죠? 내 할아버지가 인류를 이곳까지 이끌지 않았더라면 감독관님도 이렇게 살아서 잔소리 못 하셨을 텐데요?”

“그래, 네 조부이신 강영환 지도자님이야말로 괴이를 정복하신 영웅이시며 불타오르는 지구로부터 40광년 떨어진 이곳 트라피스트 1E까지 인류를 이끌고 오신 구원자이시지. 그런데 이런 말 들어봤나?”

“혹시 내 할아버지, 인류 종족 최고 존엄을 모욕하려는 겁니까?”

“아니,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되지. 다만,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말을 아나?”

“그게 뭡니까?”

“한심하군! 지구에 살던 호랑이……. 아니, 그냥 넌 개보다 못한 놈이다.”

“뭐? 일개 감독관 주제에 감히 나를 욕해?”

“최고 존엄께서 손수 제정하신 트라피스트인 보호법 2조 1항에 따라 지난 3개월 동안 다른 구역에서 다섯 명이나 잡아먹은 너를 처단한다. 이 개 쓰레기야.”

“아, 안 돼!”


츄아아아아악!


약 2미터가량의 붉은색 형태가, 그보다 작은 파란색을 단숨에 휘감아 짓눌렀다.


“사, 살려주……!”


파란 형태는 발악하듯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심하게 날뛸수록 붉은 것에서 나온 수많은 촉수들이 더욱 깊숙이 파고 들어갈 뿐이다.


까득까득! 후르륵! 츄르르르륵!


기괴한 소리와 함께 파란색 덩어리는 터진 풍선처럼 주름지고 쪼그라들더니, 이내 살 조각 하나, 체액 한 방울마저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강서준 죄수 번호 KSS-004475 집행 완료. 복귀한다.”


포식을 마친 감독관은 죽음과도 같은 정적 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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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피스트인 – 털이 없는 2미터 정도의 타원형 신체를 가졌으며 위쪽 네 개 촉수가 팔의 역할을, 하체 4개의 촉수가 발의 역할을 한다. 눈이 한 개에서 다섯 개까지 있으며, 피부색이 다양하다. 지구의 약 1990년대 문명 수준으로 괴이 화한 인류가 기생하고 있다.


트라피스트 모기 : 이 행성에 자생하는 흡혈 동물이다. 과거 인간의 주먹만 한 크기로, 해파리 같은 몸체에 뾰족한 촉수가 가득 박혀있고 공중을 떠다닌다. 카멜레온처럼 체색변화 기능이 있어 몸을 투명하게 위장할 수 있다. 인간이 물린다면 염증과 과다 출혈로 즉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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