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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신령님, 그 여자와 잔 후부터 꼬리뼈가 지끈거렸습니다

무우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06 02:04:02
조회 4827 추천 8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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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

죄인 홍자헌 죗값을 고합니다.


제 아내는 무녀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몸의 산신님께 온 몸을 바친 정결한 여인입니다.

제 아내는 매달 초사흗날 장독을 씻고, 짐승의 머리를 베어 올리며 온 몸에 피를 묻히고, 마을의 재앙을 막아내기 위해 기도하고 제를 올립니다. 

핏물은 마당을 따라 흘러가고, 그녀는 그 붉은 물 속에 맨몸으로 들어앉아 기도합니다.
짐승처럼 기어다니며, 울부짖는 소리로 마을의 액운을 걷어냅니다.


이 마을에 병이 돌지 않는 것, 사내아이들이 무사히 군문에 오를 수 있는 것…
다 아내의 산굿과 길닦이 덕분이란 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그날만큼은, 사람 아닌 신의 종으로 살아야 합니다. 

저는 고귀하신 신령님의 그릇인 아내의 몸을 씻기고, 아내의 옷을 개어 놓고, 짐승의 시체를 치우고 금줄을 마당에 걸어 액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무녀의 지아비인만큼 당연히 정결한 태도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신령님,

죄인 홍자헌, 이렇게 죗값을 고합니다.


지난 보름날, 제사를 끝낸 아내를 씻겨 잠자리에 눕혀 놓고 전 홀로 장터에 나섰습니다. 

결코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항상 의식이 끝나면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바로 골아떨어져버렸으니까요. 저는 고생한 아내를 위한 찬거리를 좀 사다줄 계획이었습니다.

그날 취했던 것은 맞으나, 그저... 동리 어르신들께서 고생했다며 준 잔을 몇 번 받아마셨을 뿐이었습니다. 이상하게... 금방 열이 오르고 쉽게 취해버린, 그런 밤이었습니다.


보름날이라 그런지 밤인데도 시장이 꽤나 붐볐는데, 이상하게 사람이 없는데 유난히 붉은 등이 밝게 빛나는 곳이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그 곳은 을씨년스러운 주막같았습니다. 촛불이 기묘하게 일렁거렸고, 마치 이리로 오라는 듯.. 주방 쪽으로 길이 나있었습니다. 

저도 제가 왜 그곳으로 따라들어갔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불빛을 쫓는 불나방처럼 달려들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주방 안엔 촛불이 없었습니다. 다만 밝은 달빛만이 그 곳을 비췄습니다.



그곳엔 무언가 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보자, 그 것은 멈춰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시커먼 검은 머리를 물미역처럼 길게 늘어트린, 여인이 있었습니다. 머릿기름 냄새도 아니요, 약쑥도, 나무 연기도 아닌... 마치 썩은 물 위에 핀 연꽃 같은 내음이 나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매캐함 섞인 향기에, 저는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여인은 흰 천을 아무렇게나 몸에 묶은 차림이었습니다. 온 몸에, 하얀 구멍이 나있고, 그 구멍위로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는데

....아. 동공도, 흰자도 없었습니다. 

그녀가 그저 새카맣기만 한 눈구멍으로 저를 응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딘가 기형적인 몸이었으나.... 어난 낮빛과 자태만큼은, 선녀와도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미친 소리지만... 

저는 어쩌면, 그 기묘한 향기에 이미 취해버렸던 걸지도 모릅니다...



그 여인은, 입술을 열지 않고도, 제 귓속으로 깊숙이 속삭였습니다. 귀와, 뇌가, 한번에 아주 날카로운 바늘에 순식같에 푹, 꽂힌 것 같은 서늘한 감각이었습니다.


- 네 여인은 신을 품는구나.

- 그가 신을 품듯, 너도 나를 품을 수 있다.



저는 무녀의 남편입니다. 무녀가 산신에게 선택됐듯, 저 또한 무녀의 지아비로 선택된 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제 욕망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날 밤, 저는 산신의 뜻을 저버리고, 악을 품었습니다. 

악이 저를 삼켰습니다.


저는 그렇게 초사흗날, 입에 담을 수 없는 끔찍한 죄를 짓고, 동이 터오르기 전 새벽... 아무도 없는 빈 풀숲에서 혼자 깨어났습니다. 

맨 몸에, 입고 있던 옷이 아무렇게나 덮여 있었습니다. 이슬은 차가웠고, 허리가 아파왔습니다.

저는 그제야 수치심이 고개를 들어 급하게 옷을 주서입고는 부리나케 자리를 떴습니다. 제가 있던 그 곳엔, 다행히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 곳엔, 모두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왜인지 꼬리뼈가 지끈거렸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요통으로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계속.

제 꼬리뼈 아래가 들썩였습니다.


무언가,... 제 꼬리뼈 아래에서 꿈틀거리며, 속에서 살을 뒤집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종기인 줄 알았는데, 그 부위는 검푸르게 멍들더니, 이내 거머리 같은 살덩이가 밖으로 솟구쳤습니다. 잠을 자다 일어나면 이불이 피와 검은 진으로 젖어 있었고, 등짝에는 마치 어린 아이 손처럼, 다섯 개의 불룩한 뼈마디가 튀어나왔습니다. 제 등에서, 무언가 입을 벌렸습니다....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비명을 지르려고 하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공 같은 것 따위가, 제 목구멍을 틀어막은 것 같았습니다. 뱉을 수 없는 게 제 목젖을 짓뭉갰습니다.


저는 먹을 수 없는 것을 찾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껍질, 사당 앞의 제물, 죽은 쥐, 그리고 아직 숨이 붙은 닭까지 닥치는 대로 먹었습니다. 허기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삼킬 때마다, 무언가, 제 안에서 꿈틀대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제 입속은 마른 장판처럼 쩍쩍 갈라지고, 혀는 검게 말라비틀어져 굳어버렸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울면서 제 죄를 고했습니다. 매일 찾아오는 고통에, 저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온 몸이 찢어져 조각나버릴 것 같은데도 고통스럽게도 전 살아 있었습니다.

이제는 몸이 펴지지도 않는 저를 두고, 아내는 늘, 묵묵히 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바람 불고, 바람이 짐승 소리를 내는 밤이면, 그는 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밀랍으로 굳힌 사람 모형을 태우며 말했습니다.


- 산신은 살을 베지 않습니다. 다만 짐승의 피를 마실 뿐입니다.


그 말이 왜 그토록 날카롭게 가슴에 박혔는지,그때는 몰랐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아내는 무녀였고,무녀는 신의 길을 여는 문지기이며,저는 그 문 안에 던져진 짐승이었습니다.


지금 제 발가락은 세 개요, 무릎은 앞 뒤 없이 꺾였으며, 눈동자는 두 개가 아닌 네 개요... 두 눈은 앞을, 나머지 두 눈은 뒤를 향해 있습니다. 뒤에 있는 눈은 제 것이 아닙니다. 제 몸은, 이미 제 것이 아닙니다. 죗값입니다. 신의 여인을 두고, 짐승 같은 추악한 욕망으로 다른 것을 품은 죄인의 말로요.


천지신명이시어.

저는 제물이 아닌, 죄인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당신이 악신이 아니라면, 저를 제물이 아닌 죄인으로 대하여야만 합니다.

온 마을이 저를 제물로 대해도, 부디 저를... 죄인으로 대하소서.




신령님

죄인 홍자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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