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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총을 사는 이유

YO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25 06:09:17
조회 8703 추천 175 댓글 17
														

"여기 있습니다, 물건."


나는 테이블에 놓인 총기와 탄약, 군용 나이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내 눈 앞에 있는 남자는 조용히 돈이 든 상자를 건네더니, 결연한 표정으로 그것들을 하나하나 챙기기 시작했다.


과연 이 남자는 무엇 때문에 이 무기들을 사들이는 걸까.

물론 파는 입장인 나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이 남자는 뭔가 평범한 손님들과는 결이 달랐다.


보통 나에게서 물건을 사가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호신목적으로 사가는 사람, 혹은 어떤 방식으로든 범죄와 엮여있는 사람.


하지만 이 남자는 어떤가.


중대한 일을 결심한 듯한 표정을 보아 단순 호신목적은 아니다.

또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는 이 자가 범죄조직에 몸담고 있거나 테러를 저지를 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물론 내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지만- 알려주고 있었다.


뭐랄까... 근거는 없지만, 내 직감은 눈 앞의 남자가 전쟁터에 나가기 직전의 군인, 혹은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다만 이 남자가 군인일리는 없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곳에서 화기를 구매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왜 그러시오?"


문득, 남자의 건조한 목소리가 귀에 박혔다.

나도 모르게 상대를 너무 유심히 관찰한 탓이다.


원래라면 여기서 아무 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리고 거래를 끝냈을 터이지만, 내 입에서는 어째서인지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질문이 튀어나왔다.


"...이것들을 사가는 이유가 뭡니까?"


아.

고객의 개인적인 사정을 묻다니, 무기상으로서 최악의 행동이로군.


나는 뒤늦게 실수를 깨닫고 내뱉은 말을 주워담으려 했다.


"미안합니다. 지금 건 못 들은 걸로..."


"30년 전."


"예?"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그러니까 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유행했던 괴담이 하나 있소."


하지만 남자는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히려 내가 물어봐준 것이 기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름이 <다른 세계에 가는 방법>이었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특정한 순서대로 버튼을 누르면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지. 뭐, 이런 류의 괴담은 늘 그렇듯이 잠깐의 유희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말이오. 마치 내가 지금 물고 있는 이 담배처럼."


분명 나도 어렸을 적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 이외에도 화장실이나 거울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


"하지만, 나와 내 친구에게는 그렇지 않았소. 그 괴담이 한창 유행할 무렵 나는 반에서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직접 시도해보자고 제안했고, 겁이 많아서 몇 번이고 거절하던 그 녀석을 간신히 설득해 둘이서 괴담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했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미 그 괴담이 헛소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소. 그리고 괴담의 내용에는 <무조건 혼자 시행해야만 한다.>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있었기에, 만에 하나 괴담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지.


허나... 비극적이게도 그 날, 괴담의 내용은 실제로 이뤄지고 말았소.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 보이는 이질적인 하늘과 사람은 커녕 길고양이 하나 보이지 않는 동네의 모습, 붉은 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타고온 엘리베이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은 어린 시절의 나를 두려움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지. 하지만 더욱 심한 건 내 친구였소. 그녀는 거의 패닉에 빠져있더군.


...그렇게 벌벌 떨며 하염없이 걷고 있던 우리는, 마치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얼굴없는 인간들을 마주쳤소. 그들은 이목구비가 없는 대신, 길고 날카로운 손톱과 복부에 커다란 입을 달고 있었지.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고, 나와 그녀는 미친듯이 도망쳤소. '잡히면 끝장이다.' 이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던 남자의 목소리가 떨린다.


"얼마나 도망쳤을까. 결국 체력이 없던 친구는 뒤쳐졌고, 그대로 녀석들에게 붙잡혔소. 그녀의 비명이 뒤편에서 들려왔지만 나는 살아야한다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더 빠르게 내달렸지.


그러다 어느 밀밭에 부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엘리베이터를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그 안에 뛰어들어갔소. 아슬아슬하게 녀석들을 피해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 1층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마치 시치미를 떼듯 나를 원래 있던 세계에 얌전히 보내주더군.


친구를 꼬드겨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들고, 심지어는 뒤처진 친구를 버리고 혼자 살아남기까지 하다니... 그래, 사실상 그녀는 내가 죽인 것과 다름이 없는 거지."


"현실로 돌아온 직후에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죄책감이나 후회를 압도하고 있었소. 하지만 나는 그 날로부터 30년이나 더 살아버렸고, 그 날의 기억은 나에게 있어서 결단코 잊을 수 없는 것이었지. 끔찍한 괴물보다도 마지막에 친구가 지른 비명소리가 더욱 강렬하게 내 뇌리에 들러붙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삶을 휘저어놓았소.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드디어 결심했소. 마침내 속죄를 하기로 말이지."


한탄 섞인 이야기를 늘어놓던 남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듯한 표정이로군."


"아닙니다... 그저..."


"뭐, 당신이 믿든 안 믿든 상관없소. 어쨌든 난 집으로 돌아가면 곧장 그 날과 같은 방식으로 그 빌어먹을 놈들이 존재하는 세계에 갈 거니까. 그리고 분이 풀릴 때까지 그 자식들의 대가리를 이 샷건으로 으깨주고 탄약이 다 떨어지면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여야지. 그게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까.


그리고... 그리고... 그럴 일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만에 하나라도 친구가 살아있다면, 이번엔 내가 그 세계에 남는 한이 있더라도 부디 그녀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주고 싶소..."


남자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일방적으로 말을 쏟아낸 남자가 후련해보이는 표정으로 가게를 걸어나간 것은,

자신의 망상을 누군가에게 떠들어댈 수 있어서 였을까 아니면 30년 간 자신을 괴롭혀오던 이야기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서 였을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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