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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괴담] 어느 비 내리는 밤, 골목을 지나가는 방법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11.234) 2023.06.22 22:42:42
조회 43066 추천 442 댓글 18
														
초저녁부터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어느새 굵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칠게 내리는 어느 밤에 당신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야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쳐버릴대로 지친 몸에, 차가운 빗줄기가 내려친다.


'최악의 밤이로군. 빨리 집에 가서 쉬고싶어.'


당신은 생각하였다.


빨갛게 축축해진 옷이 주는 찝찝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당신은 발걸음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밤의 어둠이 당신의 눈을 가린 것일까, 아니면 세차게 내리는 비가 당신의 감각을 앗아간 것일까.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골목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거짓말처럼 멈춰버린 폭우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당신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재난 문자]


...재난 문자라. 지금 내 상황이 재난이긴 하지.

평소에도 별 일 아닌 내용으로, 예를 들자면 폭염이라던가 태풍이라던가 밑도 끝도 없이 대피를 종용하는 내용같은, 심히 쓸 데 없는 내용의 재난 문자가 당신의 휴대폰으로 온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에 당신은 대수롭지 않게 무시하려 했다.


<이 문자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골목'에 들어간들에게 자동으로 발송되는 문자입니다.>


...수신된 문자의 두 번째 줄을 보기 전까지는.


========

[초자연괴이■■부 ●●●●지청
고정형괴이관리과 ○○○입니다.]

0. 이 문자를 보신 즉시, 걸음을 멈춰 주십시오. 문자를 다 읽기 전에는 절대 앞으로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1. 당신이 서 있는 장소는 통칭 ' 골목 ' 이라 불리우는 장소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나갈 수 없습니다. 걷다보면 나갈 수 있겠지하는 낙관적인 생각은 버리십시오.

  

2. 당신 앞에 전봇대가 하나 있을겁니다. 전봇대 밑에 놓여있는 타이머를 챙기신 후, 설정되어 있는 시간을 확인하십시오. 설정된 시간에 따라 당신이 있는 '골목'이 어떤 골목인지 알 수 있을겁니다.



이때부터 현실세계의 시간은 신뢰하는 것이 불가하며, 타이머의 시간만이 절대적인 시간임을 명심하십시오.

  

3. 30일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축하드립니다. 당신이 있는 곳은 '요정의 골목'으로 '골목' 중 생환율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고개를 들면, 당신이 본 것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색의 건물들이 보일 것입니다.



30일 이상으로 시간이 설정되어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타이머를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 길을 따라 걸으십시오.



요정의 세계에선, 기계가 필요하지 않답니다.



이 곳에서 만나는 생명체들은 모두 당신에게 호의를 지니고 대할 것이며 당신이 원래 세계로 돌여보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곳에선 한 가지 규칙만을 지키면 됩니다.



길 주변에 무수히 나 있는 금색 꽃을 꺾지 마십시오. 꺾고 싶은 충동이 들더라도 절대로요. 요정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랍니다.



그것만 지키신다면 무사히 '골목'을 벗어나실 수 있습니다. 그냥 나 있는 길을 따라 산책하더 길 끝에 문이 있고, 그 문을 열면 어느새 돌아와 있을겁니다.



요정의 자그마한 선물과 함께요.



실수로 당신을 이곳에 데려온 것에 대한, 자그마한 사죄라고 생각해주세요.



4. 3일 초과 ~ 30일 미만으로 설정된 경우



당신이 있는 골목은 ' 푸르른 골목 ' 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곳으로 오지요. 고개를 들면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숲이 보이실 겁니다.



세상에서 멸종된 식물들과 나무들이 모여있는 장소로 당신이 인간임을 알기에 조금은 두려워하나, 그럼에도 당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기에 당신을 돌려보내주기 위해 도움을 줄 겁니다.



타이머 옆에 붙어있는 파란 버튼을 3번 정도 눌러주시면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할 겁니다.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나서 걷기 시작하십시오.



4-1. 길을 걷다가 나뭇잎을 머리에 쓴 작은 너구리가 보인다면, 너구리의 뒤를 조심히 따라가십시오. 너구리가 가는 길은 확실히 안전합니다.

  

다만, 가끔씩 너구리가 뒤를 돌아볼 때가 있습니다. 재빨리 나무 뒤로 숨으십시오. 너구리가 자신의 뒤에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



너구리가 당신을 보게 된다면 놀라 도망칠 것입니다. 당신은 절대 따라잡지 못할 것이고요.

  

4-2. 이 곳에 나 있는 모든 버섯은 식량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하루(타이머의 시간을 기준으로 합니다.)에 5개 이상 채취하지 마십시오.



숲은 자신을 필요 이상으로 상처입히는 자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4-3. 부지런히 걸으십시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해주어도 되고, 잠을 자도 되지만 너무 한 곳에 머물러 있지는 마십시오.


아무리 숲이 호의적일지라도 그 호의와 인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4-4. 길을 걷던 도중 연못이 보이고, 갑작스러운 졸음이 온다면 당장 떨쳐내십시오. 뺨을 때리든 혀를 깨물든 상관없습니다. 그런 다음 최대한 연못을 바라보지 않으면서 그 자리를 벗어나십시오.
  

4-5. 너구리의 뒤를 따라가거나, 그냥 한 없이 걷다보면 어느 순간 공터에 다다를 것입니다. 그 곳에는 남자 조각상 하나와 여자 조각상 하나가 서로 떨어진 상태로 바닥에 흩어져 있을겁니다.


두 조각상을 주워서 근처에 있는 평평한 제단 위에 올려주십시오.


그들은 고마워하며 당신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줄 겁니다.


문이 열렸을 때, 당신이 아직 버섯이나 기타 채취한 식물을 가지고 있다면 전부 제단 옆에 놔두고 나가십시오.


당신이 가지고 있던 식물이나 버섯들은 전부 이미 '멸종된' 것들이며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4-6. 타이머의 시간이 완전히 0이 되기 전이 나가셔야 합니다. 그렇게하지 못하면 그땐


5. 타이머의 시간이 1시간 초과 ~ 3일 이하인 경우


흠, 당신은 엄청나게 거친 삶을 살았나 보군요. 아니면 조금 강해지길 원했거나. 당신이 있는 장소는 '뒷골목' 으로 상당히 낮은 생환율을 보이는 곳입니다.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믿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실제 현실세계에 살아있는 생명체도 아니거니와 무조건 당신에게 적대적이며, 당신을 반쯤 죽인 후 ■■하고나서 ■■까지 하고 싶어할 겁니다.



타이머를 확인한 즉시 옆에 붙은 빨간 버튼을 한 번 누른 후, 주변에서 무기로 쓸 수 있을만한 물건을 찾으세요.

  

쇠파이프나 못 박힌 몽둥이, 깨진 유리병 같은 것들이 사방에 널려있으니 무기를 마련하는 것은 쉬울겁니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생명체들은 2000년대 '양아치'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며, 전부 당신의 적입니다. 그래도 먼저 달려들지만 않는다면 상관없습니다. 지나쳐가셔도 됩니다.

  

다만 눈이 붉은 색이거나, 웃고 있거나, 당신에게 보이지 않도록 손을 숨기고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머리통을 후려쳐 버리십시오.



당신을 기습할 생각입니다.

  

5-1. 당신이 이 곳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백사파'라고 불리우는 조직의 두목을 제거하여야 합니다. 제거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습니다. 직접 싸워서 제거하거나, 다른 조직과 싸움을 붙이거나,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하는 방법이 있겠군요.



선택은 당신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냥 당신의 능력을 믿고, 가장 괜찮을 것 같은 방법을 고르십시오.



5-2. 이 곳은 생쥐파와 백사파. 두 조직이 있습니다. 생쥐파의 두목을 도와주십시오. 이 곳을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만, 너무 믿지는 마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배신을 하는 법이니까요.



5-2. 백사파의 두목을 제거한 후 생쥐파의 두목에게 부탁하면, 주황색의 녹이 슨 열쇠를 건네줄 겁니다. 그걸 옆에 보이는 아무 문에나 꽂고 돌리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걸 당신이 원할지는 모르겠지만.



6. 타이머의 시간이 1시간 이하인 경우.


흠, 최악이군.


...당신, 아니 너.


너가 누구일지는 모르지만... 너 따위에게 존칭까지 써가며 굳이 규칙 운운하고 싶지는 않네.


너가 있는 곳은 '골목'도 아니야. 그냥 지옥이지. 너에게 어울리는.


너는 나갈 자격이 없어. 아니 나가서는 안 돼. 나갈 방법도 없고 말이야.


어째서 여길 나가려고 하는 거지?


남은 시간 동안 너의 죄를 곱씹으면 참회해.


타이머의 시간이 0이 되면, 네 죄를 심판할 이들이 올 거야.



네 끝이 그나마 아름다울 수 있도록 말이지.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옥에나 떨어져라.




========

...당신은 문자를 전부 읽은 뒤, 타이머를 집어들었다.


[10분]


아.


들키지 않은 줄 알았는데.

안타깝네.

추천 비추천

442

고정닉 1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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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8
댓글 등록본문 보기
  • 노란하스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오 이거 괜찮아 보이는데 줄바꿈좀 해줘

    2023.06.22 22:54:12
  • Arata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재밌당

    2023.06.22 23:15:23
  • 덜촉촉한초코칩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22 23:25:43
  • ㅇㅇ(90.91)

    야근이라는 게 누구 죽이는 일이었구만. 나폴리탄스러운 규칙서의 회사에서 일하던 화자일지도 모르겠어. 첫줄에 나오는 빨갛게 축축한 옷은 사람 피로구만.

    2023.06.22 23:40:40
  • ㅇㅇ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재밌다 - dc App

    2023.06.23 03:18:47
  • urban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잘썼다 - dc App

    2023.06.23 03:21:09
  • ㅇㅇ(118.235)

    빨갛게 축축해진

    2023.06.23 15:36:02
  • ㅇㅇ(59.6)

    재밌다 이거!! 고마워

    2023.07.01 20:06:06
  • ㅇㅇ(106.101)

    재밋다 ㅋㅋ 첨에 빨갛게 축축한 옷이라는거 봤을때부터 살인자일줄은 알앗음

    2023.07.03 01:37:34
  • ㅇㅇ(124.51)

    근데 주인공 왜 탈출할거같지 뭔가 죽을거같다는 생각이 안듬

    2023.07.24 03:07:44
    • ㅇㅇ(211.36)

      이건 소설책이 아니다

      2023.07.26 12:40:24
  • 해당 댓글은 삭제되었습니다.

    • ㅇㅇ(182.222)

      거친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지 않을까

      2023.07.27 11:21:31
    • ㅇㅇ(106.101)

      그런 폭력 가득한 뒷골목이 오히려 맘에 드는 성향의 사람일거라는 의미인듯

      2023.07.29 20:01:23
  • ㅇㅇ(115.95)

    와...몇몇 의미심장했던 부분들이 1시간이하 읽고나니 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8.18 16:16:51
  • ㅇㅇ(211.179)

    존잼이다ㄱㅅㄱㅅ

    2023.10.30 16:38:14
  • ㅁㅁ(172.56)

    존잼에 철학적이기까지...
    요정의 골목에 들어갈 만큼 잘 산 사람도 작은 탐욕으로 신세를 망칠 가능성이 늘 있는거잖아

    2023.11.26 12:33:21
  • ㅇㅇ(183.102)

    왜 하필 나뉘는 기준이 타이머일까, 생각해봤는데,
    시간이 적을수록 지옥에 가깝고, 시간이 많을수록 천국에 가깝다라는 것을 미루어보아
    살아오면서 착한행동을 해온시간만큼 '골목'에서의 시간이 늘거나,
    기존에 정해져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나쁜행동을 해온시간만큼 시간이 줄거나 하는 듯.
    그럼 마이너스가된다면..??

    2024.10.08 15:42:52
  • ㅇㅇ(221.141)

    불교의 사후세계 느낌이 좀 나는데 같은데
    내가 배움이 좀 부족해서 아는게 많지는 않아가지고
    꽃 너구리 버섯 같은건 잘 모르겠고 대략 4단계 정도로 나뉜것만 아는데
    1.요정의 골목 - 불교 세계에서의 천국
    2.남녀 조각상 같은곳에 두기 - 결혼후 출산한 아기로 환생
    3.뒷골목 - 무간지옥
    4.불교에서의 지옥 같음

    2024.10.14 18: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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