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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괴담]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유감이야.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5 13:49:49
조회 5859 추천 5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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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유감이야.


안타깝게도 넌, 스승님의 표적이 되었어.


스승님이 누구인지는, 이미 알 거라 생각해.

한 번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기분 나쁜 느낌이 드는 사람은, 잊혀지기 쉽지 않을 테니까.


네가 가는 곳마다 따라오기 시작했다면, 결행일이 멀지 않은 거야.

의심할 시간조차 없어. 스승님 뜻대로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내 지시를 따라야 해.


넌 이제부터 스승님을 따돌리고 가능한 빨리 내가 있는 곳으로 와야 해.

아래 주소를 지도 앱 등으로 검색해 최단 경로로 오되, 다음 사항을 주의하면서 와.



(폐건물 주소)



1. 일단,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관둬.

믿어주지도 않겠지만, 믿어준대도 딱히 별 도움 안 될 거야.

스승님은 고작 경찰 같은 집단이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아냐.



2. 특정 상황을 제외하면, 사람들이 많은 길로만 다녀.

스승님의 추격을 조금이나마 늦춰줄 거야.

이마저도 시간을 너무 지체하면 소용없지만 말이야.



3. 가끔 [지켜보는 눈]이라는 단체로부터 문자가 올 수도 있어.

이들은 각종 이상현상을 전담하는 단체고, 스승님을 저지한다는 목적은 나랑 같아.

여기까지 듣는다면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겠지만, 그러지 마.


그들은 단 한 번도 스승님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 적 없다는 걸 기억해.

위치추적이 될 수 있으니 문자가 오면 열람도 하지 말고 휴대폰 전원을 끄는 걸 추천해.



4. 최대한 빨리, 아무 옷가게로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사.

가능하면 신발까지 전부 갈아신고, 모자나 마스크도 사서 최대한 얼굴을 가리는 걸 추천해.

기존에 입던 옷은, 아깝겠지만 전부 버려.

그 물건들보다 네 목숨이 더 중요하잖아?

이 과정에서 2번 항목 어기지 않게 주의하고.



5. 환복을 완료했다면,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쪽으로 와.


택시나 자가용은 이용하지 마. 사람이 많아야 스승님의 추격에 혼선을 줄 수 있어.

도보로 와도 되기는 한데, 추천하진 않아.

사람이 많은 곳으로 다녀야 할 뿐 아니라 시간을 너무 지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거든.



6. 내가 있는 곳에 다다를수록, 유동 인구가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아무도 없을 거야.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사람 통행이 거의 없는 장소라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단, 유동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너 외에 단 한 사람만 있다면, 그 사람의 생김새를 유심히 봐.

아무리 봐도 평범한 행인처럼 보인다면, 안심해도 돼. 그건 진짜 행인이니까.


만약 그 사람이 짙은 회색 장발을 가진 성인 남자라면..

음, 내가 더 도울 방법은 없는 것 같네.

그러니까 시간을 너무 지체하지 말라고 했잖아.



7. 폐건물까지 도착했다면, 내가 있는 곳까지 거의 다 온 거야.

하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돼.


들어가기 전에, 폐건물의 생김새를 유심히 봐.

5층짜리 건물에, 창문에 유리가 하나도 없고, 출입구는 문 두 개로 이루어진 단 한 곳이라면, 들어와도 돼. 내가 있는 곳이 맞으니까.


이 중 하나라도 안 맞는다면, 그건 함정이야.

절대 들어가면 안 돼.

들어간다면, 차라리 스승님에게 따라잡히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이 들 테니까.



8. 폐건물 안으로 들어왔다면, 문부터 잠가.

이후 바닥에 떨어진 어떤 물건이라도 좋으니까, 양손에 하나씩 들고 미친 사람처럼 춤춰.

짐승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면 더 좋아.

이걸 10분 정도 반복한 후, 5층으로 올라와.


한순간의 부끄러움으로 이 과정을 생략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


혹시라도 스승님이 가까이 있다면, 폐건물 안에서 춤추는 미치광이가 자신이 찾는 사람이라고는 절대 생각 못 할 거야.



9. 5층까지 올라왔다면, 축하해.

넌 스승님의 계획에서 거의 벗어난 거야.

그리고, 얼굴도 안 보인 날 믿어줘서 정말 고마워.


테이블 위에 편지가 있을 테니, 꼭 봐.

거기에 네가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게 적혀있을 거야.


부디 스승님에게 잡히지 않고 무사히 나랑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할게.



----------------------------------



이 편지를 우연히 일하던 편의점 계산대에서 발견한 이후, 난 편지에서 시키는 대로 충실히 따랐다.


왜냐하면, 난 실제로 요 며칠간 정체불명의 남자의 스토킹에 시달리고 있었으니까.


경찰에도 몇 번 신고해 봤지만 그때마다 그 남자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최근에는 내가 밖에 나갈 때마다 쫓아오기까지 해서 여러모로 스트레스 받고 있었는데..

심지어 그 기분 나쁜 남자는, 편지에서도 언급된 회색의 장발 머리를 갖고 있었다.


이것이 편지의 신빙성을 더 높여 주었기에,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폐건물로 가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충분히 서둘렀는지, 가는 도중 그 남자와 단둘이 되는 일은 없었다.

폐건물이 있는 장소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진동이 울리더니 지도앱을 켜둔 폰에 문자가 왔다.


.

.

.


[긴급재난문자]


경고! 실제 상황입니다.

이 메시지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세상의 이상현상을 전담하고 세계평화를 지키는 단체 [지켜보는 눈] 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귀하께서는 변칙개체 [잿빛 장발의 남자]의 표적이 되었으며..


.

.

.


아니, 이게 진짜로 온다고? 그것도 긴급재난문자로?

한번 읽어볼까 하다가, 편지의 3번 항목을 떠올린 나는 즉시 폰을 껐다.

폐건물이 보이는 곳까지는 도착해서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폐건물 찾아 이 아무도 없는 어두운 거리를 헤맬 뻔했다.

새삼 내가 실제로 위험에 처해있다는 실감이 났다.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

.

.


우여곡절 끝에, 편지에서 언급된 폐건물의 5층까지 도달했다.

5층에서 편지를 쓴 사람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내 생각과 달리,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뻥 뚫린 창문과 갈라진 천장 사이로 비춰오는 달빛과, 5층 중앙에 작은 테이블 하나만 있었을 뿐.

조심스럽게 테이블로 다가가 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곱게 접혀 있는 쪽지 하나만 있었다.

이게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적혀있다던 편지인 것 같다.

즉시 쪽지를 펼쳤다.


.

.

.


고마워.

덕분에, 내가 이겼어.


.

.

.


그게 끝이었다.

더는 어떤 내용도 적혀있지 않았다.

당황해서 편지를 뒤집어보고, 테이블 아래까지 살펴보면서 다른 쪽지가 더 있는지 찾아봤지만,  그 쪽지 외에 다른 쪽지도, 다른 메시지도 전혀 없었다.


아니, 이제 뭘 어떻게 하라고...


...




...아.

불현듯, 깨달았다.

아마도... 나는...





인기척이, 바로 뒤에서 들렸다.

추천 비추천

55

고정닉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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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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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ngoBi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6
    02.25 14:51:04
  • 칼퇴전문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
    02.26 09:21:42
  • ㅇㅇ(61.73)

    결국 이거 쓴놈은 스승님이랑 누가 먼저 잡나 내기하고있었던건가 ㅋㅋㅋ 엄청 재밌었다

    02.26 11:47:28
  • llllIlllllll..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
    02.27 11:22:3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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