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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오늘 지구의 날이라 소등 행사해야 된대."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23 00:01:02
조회 2925 추천 88 댓글 6
														



퇴근하고 현관을 들어선 건 오후 8시 정각이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서자, 평소와 다르게 거실 불이 꺼져 있었다. 


"엄마, 왜 불 꺼놨어?" 하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부엌 식탁에 앉은 채로 대답했다.


“오늘이 지구의 날이래. 저녁 8시부터 10분간 소등 행사 한다고 하더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행사가 있다는 건 얼핏 들어본 적 있지만, 그걸 우리집에서까지 그렇게 철저히 지킬 줄은 몰랐다. 


어두컴컴한 거실이 영 불편해서 무심코 벽 스위치를 눌렀고, 형광등이 번쩍하고 켜지자마자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끄라고! 지금 뭐 하는 거야!”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다시 불을 껐다. 


어머니는 손끝을 바들바들 떨며 내게 다가왔다.


“지켜야 해. 지구의 날이야. 애가 방송에서 말했단 말이야.”


“애가? 무슨 애?”


“아파트 방송. 아까 방송 나왔어. 애가 울먹이면서 말하더라. 제발 불 꺼달라고. 안 그러면 안 된다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지구의 날 소등 행사에 왜 아파트 방송으로 아이가 나와서 그런 말을 하지? 


더구나 아파트 방송이 그렇게 사적인 감정 섞어서 요청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던가? 


“엄마, 뭘 그런 걸 다 지켜. 그건 그냥 퍼포먼스 같은 거야. 누가 진짜 신경이나 쓴다고.”


내가 그렇게 말하며 핸드폰을 켜자, 화면이 밝아지며 얼굴이 환해졌다. 


그 순간,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내 손에 든 폰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았다.


“불 나오면 안 된다고 했잖아!”


나는 벙찐 채로, 바닥에서 부서져가는 내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어머니는 숨을 헐떡이며 폰이 완전히 꺼질 때까지 몇 번이고 발로 짓밟았다. 


유리 파편이 튀고, 케이스가 갈라졌다. 


방금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사람이, 누가 봐도 과하게, 병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말도 안 되는 집착, 그게 단순한 환경운동의 일환일 리가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시계를 보며 물었다. 


“엄마, 10분 지났지 않아? 지금 8시 11분인데.”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낮게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직, 아직 아니야. 애가 아직이라고 했어.”


“지금 그 애가 방송에 또 나왔어?”


“아니, 그냥... 애가 그러는 것 같아서.”


그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단순한 아파트 행사 방송을, 어머니는 아직도 귀에 들리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실제로 계속 무언가를 듣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슬쩍 다시 불을 켜볼까 했다. 


확실히 이건 뭔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니까. 


나중에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손이 스위치에 닿기 직전, 어머니가 내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


“안 돼. 지금... 지금 보면 안 돼. 그 애가 보고 있어.”


불을 끈 지 20분이 넘었는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아직이야.”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동안 집 안은 더 어두워졌다. 


방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던 주방등 불빛마저 꺼졌고, 커튼은 언제 닫았는지 외부 빛 하나 들지 않았다. 


집 전체가 검은 막처럼 변해갔다.


보통 어둠은 시간이 걸리긴 해도 암순응이 되면 어렴풋이 보이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 집 안의 어둠은 아무리 기다려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무언가에 부딪칠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어둠 속에서 어머니의 기척을 찾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어머니가 비정상적으로 뭔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쩌면... 어머니가 두려워하는 건 단지 '불빛'이 아닐지도 몰랐다. 


오히려 불빛이 꺼진 뒤, 그 틈에 '들어오는 무언가'인 것 같았다.


집 안은 더 이상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 


어둠이 단순히 빛의 부재라면, 이건 무(無)의 질감에 가까웠다. 


눈을 떠도 감은 것과 같았고, 어느 순간부터 손을 휘저으면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분명히 ‘닿는다’. 


부드럽고 축축하며, 살아있는 것처럼 내 손을 빠져나간다. 


숨을 참으면 내 숨소리 뒤로 또 다른 숨소리가 따라왔다.


“엄마...” 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우리 그냥 불 켜자. 나 진짜 무서워.”


어머니는 미동도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 행동이 마치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사람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거실 깊은 어둠 속 어딘가에서 “쉬이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목소리 같았지만 너무 낮고, 너무 길게 이어졌다.


그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네가 나를 보지 못하길 바란다는, 절박한 기원 같았다.


나는 뒷걸음질쳤다. 


방 쪽으로 가려다 벽 모서리에 부딪혔고, 식은땀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 사이 어머니가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애가 아직, 아직 아니래...”


내가 보지 못하는 그 어둠 속에서 ‘그 애’는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존재에게 붙잡힌 것이었고, 나는 이제 그 경계선에 서 있었다. 


단 10분. 그 10분이 넘으면 이 의식이 끝나야 할 텐데...


하지만 나는 시계를 확인할 수 없다.


폰은 이미 박살났고, 벽시계는 누가 봐도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바늘은 8시 2분에 멈춰 있었다.


어쩌면... 이 집 안에서는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그 존재가 허락하지 않는 한’ 흘러가지 않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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