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평범한 부모님 그리고 고양이

부족하긴 해도 3명과 한 마리가 먹고 살기엔 문제가 없는 벌이였고

대학은 나오지 못했지만 번듯한 직장, 월마다 급여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그러한 직장을 다녔다.

한달에 한번 외식을 할 정도는 되었고

일년에 한 번 여행을 다녀올 정도는 되었다.

평범한 학벌, 평범한 벌이, 평범한 취미 생긴 것도 그저 그러그러한 사람인 나는 언제나 남들보다 특출난 것이 없는 그러한 사람이다.

하지만, 평범한 학벌은 평범한 벌이를 위해 포기하였고, 평범한 벌이에 의해 평범한 취미밖에 선택하지 못했으며, 평범한 취미 덕에 나는 그저 그러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은...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증명하듯이 나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 든 생각은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과연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 평범하다고 나는 평범한 사람인 것인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들 생각은 아니었다.

사방이 하얀 정육면체의 방

내 앞에는 두 명의 사람이 서 있다.

같은 얼굴이지만, 다른 인상의 두 명 

한 명은 미소를 짓지만 차가운 눈빛을 하고, 다른 한 명은 무표정하지만 어딘가 안쓰러운 기색을 보이며 

나에게 친절하지만 불친절하게, 편하지만 불편하게 질문을 해 주었다.

"당신은 세계를 위해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습니까?"

내가 나이기를 포기하는 만큼 우리 인류를 살려 주겠다 하였다.

방의 기이한 분위기와 그들의 목소리에 감화되듯이 나에게 말이 되지 않는 신뢰감을 주었다.

당장 전 인류를 몰살시킬 수 있다는 듯이.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 끔찍한 선택지 앞에서 나는 아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였다. 

하지만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평범하다 한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