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멀리서 버스가 다가온다.

버스는 내 앞에 멈추고 문이 열린다.

빈자리를 살펴보자 내리는 문 옆에 빈자리가 있어 앉았다.

'가끔은 어떤 사람들이 내리는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

버스가 멈춘다.

노부부가 내린다. 할아버지가 먼저 내리고 할머니가 내리는 것을 도와준다.

나이 탓인지 두 분 다 손발이 조금씩 떨렸지만, 무사히 내려 서로 팔짱을 낀 채 걸어간다.

'금슬 좋은 분들이네.'

두 사람이 걸어가는 길에는 라일락 나무가 있었다.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가 멈춘다.

부부와 어린아이가 내린다.

밖에는 흰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아이에게 몸을 비벼댄다.

강아지가 앞장서고 그 뒤를 가족이 따라간다.

'사이 좋은 가족이구나.'

버스 정류장에는 누군가가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가 멈춘다.

지저분한 수염을 가진 아저씨가 내린다.

술을 마신 건지 기분 나쁜 알코올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내리면서 고꾸라지고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휘청거린다.

'쯧...'

그가 주저앉은 정류장에는 악의가 가득 담긴 듯한 검은 튤립이 몇 송이 피어있었다.

버스가 출발한다.

버스가 멈춘다.

......

......

아무도 내리지 않는다. 누군가 벨을 잘못 눌렀나 보다.

운전기사가 다가온다.

"내려. 네 차례야."

"......"

창 밖엔 물망초를 배경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