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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나는 오파츠를 좋아하지, 오컬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겐 그게 무슨 차이냐는 질문이 되돌아올 때마다 해명하는 데 지쳤다.
현실에선 쥐 죽은 듯 조용히, 평범하고 무난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적어도 인터넷에선 나처럼 오파츠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했다.
그러던 중 메일 한 통이 내게 도착했다.
Subject: A Special Gift for Your Birthday
Dear Mr. Yoon,
I hope this message finds you well.
As your birthday approaches, I wanted to take a moment to offer my warmest congratulations. It has been a pleasure to get to know you, and I admire your deep curiosity and passion for the occult and the world of OOPArts.
To celebrate your special day, I have prepared something unique. It is an antique watch, believed to have been crafted in the 19th century—a piece that has stood the test of time, much like the mysteries you explore. While its origins are unknown, I believe someone with your keen eye for hidden truths will appreciate its value and authenticity. Consider this not just a gift, but also a task: to uncover the story behind this watch.
I trust it will resonate with you in a way that only you could understand.
Wishing you a year filled with discovery and wonder.
Warm regards,
Johann Keller
대충 내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과 함께 흥미로운 선물 하나를 보냈으니 그 비밀을 풀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오파츠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스위스의 시계 장인이었는데, 나와 오파츠를 좋아하는 이유가 똑같았기에 마음이 잘 맞았었다.
현대에 와서 오파츠는 전부 해명됐고 그 당시 기술력의 결정체였다는 것이 정론이지만, 나와 켈러는 다르게 생각했다.
오파츠는 오파츠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던 것이라고. 그건 시대가 아득히 지나버린 지금은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기이하고 기묘한 무언가를 위해서라고.
그렇기에 오파츠를 둘러싼 흥미로운 가설 제기는 나와 켈러의 주된 활동이었고, 켈러는 나의 빈약한 상상력을 시대 고증을 맞춰주며 더욱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런 켈러가 내게 생일 선물을 보낸 것이었다. 그것도 19세기에 제작된 걸로 추정되는 시계 하나를.
나는 고맙다고, 꼭 흥미로운 비밀을 풀어내겠다고 답장한 뒤, 켈러의 선물이 어서 도착하기를 바랐다.
켈러의 선물은 얼마 안 가 도착했다. 세관에서 한 번 뜯었다 붙인 흔적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용물은 시계뿐이니 상자와 포장지가 성의없이 재포장된 거 빼면 건든 건 딱히 없는 듯했다.
시계는 굉장히 두껍고 묵직한 기계식 엔틱 회중시계였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였지만, 두께가 20mm쯤 돼 일반적인 시계의 거의 1.5배는 되는 데다가 무게 역시 180g 가까이 되는 듯했다.
재질 역시 평범한 금속 소재는 아닌 듯, 19세기 제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관리가 잘 돼 있었다. 이건 켈러가 성심성의껏 관리한 덕택이겠지만.
한 가지 특이사항이 있다면 겉뚜껑이나 뒷면, 혹은 옆면에 제조사나 어떤 문구도 새겨지지 않았다. 나도 시계라는 설명을 못 들었다면 금속 파우치로 이해했을지 몰랐다.
무엇인가의 기이함을 느끼며 나는 회중시계를 열었다. 그 내부는 더욱 특이했다.
일반적인 고급 회중시계의 경우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고, 익숙해지면 한 번 시계를 쓱 훑어보는 걸로 시계가 주는 정보를 수월하게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켈러가 준 시계는 보자마자 당혹스러움이 느껴졌다. 총 여섯 개의 각기 다른 크기의 원이 회중시계를 채우고 있었고, 내가 알아본 건 딱 하나, 초침, 분침, 시침이 담긴 제일 작은 원 하나였다.
그 다음 큰 원부터 제일 큰 원에 담긴 침은 원점에서 각기 다르게 멀어진 채(큰 원으로 올라갈수록 원점에 가까워졌다) 고정된 듯 움직이지 않았다.
각 원 테두리는 60개의 구역으로 분할돼 있었지만, 딱히 숫자가 표기돼 있진 않았다.
나는 새삼 켈러가 정말 재밌는 선물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켈러는 내가 온전히 이 시계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기가 알아낸 사실을 동봉하진 않았을 터였다.
실제로 소포는 시계와 시계를 포장한 포장지가 전부였다.
당장 드는 생각으로는 나머지 다섯 개의 침은 좀 더 큰 단위의 침이 아닐까 싶었다. 달 단위라든지, 연 단위라든지.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5개 씩이나 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기술적 한계는 둘째 치고, 단위가 어떻게 설정돼 있든 5개는 과했다.
달, 분기, 반기, 년으로 가도 하나가 남았다.
시간 단위가 아닌 다른 걸 가리킨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게 딱히 다른 기능을 암시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결국 10분을 넘게 씨름한 끝에 당장에 결론내릴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닫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아보기로 했다.
경과를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 흰 바탕에 그림자 없이 사진을 찍고, 첫 한 달은 일주일 주기로, 그러고도 조짐이 없으면 한 달 주기로, 그러고도 변화가 없으면 분기, 반기, 년 단위로 찍어 비교하기로 했다.
2024년 8월 11일(0주),
최초 기록. 각 원을 작은 순서대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제타라고 이름 붙였다. 기존 시계는 알파에 몰아져 있고, 베타부터 제타까지는 단위를 아직 알 수 없다.
2024년 8월 18일(1주),
2차 기록, 최초 기록과 대조해봤는데, 변화를 발견할 수 없었다. 베타의 변화가 기록돼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다음주도 변화가 없으면 격주로 주기를 늘릴 것이다.
2024년 8월 25일(2주),
3차 기록, 최초 기록과 대조했지만 변화가 없다. 예정대로 다음 대조는 2주 뒤인 9월 8일이다.
2024년 9월 8일(4주),
4차 기록, 미세하지만 베타에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60눈금 단위 기준으로는 움직이지 않았다. 즉, 1눈금조차 움직이지 않은 극히 작은 변화였다. 한 달이 지나야 베타가 이 정도로 변화하면 감마, 델타, 엡실론, 제타는 대체......?
2024년 10월 6일(2달),
5차 기록, 확신...이라고 해야 하나. 4개월 뒤인 25년 2월 23일에 1눈금 반에 베타의 침이 도달할지 지켜볼 것이다.
2025년 2월 23일(반년),
6차 기록, 베타는 1년침이다. 1년이 지나서 1눈금을 움직였다. 60눈금이니 1베타는 60년이다. 그리고 다른 원의 눈금도 일정하다고 가정한다면, 감마는 60년침, 델타는 3,600년침, 엡실론은 216,000년침, 제타는 12,960,000년침이다.
이 가정을 바탕으로 시계가 가리키는 햇수를 구해봤다.
올해는 2047년이다.
2025년 2월 24일(반년),
켈러에게 메일을 넣었고, 금방 답이 돌아왔다. 켈러 역시 나와 비슷한 시간을 들여서 같은 결론을 도출해냈었다. 켈러는 시계 장인이니 3개월 정도 흘렀을 때 베타의 1년침이 움직인 각도를 측정해 1년침이란 걸 깨달았다고 한다.
문제는 이 시계는 분해할 방도가 마땅찮고, 함부로 분해할 경우 재조립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제타의 12,960,000년침이 사실이라면, 고작 이 작은 회중시계에 그 시간을 담아낼 수 있는 것 자체가 오파츠 그 자체라고 했다.
나 역시 그 의견에 동의했다. 이 시계는 오파츠였다. 그것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2025년 3월 3일(반년+약간의 오차),
켈러와 대화를 좀 더 나눴다. 우리의 주요한 논쟁은 왜 이 시계가 2025년이 아닌 2047년을 가리키고 있냐는 점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2025년 2월 23일에 측정한 시계는 2047년이었다.
켈러는 이 시계를 12년 전에 발견했었는데, 그때 3개월 간의 연구 끝에 시계의 비밀을 밝혀냈을 때, 시계는 2033년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었다. 즉, 2013년에는 2033년, 약 20년의 오차가 있었고, 2025년에 와서는 22년으로 2년의 오차가 추가로 발생했다.
내가 작동이 오래됨에 따라 오차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켈러는 내 의문을 부정했다. 12,960,000년침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라면 애당초 12,960,000년침이 순회할 것을 가정했다는 뜻이었다.
즉, 실제로 이 시계가 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시간은 777,600,000년이다. 자그마치 7억 년을 측정할 수 있는 물건이 고작 20년의 오차를 만들어낼 리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켈러는 이 시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보면 초기엔 만들어진 년도를 정확하게 표기했다고 전했다. 즉, 19세기에 이 시계가 만들어질 당시에 베타, 감마, 델타침은 햇수를 정확하게 표기하고 있었다는 뜻이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22년이란 오차가 추가로 발생한 것이었다.
켈러와의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질 것 같다.
2025년 4월 24일(반년+약간의 오차),
베타가 움직였다. 각도를 계산하니 약 4개월 정도 흘렀다. 이전 측정으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났으니, 흐른 시간의 배율로 따지면 2배에 가까웠다.
켈러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 켈러는 혹시 베타를 비롯해 시간이 흐르는 배율 자체가 다른 건 아닌가 지적했다. 하지만 내가 굳이 반박하기도 전에 켈러는 자기 의견을 철회했다. 시간 배율이 다르다면 켈러가 1베타를 60년이 아닌 120년으로 계산해야 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어떤 주기나 원인이 있는지 몰라도 '특정 시기'마다 이러한 '점프'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가정했다. 문제는 이 '점프'가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기존의 기록 주기를 다시 촘촘하게 좁혀야겠다.
켈러는 다음 생일이 지나고 성년이 되면 스위스에 와서 같이 연구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2025년 5월 1일(일일 기록 8일차),
하루마다 기록한 지 8일 만에 베타가 다시 움직였다. 정확히는 기록용으로 사진을 찍고, 자기 전에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껴 다시 기록해 대조했는데, 그 사이 베타침이 움직인 것이었다.
나는 황급히 켈러에게 연락했다. 다행히 지금 스위스는 한창 낮이라 켈러는 금방 반응했다. 한국 시간 오후 9시에서 오후 11시 사이에 베타침이 움직였다. 1년 3개월 정도 움직였다. 지금 시계가 가리키는 연도는 약 2049년이다.
태양 폭풍, 자기장 혼란, 전파 테러, 다양한 원인을 켈러와 떠들어봤지만, 어떤 전자장치도 달지 않은 기계식 엔틱 회중시계가 그러한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아 '점프'했을 것 같지 않았다.
또한 내부 요인으로 '점프'할 거란 건 켈러가 이미 시계 장인으로서 불가능하다고 공언했다. 물론 분해하지 않는 한 그게 정말로 불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기계식 시계가 불규칙한 주기성을 가지고 불규칙하게 점프하는 건 오파츠로 부를 게 아니라 심령 현상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피곤한 관계로 나는 다시 자러 갔다.
2025년 5월 2일(일일 기록 9일차),
직전에 켈러와 나눴던 대화가 온종일 머리를 지배했다. 외부 요인은 시계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 내부 요인은 발생할 수 없다. 하지만 시계의 '점프'는 명백히 일어나고 있고, 이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리하고 보니 나는 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이 하나 더 있다는 걸 발견했다. 굳이 복잡할 것 없이, 시간 그 자체라면?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오늘 내내 이 가설은 그럴싸한 형태로 내 머릿속을 지배해갔다. 상대성 이론 같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애초에 상대성 이론으로 시계 혼자 '점프'하려면 아이러니하게도 시계를 제외한 모두가 아광속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게 핵심이었다. 시계를 제외한 모두.
머릿속을 정리할 틈도 없이 나는 장황하게 두서없이 내 가설을 켈러에게 보냈다.
2025년 5월 9일(일일 기록 16일차),
켈러에게 답신이 왔다. 내가 보낸 가설을 정리하고 그걸 이해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내 가설은 판타지 소설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지만, 동시에 그 가설은 지금까지의 현상을 '제법 그럴싸하게' 설명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내 가설은 바로 '시간이 멈춘 동안 혼자 작동하고 있었다면?'이었다.
정말 바보 같은 발상이지만, 이 발상으로 그동안의 '점프'를 아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우리의 시간이 멈춘 동안 이 시계 혼자 시간이 24년치가 흘렀다면, 그리고 그러한 '시간 멈춤' 현상이 종종 발생했다면 '점프'가 최근에도 일어난 걸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켈러의 지적대로 이건 판타지 소설이나 다름 없는 가정이었다.
그리고 이 가설이 진짜라면, 다른 문제가 더 발생했다.
시간이 멈춘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 시계는 그러면 대체 무엇을 위한 시계인가?
2025년 7월 1일(일일 기록 70일차),
우리는 '시간 멈춤' 가설을 거의 정론으로 받아들이고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우리의 주요한 논제는 '시간이 멈췄다는 사실을 시계 외의 방법으로 어떻게 알 수 있는가?'였다.
이 논제는 바꿔말해 '누군가가 시간을 멈춰서 대체 무엇을 하는가?'와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켈러도, 나도 '시간 멈춤'을 전제로 깔기 시작한 후로 눈에 띄게 예민해졌음을 인정했다.
주위 사물을 편집증적으로 인식하고, 주위 언행을 강박적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점프'가 일어난 순간, 나는 최대한 빠르게 켈러에게 연락해 무언가 바뀐 것은 없는지 살폈다.
가족도, 내 친구도 평범한 줄 알았던 내가 어느 순간 회중시계만 들여다본다고 뭐라고 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 멈춤'을 사실로 믿을수록 켈러와 나는 더욱 큰 공포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그 공포는 제타침에 머물러 있었다.
7월 2일(일일 기록 71일차),
점프가 또 일어났다. 베타가 뒤로 움직여서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날 쳐다봤다.
베타만 뒤로 움직인 게 아니었다. 감마도 움직였다. 대충 눈대중으로 계산하니 약 210년 정도였다.
나는 켈러에게 연락하는 것도 잊은 채 지하철 차량 안을 강박적으로 훑었다. 사람들의 경멸 어린 시선 따위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나는 뉴스 기사를 살폈다. 하지만 뉴스 따위가 실시간으로 바뀐 무언가를 반영할 리 없었다.
SNS를 뒤졌다. 켈러에게도 연락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주위를 마구잡이로 살폈다.
지금은 진정하고 집에 돌아와 이렇게 기록을 남기지만, 정말로 미치는 줄 알았다.
자그마치 216년이 점프했다. 216년 동안 시간이 멈춘 것이다. 지금은 2025년이 아니라 2265년이다!
7월 5일(일일 기록 중단),
결국 부모님이 나를 정신병원에 가두겠다고 협박했다. 당장 회중시계를 버리라고 했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이 세계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는데, 그걸 알 유일한 수단을 뺏길 수 없었다.
도합 240년 동안 시간이 멈추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난 알 수 없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내 주변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없던 일이 되는가?
이 시계가 고작 주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안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그런 거라면 베타, 감마, 넓게 봐서 델타까지만 만들어도 충분하다!
엡실론, 제타까지 만들어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켈러와 나는 이 비밀을 밝혀낼 의무가 있다.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알아버렸으니까.
7월 28일,
스위스로 건너갈 계획을 세웠다. 켈러가 도와줬다. 생일은 며칠 전에 지났고, 여권은 조만간 나올 것이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인제 와서 회중시계를 버리고 살아갈 순 없다.
반드시 이 시계의 비밀을 모두 풀어낼 것이다. 어쩌면 풀기도 전에 죽을 수도 있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이 세계가 드러내지 못했던 장막 너머를 들여다 볼 자격이 있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든, 나는 마주해야만 한다.
8월 3일,
비행기에서 잠깐 기록하는 중이다. 켈러가 공항에서 마중나올 것이다.
부모님껜 직전에 통보했다.
어제 국내에서 오파츠 관련으로 얘기가 통하던 사람에게 연락이 왔었다.
그동안 활동이 갑자기 뜸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
비행기 타기 직전에 답장했다.
진정한 오파츠를 발견했고,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잠깐 여행을 다녀올 거라고 답했다.
하지만 돌아올 수 있을진 모르겠다.
8월 4일,
공항에 도착하고 켈러와 만났다. 켈러와 몇 번 화상통화를 한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본 켈러는 생각보다 더 말끔하고 번듯한 시계장인이었다.
켈러는 반대로 내 얼굴을 보고 생각보다 어려서 놀랐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내 서로의 외견에 구애받지 않고 활발하게 시계에 관해 떠들었다.
나는 켈러에게 시계를 되돌려주려고 했지만, 켈러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생일 선물로 준 게 맞거니와, '시간 멈춤'에 대한 가설로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선 건 내 공로라는 게 이유였다.
......
여기까지가 정상적인 기록이다.
켈러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눈을 깜빡이고 나니 사라졌다.
시계를 확인했다.
제타침이 영점에서 뒤로 1눈금 움직였다.
나는 비명을 지르다 기절했고, 지금은 병원이다.
8월 5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선.
켈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 외에.
그러나 시간은 흘렀다.
제타침이 뒤로 1눈금 움직였으니 대충 7억년 정도.
7억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무사한 것에 안도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병원 뉴스로 전해지는 속보들은 7억년의 여파일지 모른다.
나는 그제야 내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단 걸 깨달았다.
장막 너머 진실을 들여다볼 줄 알았는데,
나는 더 큰 무지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7억년 동안 무슨 일이 이 세계에 일어났는가?
켈러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 시계는 대체 무엇을 위한 시계였는가?
왜 켈러만 사라지고 나는 남았는가?
대체,
대체 왜?
알 수 없다.
그리고 이젠,
아는 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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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 |
24.03.17 | 371730 | 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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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나도 스위스 시계장인 친구 줘
와....좋다....
진짜 치열하게 고점 뽑아버리네....
뻔한 말이긴 한데 진짜 좋아..
와... 글 진짜 잘 쓴다.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네 이게 나폴리탄이지
진짜 재밌게 읽었음... 좋다
아 좋네
7억 년이 흘렀을 때 소름 돋았네ㄷㄷ
잘 읽었음!
와 미쳤다 진짜 벽 느껴짐
맛있다
갸악
소름돋게 맛있다
역대급이다 - dc App
와 좆된다
슈타인즈 게이트에서 영감 받았나
슈타게 봐야지 봐야지 하는데 아직도 못 봐씀...
미쳤다 개재밌다 - dc App
시곗바늘은 몇바퀴고 더 돌았을 수도 계산한 거보다 멈춘시간이 더 길 수도.... 근데근데 제타 시침 12,960,000 아님? 왜 12,720,000임?
헉 퇴고 없이 암산으로 돌렸더니 찐빠가......
쉿
이거도 떡밥이지
하루만에 추천수 100을 넘는게 가능한거였구나...
내 의견이지만 명예의 전당이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음...
와..... 진짜 소름돋는다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그냥 쩐다
혹시 이글을 블로그에 올려도될까요? 당연히출처남기겠습니다 이질문으로 기분이나쁘셨다면 정말 사죄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neapolitan_hcm/223782024548
블로그로 퍼갈 거면 그냥 여기서 본문 스크랩 해가셈
감사합니다
세계는 『일순』한다!
소재를 일부러 난잡하게 하지 않고도 멋드러진 글
제타 한바퀴가 7억년이고, 한눈금은 천만년 아닌가요?
뒤로 1눈금은 앞으로 59눈금 움직였다는 것
잘쓰긴 했는데... 솔직히 벽을 느꼈다거나 그럴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더 잘 쓸 수 있는데도 좋은 소재를 너무 급하게 풀어내느라 쓸데없는 부분이 많이 들어갔고 정작 자세히 설명해야 할 부분은 간소해졌다고 느껴짐. 편지 영어 본문은 한국식 사고방식이 짙게 묻어나는 번역투인데다 통편집해도 내용 전개에 아무 지장이 없음
피날레를 위해 절차적 기술지식을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직관적인 비유 같은 게 하나도 안 쓰여서 읽는 사람으로서는 그렇게 재밌지도 않고 글 쓴 사람이 존나 급했구나 하는 생각만 듬. 그 외에 더 말하면 기분 나쁠 것 같아서 그냥 감
!!! 심 술 주 의 보 발 령 !!!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ㄴㄴ너는 이 정도 작품을 쓸 수 있어서 말 그 따위로 함? 상대방 기분 나쁠 거 생각했으면 아예 하지 말든가
편지 영어는 뭐가 문제임? 현장감 살리느라 전문 넣었을 수도 있잖아. 내가 보기에 딱히 한국식 같지도 않지만 굳이 그렇다 치자면, 켈러가 한국인이랑 펜팔하다 말투도 옮았나 보지ㅇㅇ - dc App
이런 댓글 특: 지 피드백대로 후반을 자세하게 풀어쓰면 마지막 부분을 쓸데없이 자세히 써서 공포감이 떨어진다고 함
무작정 까고 싶어서 어떻게든 써낸 피드백의 탈을 쓴 비난일 뿐 건설적인 방향은 하나도 제시하지 않음
니가 쓰고 그런말 하면 인정이다
그러니까 뭐 하나만 써와봐
어째서...분탕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주는것이지?
오토마타갤러리로
아니 근데 몰입감 뭐냐 미쳤네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로 1눈금 움직인거 뒤늦게 이해하고 소름돋았다 ㅅㅂ
걍 1등 포기할게요 ㅠㅠ
만리장성을 세워 버렸네
소름돋았어 너무 좋아..... 멋져
직접적인 귀신 살인 이런건 1도 안나오는데 ㄹㅇ소름 쫙끼침 진짜 잘봤다 앞으로도 글 많이 올려줘라 - dc App
그런 당신에게 상상해서 무서워지기 시리즈와 형식주의 괴담을
애초에 제타침이 59만큼 움직인게 맞기나 했을까?
119만큼 움직였어도 표기는 같이 나오지 않을까?
다른 침들이 점프한것도 사실
777,600,000년 + a의 시간이 흐른거였다면?
ㅎㄷㄷ
오억년버튼 연타하는새끼가 있으니 이지랄이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
열띈 토론을 → 열띤 토론을
와 이걸 이제 봤네… 이게 나폴리탄이지
너무 재밌어~~
쩐다요
안녕하세요 영화동아리 부원인데 각색해서 소재로 써도 될까요?
어디 동아리이고 어디다 쓸 건지 말해줘야지
그... 소품 못구할거같아서 괜찮을거같네요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
SF란 이런게 아닐까 하고
누가 1억년버튼 만들고 연타했나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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