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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갤러리 소개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출처표기용 : https://posty.pe/91f5de
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다.
조용한 카페, 은은한 조명,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여자.
그 무엇하나 이상할 게 없었다.
여자는 단정한 검은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검고 긴 머릿결은 매끈하게
허리 아래로 딱 떨어져 고운 결을 자랑했다.
그런데, *눈*이 너무 컸다.
사람의 얼굴에서 눈이 차지할 수 있는 비율이란 게 있지 않은가.
그녀의 눈은… 아니, 그것은 너무나 컸다.
크다는 정도가 아니라, 얼굴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곤충의 정면을 본 적 있는가?
딱 그 짝이다.
어렸을 때 잠자리를 잡았을 때가 떠오른다.
처음엔 헬멧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게 눈이라는 걸 듣고
나는 너무 무서워서 울어버렸다.
엄마는 말했다,
무서운 건 맞서 싸워서 이겨내야한다고.
그래서 난 마음 먹었다.
잠자리와 맞서 싸우기로.
그래서,
잠자리 눈을 가는 면봉으로 찔렀다.
일반 면봉은, 너무 두껍길래 내가 직접 갈았다.
바늘은 너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 눈은, 생각보다 말랑했다.
진득한 무언가가 묻어날 때까지 찔렀다.
푸욱, 소리를 낼 때까지 잠자리는 날개를 퍼덕였다.
무언가 터졌다, 잠자리한테도, 나에게도.
나는 그때 곤충의 비명소리를 처음 들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몸은 뜨거워졌다.
왜 이 시점에서 그게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잠자리는 죽는 그 순간까지 어쩔 줄 몰라했다.
자신에게 드리운 상대가,
절대 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상대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그녀의 쌔카만 눈동자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내가 비쳐졌다.
검고 깊은 눈동자가 나를 가만히 응시했다.
"무섭나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겨우 웃어 보였다.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아, 아니요. 그냥… 눈이 참 크시네요."
그녀가 피식 웃었다.
눈이 *꿈틀*거렸다.
"다들 그렇게 말해요."
나는 애써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손이 떨린다, 젠장.
왜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지?
우리 테이블 옆에 놓인 거대한 어항만이
끝도 없이 부글거리며 빈 정적을 메꿔준다.
구피 한마리가 그 커다란 어항에서
혼자 얼어붙은 듯 그자리인데,
죽은지 산건지 알 수 없다.
마치 그녀같았다.
힐긋보니, 지느러미가 없다.
구피도 나를 쳐다보고 있다.
구피가 눈을 깜빡인다.
구피가 나를 비웃는다.
다시 힐긋보니, 저건 구피가 아니다.
공포감에 무릎이 덜덜 떨렸다.
시간이 굉장히 오래 지난것 같은데,
그녀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너무 오래…
"누, 눈이, 아프지 않으세요?"
내가 물었다.
"응?"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많-이, 갸웃했다.
그녀는 턱을 괴고 고개를 천천히 꺾었다.
우득, 하는 소리가 났다.
전에 만났던 여자가 생각났다.
목이 꺾인 그녀랑 닮은 것 같다.
"아, 아니. 난 눈을 감지 않아요."
"…왜요?"
그녀는 싱긋 웃더니,
길고 하얀 손가락을 들어
눈꺼풀을 가볍게 집어 올렸다.
눈꺼풀이 없다.
"태어날 때부터 이래요."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만족스럽다는 듯 웃는다.
입술이 너무 얇은 것 같다.
아니, 사람 입꼬리가 원래 저렇게까지 올라갔나?
아니야, 그녀가 정상인가?
어쩌면, 내 눈이 너무 작은 거였나?
그녀는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눈이 크면 좋은 점도 많아요.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고, 먼 곳도 또렷하게 보이고."
"아… 그렇군요."
나는 왠지 목이 탔다.
이상했다.
뭔가 더 깊은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목을 쭈욱 빼더니 내 귀에 입을 가까이 댄다.
테이블을 가로지를만큼 그녀는 목을 뺐다.
그녀 몸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팔짱을 꼬고 있는데
내게 그녀의 얼굴만 가까워졌다.
원근법이 뒤틀린 것 같았다.
그녀의 몸은 너무 멀었고, 얼굴은 너무 가깝다.
그녀는 거의 내 주먹만한 눈동자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캄캄한, 나를 삼킬듯한 어둠.
그녀가 나를 비웃는다.
"눈이 크면,
사람 속도 들여다볼 수 있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물결처럼 일렁였다.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나를 보고 있는 건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눈 속에 있는 무언가였다.
그것은 비춰진 내 모습이 아니었다.
형체들이 수많은손이나를향해뻗어지며 소리지른다
제발살려주세요이렇게죽고싶지않아엄마보고싶어요씨발새끼야내가뭘그리잘못했어제발자르지마넌대체뭐가그렇게즐거워용서해주세요개새끼내가죽여버릴거야아파너무아파요피가멎질않아요눈이보이지않아이거꿈이지손가락이움직이지않아요끔찍해뭐가흘러내려요싫어하지마부러졌어내목이그거내려놔내다뭘그렇게잘못했다고그냥빨리끝내줘그걸로나를제발죽여주세요
나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카페 안엔 아무도 없었다.
원래 어항이 비어있던가?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눈 안에서,
그것들이 나를 지켜 보고 있었다.
나를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몸이 좀 안 좋아서…"
"가시게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눈동자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네, 오늘은 좀…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래요."
그녀는 수긍하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러자,
그녀의 눈 안에서
무언가가 기어 나왔다.
거머리같은, 끈적한 검은 실타래같은 공포.
나는 뒷걸음질 치며 카페를 뛰쳐나왔다.
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다.
도망쳐야 한다.
나는 바삐 길을 달렸다.
폐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내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내가 멈추면,
그것도 멈췄다.
내가 달리면,
그것도 따라왔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형체들.
내가 무서워했던 것들.
내가 분명, 분명 두려워서 맞서 싸웠고.
내가 분명 이겨낸 것들이었다.
그 사람들, 아니 내 공포들이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입꼬리로.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나는 멈췄다.
그녀도 멈췄다.
그녀의 눈이 벌어지고 벌(罰)이 쏟아져 나온다.
나를 삼킨다.
그녀의 눈에 들어갈 때까지 나를 작게 씹는다.
깍두기처럼 작아진 난 그녀 눈에 담긴다.
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까작...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아파
붉고, 주황색에, 노랗고.
살구색이었던 살점은
검은 그녀 눈동자 속에서 다시 흑백이 된다.
나는 그 후에도 잠자리를 잡았다.
잠자리가 없는 곳에서도,
잠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나도,
잠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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