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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어느 수습요원의 일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5 00:57:11
조회 3402 추천 4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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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드디어! 오늘부로 지켜보는 눈 수습요원이 되었다.

이상현상을 전담하고 세계평화를 지키는 단체라니, 이 단체의 존재를 처음 안 순간부터 소속되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자격을 인정받고 수습요원이 된 것이다.

코드네임은 본명 쓰면 안 된다길래 내 이름 이니셜 따서 대충 지었다.

이대로 정식요원 될 때까지 힘내야지.

요원 활동하다 보면 그분도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

 

 

 

1월 8일

 

 

대박. 오늘 본사에서 그분을 다시 만났다. 밝은 데서 보니까 훨씬 더 멋진 것 같다.

그분에게 멘토 시스템에 대해 들었다.

수습요원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정식요원이 될 때까지 배정된 선배 요원이 교육을 전담하는 시스템... 이랬던가. 오, 나 기억력 좋은듯.

기다리면 1주일 안에 본사 시스템이 멘토를 자동 지정해 준다던데, 나는 그냥 그분에게 직접 멘토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분... 아니, 이젠 선배라고 해야 하나? 선배는 다행히도 흔쾌히 수락했다.

누군가 멘토가 된다면 날 구해줬던 선배가 되어줬으면 했는데, 수락해줘서 정말 기쁘다.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헤실거렸던 것 같다.

열심히 해서 정식요원도 되고 선배한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지.

선배 아니었으면 난 그 어두운 폐병원에서 공포에 떨다 죽었을 테니까.

 

 

 

1월 25일

 

 

와... 이번 건 역대급으로 끔찍했다.

다국어 교육 시스템이란 걸 했는데, 이거 말만 시스템이지 이상현상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지켜보는 눈 요원들은 전 세계로 파견되다 보니까, 다국어 배우는 과정이 필요한 것까진 이해한다 치자.

근데 왜 굳이... 이런 식으로...

몇십년은 족히 흐른 것 같았는데 현실 시간 2주밖에 안 지난 거 실화냐고.

선배... 왜 이런 거 미리 말 안 해준 거예요...

 

 

 

2월 1일

 

 

규칙서... 법칙... 뭐 이렇게 외울 게 많아.

이런 규칙서는 갱신되는 경우가 잦아 다국어 교육 시스템 같은 것도 없고 그냥 직접 외워야 한다.

근데 시스템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인 듯.

그 경험 또 하기 싫어...

 

 

 

2월 16일

 

 

그 폐병원 규칙서가 생긴 모양이다.

외울 거 또 하나 추가... 하아... 아직 기존 규칙서도 다 못 외웠는데...

일단 나중에 외우기로 하고 미뤘다.

부디 실전 테스트 치르기 전에 폐쇄 처리돼서 외우지 않아도 되기를...

 

 

 

3월 4일

 

 

선배랑 모의 훈련을 했다.

지긋지긋한 암기 지옥이랑 필기시험보다는 재밌었는데, 좀 많이 빡셌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변칙개체에 당하는 게 몇 번째인지...

선배는 모의 훈련이라곤 해도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더라.

역시 베테랑 요원은 다른 것 같다.

 

 

 

3월 19일

 

 

선배가 파트너랑 말다툼하는 걸 봤다.

멀어서 무슨 일로 다투는 건지는 못 들었지만, 누가 잘못했는지는 뻔하지.

소문을 듣자 하니 파트너 때문에 선배가 마음고생 꽤나 하고 있다던데.

내가 다 화가 난다. 멋지고 완벽한 선배와 파트너면서, 저렇게 선배한테 민폐만 끼치다니.

하지만 선배 입장에선 아직 수습요원인 내가 더 도움 안 되겠지.

어서 정식요원이 돼서 선배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

 

 

 

4월 11일

 

 

아... 필기시험 자꾸 낙방해.

벌써 3개월 지났는데...

규칙서나 법칙은 자꾸 추가되거나 변경되고, 외울 건 많은데 기껏 외운 건 헷갈리고...

선배는 이 정도면 본인 수습요원 시절보다 빠른 편이라고 했지만, 말도 안 돼. 그냥 나 위로하려고 거짓말한 거겠지...

이대로면 규칙서만 외우다 평생 정식요원 못될거야.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4월 24일

 

 

규칙서 외우다 우연히 쓸모 있어 보이는 걸 찾았다.

본사에서 봉쇄 완료되어 관리 중인 이상현상 중 하나인데, 여길 잘 이용하면 규칙서를 더 빨리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여긴 본사에서 입장권을 발급받아야 진입할 수 있는데, 수습요원은 입장권 발급을 안 해준다는 게 문제다.

선배한테 대신 발급받아달라고 부탁해봐야지.

 

 

 

4월 25일

 

 

선배한테 혼났다.

고작 규칙서 외우는데 벌써부터 이런 이상현상을 이용하려 해선 안된다고.

거긴 그런 용도로 이용하기엔 보기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라고.

하지만... 선배랑은 달리 나한텐 규칙서 외우는 일이 '고작'이 아닌걸...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초조해하지 말라고 위로해주긴 했지만, 난 그런 선의의 거짓말을 믿을 정도로 순진하지 않다.

안되겠어. 어떻게든 선배 몰래 진입할 방법을 찾아야 해.

최대한 빨리.

 

 

 

4월 27일

 

 

중립단체 브로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만 아니면 무슨 의뢰든 들어준다던데...

여기라면 선배나 본사에 들키지 않고 거기 진입할 방법을 찾아주지 않을까?

 

 

 

5월 6일

 

 

드디어 성공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몰래 진입하는 데 성공했고, 규칙서 외우는 효율도 비교가 안 되게 좋아졌다.

의뢰비를 지불하기 위해 대출까지 해야 했고, 알려지지 않은 루트로 몰래 진입하는 거라 진입할 때마다 대가를 내야 하긴 하지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으니 괜찮다.

지불해야 할 대가가 별거 아니기도 하고...

어차피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바로 그만둘 거니까.

딱 그때까지만.

 

 

 

6월 12일

 

 

선배한테 칭찬받았다.

내가 규칙서 외우는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다고 했다.

이렇게 빠른 사람은 두 번째로 본다고...

첫 번째는 누구냐고 물어봤는데, 선배 파트너 얘기였다.

괜히 물어봤어. 파트너 얘기 듣기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았었는데...

선배한테 물어보니까, 그 파트너란 사람은 한 달 만에 정식요원이 되었다고 한다.

아니... 실전 테스트는 둘째치고 그 방대한 규칙서를 어떻게 한 달 만에 외운 거야. 그 정도면 변칙개체 취급해야 하는 거 아냐?

더구나 난 규칙서 외우는 속도만 빠를 뿐, 모의 훈련 성과는 그저 그런데...

앞으로는 거기서 훈련도 같이 해야겠다.

 

 

 

6월 29일

 

 

요새 두통이 자주 생긴다.

규칙서 외우고 훈련하느라 너무 무리했나.

그래도 참을만하니까 그냥 견뎌야겠다.

 

 

 

7월 14일

 

 

오늘따라 너무 추워서 옷을 단단히 껴입고 갔다.

근데 왜 다들 날 쳐다보는 것 같지.

다들 춥지도 않은지 옷도 한여름처럼 입고 말야.

선배가 아프면 휴가신청 대신 해줄 테니 오늘 하루는 쉬라고 했다.

만성질환 된 두통 말고 딱히 아픈 데는 없지만, 선배가 걱정해주는 게 좋아서 아픈 척 쉬겠다고 했다.

정말 어디 아픈 척, 숙소 침대에 누워있으니 선배가 병문안까지 와주었다.

이런 날도 나쁘지 않네.

선배가 주고 간 비타민음료 안 먹고 평생 가보로 간직해야지.

 

 

 

8월 27일

 

 

선배가 파트너랑 또 말다툼한 모양이다.

그 파트너에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교류도 거의 없었지만, 그 여자가 너무 짜증 난다.

내가 선배 파트너였으면 선배 그렇게까지 마음고생 절대 안 시켰을 텐데.

선배는 뭐 때문에 그런 여자랑 계속 파트너 하는 거지.

 

 

 

9월 2일

 

 

아... 나 왜 이러지.

요즘들어 선배 파트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

 

 

 

 

 

(일기 중간이 찢어져 있다)

 

 

 

 

 

9월 19일

 

 

미친... 이게 뭐야.

일기장 몇 페이지에 '죽어'라는 글자가 빼곡히 도배되어 있었다.

나 이런 거 쓴 기억 없는데.

그 페이지는 너무 불길해서 당장 찢어버렸다.

거기 진입할 때마다 지불해야 한다던 대가, 지속적으로 없어지면 뭔 부작용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게 그건가?

이러다 선배한테 변칙개체로 오해받으면 다 끝장이야.

이제 더 이상 거기 진입하지 말아야겠다.

어차피 규칙서랑 법칙 거의 다 외우기도 했고.

 

 

 

10월 30일

 

 

아... 기껏 필기시험 합격했는데.

배정된 실전테스트 장소 하필 그 폐병원이네.

본사에선 그 폐병원 왜 폐쇄가 아니라 단순 봉쇄처리만 해둬서 번거롭게.

그거 규칙서 안 외우고 미뤄뒀는데 진작 외워둘걸.

 

 

 

11월 9일

 

 

와, 좆됐다.

머리가 안 돌아가. 도저히 외워지지 않아.

이상하다. 이미 외워둔 건 지금도 잘만 떠오르는데 왜 새로운 건 못 외우겠지.

이번 달 말에 실전테스트 치러야 하는데.

 

 

 

11월 12일

 

 

그래, 어쩔 수 없어.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거기로 가자.

한 번이면 괜찮을 거야.

 

 

 

11월 21일

 

 

다행히 몸의 별 변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

역시 한 번 정도는 괜찮은 거였어.

폐병원 규칙서도 완벽하게 외웠다.

꼭 한 번에 실전 테스트 통과해야지.

 

 

 

11월 26일

 

 

내일 드디어 실전 테스트 치르는 날이다.

안전을 위해 선배가 동행한다던데, 그래도 역시 긴장돼.

죽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선배 앞에서 실수하면 안되는데.

 

 

 

11월 27일 아침

 

 

결국 잠 제대로 못 자고 밤샜다.

근데 의외로 몸 상태는 괜찮네. 피곤하지도 않다.

좋아, 이 기세로 실전 테스트도 잘 치르는 거야.

 

 

 

 

 

(다음 페이지, 날짜는 적혀있지 않다)

 

 

 

 

 

뭐야. 여긴 어디지.

규칙서에선 분명 진입하면 대기실에서 깨어날 거라고 했는데.

선배도 같이 진입했는데 안 보여.

규칙서에 없는 현상이니까 일단 일기장에라도 적고 있긴 한데, 여기가 어딘지 도통 모르겠다.

내가 예전에 휘말린 적 있는 수술실도 아닌 것 같아.

수술실에 큰 동물 가둬두는 철제 감옥이 있었으면 내가 기억 못했을 리 없잖아.

이 감옥, 너무 좁은 데다 부수고 나가지도 못하겠다.

통신기도 왜인지 먹통이고.

선배가 날 찾아내길 기다릴 수밖에 없나.

 

 

 

헉. 이제 봤는데, 나 말고 다른 개체들도 있어.

다른 감옥에 갇혀있긴 한데.

인간 형태도 아닌 것 같고 움직임도 거의 없다.

이게 뭐야. 무서워...

 

 

 

주기적으로 하얀 가운을 입은 개체가 들어와서 감옥에 갇힌 개체를 끌고 나간다.

움직임이 가장 큰 개체부터 끌려가는 것 같은데.

그렇게 끌려간 개체는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고 죽은 척해서 당장 끌려가는 건 면했지만 이 방 내에 남은 개체가 얼마 없다.

나도 끌려가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아.

어떻게 하지...

 

 

 

나 하나 남았어.

탈출할 방법도 없고, 너무 무서워.

선배, 어서 나 좀 구해줘요...

 

 

 

 

 

아, 문이 열린다.

 

 

 

 

 

 

 

 

 

 

0. 진입 전, 이 항목을 먼저 확인하십시오.

매우 중요한 주의사항입니다.

귀하께서 이전에 이 폐병원 '수술실'에서 깨어난 적이 있다면, 진입하기 전 반드시 정신감정테스트를 치르십시오.

 

테스트 결과가 기준점 이상이라면, 다시 진입하셔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테스트 결과가 기준점에서 단 1점이라도 모자란다면, 절대로 진입하지 마십시오.

 

반복합니다. 테스트 결과가 기준점 미달일 경우, 절대 진입하지 마십시오.

 

귀하께서 이 경우에 속하는 경우, 어떤 임무를 받았고 무슨 상황에 처했든, 모든 요원으로서의 임무가 중단되며, 무기한 휴가 및 특수치료 절차에 들어갈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든 귀하를 원래대로 되돌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하지만 이 항목을 어기고 진입할 경우, 돌이킬 수 없습니다.

 

부디 이 항목을 무시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길 바랍니다.

 

 

ㄴ 수습요원 JJ가 실전 테스트를 위해 이곳에 진입하였으나, '대기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깨어난 것으로 추정.

같이 진입한 멘토 요원 험프티는 정상적으로 '대기실'에서 깨어남.

본사가 확립한 기밀 루트로 진입하였을 경우, 폐병원의 '대기실'에서 깨어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전까지는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임.

당시 같이 진입했던 요원 험프티의 증언과 이후 조사원 투입 결과를 고려하여, 0번 항목 신설됨.

해당 수습요원의 통신은 두절되었으나, 생명 신호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기에, 현재 수색 중.

 

 

 

1. 성공적으로 진입하셨다면, 귀하는 폐병원의 '대기실'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는, 보던 일기장을 덮었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큰 원통형 수조관 안의 무언가를 응시했다.

남자의 표정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날 이렇게 높게 평가해주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 근데 어쩌냐.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해서."

 

 

 

"그리고, 네가 잘못 알고 있던 게 있어."

 

 

 

"네가 잘하고 있었다는 말, 위로하려고 한 거짓말 아냐. 넌 정말로 잘하고 있었어."

 

 

 

"파트너랑 말다툼한 것도, 내가 먼저 잘못한 거야. 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서...

나 네 생각보다 훨씬 더 폐급이야. 담당 수습요원 상태도 잘 몰랐던 폐급..."

 

 

 

"그래, 네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신경을 덜 쓴 것 같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 그 대신이라기엔 뭐하지만, 앞으로 또다시 멘토가 될 일이 생긴다면, 철저하게 할 거야.

아무리 잘하는 것 같아도, 절대 방심하지 않을게.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부족해 보이면, 차라리 내쫓을지언정 절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겠어.

다시는 이런 일 없게..."

 

 

 

"...잡설이 길었네. 이제 그만 구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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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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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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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디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의 작품을 재밌게 보았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홍보 목적으로 다시 써도 괜찮은지 허락 받으로 왔습니다.
    글에는 작가님의 글 첨부와 간단한 리뷰몇가지와 함께 등록될 예정입니다. - dc App

    03.19 01:44:18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네 가능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dc App

      03.19 02:12:10
    • 안디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감사합니다! 원하시는경우 댓글 삭제 하셔도 무방합니다! - dc App

      03.19 02:15:25
  • ㅇㅇ(112.159)

    다음편이 궁금합니다~!!

    03.20 13:38: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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