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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괴담] 자네의 오랜 친우인 멀린이.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8.235) 2024.02.06 23:18:56
조회 4037 추천 69 댓글 4
														
로안 경. 나는 그대의 오랜 친우인 멀린일세.

이걸 보고 있다면 그대는 마탑으로 왔다는 거겠지. 아마 그대는 마탑의 꼴을 보고 내가 걱정되어 바로 내 방부터 찾아오겠지? 그럴 거라 믿고 이 편지는 내 방 탁자 위에 놓아두겠네.

자네가 이걸 보고 있을 때 나는 이미 세상에 없을 걸세. 내 지식과 모든 마법을 총동원해봤지만 도저히 놈들을 이길 수 없었거든...

하지만 방법은 있다네.

로안 경. 자네는 기사라 모르겠지만 마법의 세계는 하늘만큼 넓고 땅망큼 깊다네. 그 중 절정에 도달한 것이 바로 죽음을 속여 인간과 마법의 한계를 동시에 넘어서는 방법이지.

여백이 부족해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네. 산수 계산도 하기 싫어하는 자네는 보고 싶지 않아할 테니 말일세.

죽음을 속이는 방법은 총 4가지로 이루어져 있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내 말대로 해 주게.

우선 내 서랍에서 술식이 쓰여진 종이를 챙기게. 총 4장이 있으니 이것만큼은 잃어버리지 말아주게.

마탑 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웬 부적 하나가 떨어져 있을 걸세. 그 부적을 떼어 찢은 뒤, 부적 한 장을 그 자리에 붙여주게.

제대로 찢어지지 않고 힘을 주면 줄수록 끔찍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겠지만 당황하지 말고 끝까지 찢게. 고막이 터질 것 같더라도 할 수 없네. 도중에 멈추면 화난 그것이 자네를 어떻게 할지 모르니.

그렇게 부적을 찢고 내 술식이 쓰여진 부적을 붙이면 성공일세.

놈은 마탑에 들어올 수는 있지만 나갈 수는 없게 해놓았네. 나는 완력이 부족해 제대로 찢을 수 없었지만 기사인 자네는 충분히 해내겠지.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네.

마탑의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지 말게. 분명 자네가 오면서 본 풍경은 자네가 기억하던 그대로겠지만 창문으로 본 풍경은 지옥 그 자체겠지.

수많은 마법을 다루고 전쟁에 나가 본 나도 그 지옥을 제대로 묘사할 자신이 없네. 계속 쳐다본다면 그 지옥이 현실이 될 테니 부디 창문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말게나.

그렇다고 창문을 깨는 것도 추천하지 않네. 아무리 살살 깨도 파편이 튀는데, 방어 마법도 뚫고 들어올 정도로 위력이 거세거든.

창문에서 손가락이 튀어나온다면 다 나오기 전에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게. 그것이 다 나오게 된다면 아무리 자네라도 감당할 수 없을 걸세.

뒤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라도 돌아보지 말게. 내 제자가 뒤돌아봤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 아마 너무 끔찍해서 내 스스로 기억을 지운 거겠지.

마탑은 자네도 알다시피 마법사들이 마법 연구와 숙박을 동시에 해결하는 곳이네.

당연히 숙소가 따로 있고, 방 또한 많지. 끝자리든 중간 자리든 앞자리든 4가 붙은 호실을 지나려거든 무조건 호흡을 멈추게. 그것은 호실 앞의 숨소리는 귀신같이 눈치채고 팔을 뻗어 낚아채네.

자네의 검술 실력이 뛰어난 건 알지만 저항할 수 없을 걸세. 제발 4가 붙은 호실 앞을 지나거든 호흡을 멈추게나.

도중에 어느 쪽이든 닫힌 방문이 열리더라도 무시하게. 안에서 내 목소리가 들려도, 설령 안에서 내가 들어오라 손짓하더라도 들어가면 안 되네.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음을 명심해주게.

그렇게 맨 끝의 벽에 내가 준 종이를 붙이게. 그러면 되네.

그렇게 해놓으면 4가 붙은 방을 그냥 지나가더라도 아무런 해가 없을 걸세. 도중에 열릴 일도 없을 거고 말이야.

이쯤 되면 자네도 이상함을 느끼겠지. 죽음을 속이는 방법이 고작 이렇다는 것에 말이야.

로안 경. 마법의 세계는 난해해 기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자네는 날 다시 볼 수 있을 테니 부디 날 믿어주게. 내가 언제 허튼소리를 한 적이 있었나?

나도 다시 삶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네. 그러니 의심일랑 접어두고 이번엔 지하로 내려가주게.

마탑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를 지나갈 때 아기 울음소리에 맞추어서 이동해야 하네. 자네의 청각이 마탑 꼭대기에서 손상되지 않았길 바라지.

그냥 지하 먼저 가면 안 되냐고 생각하겠지만 순서대로 해야 자네도 안전하고, 나도 후일을 도모할 수가 있네.

노인 웃음소리, 젊은 여성의 울음소리, 남자의 웃음소리가 들릴 때는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게. 자네 부모님이나 내 목소리도 들리겠지만 절대 눈을 뜨지 말게나. 누가 건드리는 감각이 느껴지더라도 말이야.

그렇게 통로의 끝에 다가올수록 눈을 뜨게 할 온갖 수작이 가해질 테지만 절대 눈을 뜨지 말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릴 때에만 움직이게.

가죽이 벗겨져서 스승이고 부모고 알아보지도 못하고 돌아다니는 내 제자 꼴이 되기 싫다면.

그렇게 지하로 내려와 문을 열면 수많은 기계장치들과 사람들이 있을 걸세. 여기가 고비이네.

우선 자네가 갖고 있던 칼이든 뭐든 사용해 자네 손등에 상처를 내어 피를 내게. 그 피를 얼굴에 바르고 이동해야 하네.

지하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꼴을 보면 내가 왜 피를 바르라 했는지 알 테니 굳이 설명은 하지 않겠네.

자네가 왕국의 기사로서 언제나 품위를 유지하며, 절도 있고 딱딱한 동작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내 잘 아는 바이네. 정말 멋지다고 여러 번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여기서는 그들처럼 움직여야 하네. 두눈박이가 외눈박이 세계에 간다면 괴물 취급받는다는 사실은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그러니 지금은 미친 사람처럼 뛰어다니고 웃게. 저 안에서 뛰어다니는 그들과 같이 행동하게.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그들을 구하려 하지 말게. 마탑 사람들은 이미 그것에 다 홀려버려서 나도 방도가 없어. 이미 늦었네.

자네는 저기서 중앙 코어의 마력 발전기를 떼어서 가지고 나와야 하네. 마력 발전기를 떼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네에게 쏠릴 걸세.

얼른 뛰쳐나가 지하실의 철문을 닫아 걸어잠근 뒤, 부적을 붙이게. 탈출 과정에서 필요하면 칼을 휘둘러 죽여도 좋네.

앞서 말했다시피, 이미 그들은 다 늦었네. 자네가 사람을 벤다는 죄책감을 가지지 않기를 빌어야겠군.

그렇게 지하, 꼭대기, 숙소에 부적을 붙였다면 거의 다 끝났네. 이제 나가서 마탑의 문을 닫아 걸어잠근 뒤, 부적을 붙이기만 하면 되네.

이 모든 행동을 다 끝마치고 나서 뒷장을 넘기면 이제부터 자네가 내 부활을 위해 마지막으로 해야 할 것이 비로소 보일 걸세.




(뒷장)



거짓말해서 미안하네 로안.

죽음을 속이는 방법은 없다네. 그 어떤 마법사도 죽음만은 속일 수 없었지.

이 글을 쓰던 시점부터 나는 심각한 중상을 입고 죽어가고 있었네. 하지만 나는 마탑 안에 있는 그것이 왕국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해야 했어.

그러니 자네를 불러 위험에 처하게 한 것은 부디 용서해주게.
내게 이 방법 말고 왕국의 모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네.

마지막으로 자네가 목숨 걸고 챙긴 마력 발전기는 내 모든 마력이 담긴 보물이니 자네 마음대로 써 주게.


자네의 오랜 친우인 멀린이.

추천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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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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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워해요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4
    2024.02.06 23:34:36
  • ㅇㅇ(118.235)

    https://arca.live/b/napolitan/76246178
    이거랑 전개가 상당히 비슷한데 자가복제임?

    2024.02.08 07:20:12
    • ㅇㅇ(14.50)

      오이거 찾고있었는데 ㄱㅅ - dc App

      2024.02.08 08:55:25
    • ㅇㅇ(113.59)

      글쓴이인데 저 글에서 영감 얻었음. 고민 많이 했는데 복제 티는 못 벗었나 보네...

      2024.02.08 09: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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