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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TT] 시간 없는 세계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4 13:22:16
조회 1506 추천 84 댓글 5
														





요즘 신문 1면은 온통 그 이야기뿐이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시간여행이 상용화된다는 뉴스였다. 


관광에서 연구까지, 응급처치에서 산업재해 예방까지. 


과거로 돌아가 실수하기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삶은 훨씬 안전하고 생산적으로 될 거라 믿었다.


당장 법적으로는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시간, 미래로의 이동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다. 


과거 역시 사건 발생 직후로만 제한되었고, 역사적 사건 개입은 엄격히 금지됐다. 


회사는 스스로를 ‘세계 시간윤리 위원회(World Time-Ethics Comittee, WTEC)’라고 불렀다. 


그러나 기술이 가능해진 순간, 통제는 허구에 불과했다.


시간 여행 서비스가 시작된 지 몇 달, 첫 번째 사고가 발생했다.


고객 중 한 명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시스템 결함이라 발표했지만, 내부 고발자가 남긴 기록은 달랐다.


"그가 향한 시간대는 '정체불명'. 공식 타임라인에 존재하지 않는 기록이다."


누군가 예약 시스템을 조작했다는 증거가 있었고, 그는 시간의 틈새로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그가 떠난 뒤 그의 과거까지 지워졌다. 


과거에 그를 기억하던 모든 이들, 그리고 그의 기록들마저 모두 말소되었다.


그리고, 이 현상에 대해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지워질 수 있는가?"


이 사건 이후, 끝없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시간여행이 자유롭게 되면서 개인의 선택은 온전히 그 사람의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있는가?


이번 실종자는 과거에서 과오를 바로잡으려 했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대출 문제로 가족이 해체된 그는, 자신을 파멸로 몰아갔던 그 계약서 서명 직전으로 돌아가 서명을 거부했다. 


그 순간부터 그는 '계약서 사인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었고, 그로 인해 발생했을 가족의 해체도, 파산도, 빚쟁이의 협박도 없어진 것이다.


문제는, 그가 그 고통 속에서 만들어 낸 다른 선택들, 다른 인간관계들까지 모두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고통이 없었다면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 생기지 않았을 일자리들...


그는 존재하지 않는 가지로 걸어 들어갔고,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존재론적 자살'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고통 없는 시간을 선택한 결과, 스스로 존재를 소거하는 선택이 되어버린다는 역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시간여행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윤리적, 철학적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불어났다.


사람들은 작은 실수도 참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갔고, 가족 간에도 과거를 두고 분쟁이 생겼다.


"너 이 씨! 내가 3일 전으로 돌아가본다!"

"어제 회사갔다며, 어제 돌아가서 따라가봤어. 그 여자 누구야?"


시간여행은 과거를 공유 재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누구도 과거를 사유화할 수 없다는 대원칙이 있었지만, 모두가 과거를 편집하려 들면서 현재는 수없이 뒤틀리고 있었다.


정부는 긴급하게 <타임 패러독스 관리법>을 제정했다.


시간여행자는 의무적으로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해야 하며, 여행 내내 행동 로그를 기록해야 한다는 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오히려 법망을 피하는 비공식 루트가 암암리에 퍼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른바 "시간 밀수업자들"은 불법으로 과거를 거래하고, 역사를 사유화했다.


과거를 더 많이 소유한 자가 현재를 결정하는 세계가 되어갔다.


결국 정부는 대책을 내놓았다.



시간여행 금지.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시간여행은 한번 열린 판도라의 상자였다.


시간여행을 멈추려면 최초로 시간을 여행한 순간으로 돌아가, 그 기술이 개발되기 전으로 되돌려야 했다.


문제는 그 첫 번째 여행자가 누구였는지, 어느 시간대인지 더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역사가 너무 많이 재편되어, 시간여행의 기원이 소거되어 버렸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존재, 기록되지 않는 기록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인류는 과거가 없는 미래를 향해 떠밀리고 있었다.






"기억하십시오.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기록조차, 당신이 선택한 어느 과거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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