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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나도 모른 척 했어야 했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야.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얼룩같아보였어.
아니.. 애초에 그랬을 리가 없지. 단순한 얼룩이었다면 내가 늘 지나다니던 하수구 아래를 굳이 들여다볼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날은 유난히 비가 많이 왔어. 난 늘 그렇듯 우산도 없었고, 내가 늘 다니던 그 길은 사람도 없었어. 머리에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 목소리가 아주 멀리서 울렸다가, 금세 조용해졌어. 마치 축구공으로 머리 한 대 세게 맞은 것처럼. 비가 와서 그런지 유난히 흐리고, 채도 낮은 꿉꿉한 날이었어. 마치 그 길에 살아 있는 건 나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 나쁜 날이었지.
그날 왜 내가 늘 보던 그 하수구에 위화감을 느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그냥, 그냥 발걸음이 멈춰졌어. 이 안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착각까지 들었지.
어렸을 적에 영화 하나를 봤는데, 잔혹한 살인마가 여성을 토막내서 하수구에 버리는 내용이었어. 조각조각난 여성의 사체와 구더기가 파먹다 만 그 머리가 구정물 아래를 떠다니는... 그런 끔찍한 내용이었지. 어쩌면 너무 음산해보이는 날이라 내 무의식이 그 영화를 나도 모르게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용기를 가지고 고개를 푹 숙여서 하수구 아래를 들여다봤어. 내가 하수구 아래에서 본 건 다행히 토만난 시체가 아니었어. 그냥... 아무 것도 없었어. 맞아. 그 곳엔 아무것도 없었던 거야. 검은 먼지만 떠다녔어. 아무런 존재도 없었어.
하지만 난... 말을 걸었어. 왜, 그러잖아. 무서운 상상이 들거나 할때 괜히 '너 여기 있는 거 다 알아!'라고 집에서 남자다운 척 혼자 소리쳐보기도 하잖아.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이 없는 걸 느끼고 나서야 안심하고, 역시 바보같은 짓이었어. 하고 넘기잖아. 나도 그냥 그러려고 했던 거야.
근데... 먼지가 나를 돌아봤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방향을 틀었어.
그 곳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 무언가가.
분명히 날.. 쳐다봤다고.
당연히 놀라서 바로 도망쳤지. 온 몸이 흠씬 젖었고, 잔뜩 지저분해진 옷을 엄마가 보기 전에 어서 빨래통에 쑤셔 넣었어. 하지만 그날... 난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어. 무언가가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거야.
설거지를 하며 주방에 있는 창을 슬쩍 내다봤어. 바람이 세게 불었고, 앞집에 매달린 흰 천이 흔들렸어. 마구 흩날렸어. 날 부르고 있는 것 같았어. 아니, 날 부르고 있었어. 그 하수구로.
난 그 다음날에도, 그 하수구에 갔어.
분명히 내가 잘못 본거라는 확신을 내릴 때였어.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하수구를 들여다봤어. 아니면 분명, 내가 쥐 같은 걸 잘못 본 걸꺼야. 그런데.. 또 먼지가 일렁거렸어. 아니, 그건 먼지가 아니었어. 그래서... 말을 걸었어. 내가, 먼저 먼지한테 말을 걸었어.
"너... 뭐야?"
내가 먼저 잘못했던 거야.
그 먼지가 내 질문에 반응했어. 나를 향해, 귀를 귀기울였어. 갑자기, 뭔가 그것이 사람 얼굴 형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건 입 위치에 있는 무언갈 움직여보려고 해도 엉망이 된 진흙모형처럼 꿈틀거릴 뿐이었어. 그 검은 멍지덩어리는, 자기 혼자 꿈틀거리다가 이내.. 지저분한 선홍빛이 됐어. 마치 사람 장기 모형처럼.
그래서 난 또 도망쳤어. 괴물이잖아.
괴물한테 말을 걸었던 건 정말 큰 실수였어.
엄마한테 울면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어. 하지만 엄마는, 그 먼지가 보이기 전 어느 순간부터 내 말에 제대로 대답해주질 않았거든. 늘 그렇듯 내 말을 무시했지. 아빠가 나 때문에 집을 나가고, 엄마 인생이 나 때문에 망해버린 후부터 엄만 나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했어. 나라는 존재는 그 누구한테도 필요가 없어져서, 집 안에서도, 학교 안에서도 잊혀져가던 중이었어. 하수구 속 그 존재와는 정 반대로.
그래서 난... 다음날도 하수구를 찾았어. 하수구 아래를 들여다봤어. "안녕." 인사했어. 이제는 하수구에 분명히 무언가가 있었어. 아니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어.
우리 학교에선 한창 스타크래프트가 유행이었거든. 애들끼리 단체로 PC방에 갈 때도, 난 이상하게 거기 나오는 '저그'가 너무 징그러워서 늘 빠졌었어. 어쩌면 내가 그래서 저그랑 비슷한 괴물을 머릿속에서 만들어냈던 걸지도 모르겠어.
하수구 아래에 그 건, 내가 인식하고, 아는 척을 할 때마다, 점점 구체적인 모양새가 되었어. 그 것의 얼굴에서 긴 막대기가 여러개 주욱 늘어나더니, 이윽고 그게 팔, 다리의 형태가 됐어. 물론 위치는 제대로 잡히지 않았어. 어설프게 인간을 따라하려는 무언가같았어. 마치 사람의 찌꺼기처럼. 눈은 귀 위치에 달리고, 콧대는 없이 숨구멍만 뚫려 있었어. 불쌍하게 입을 벌렸어. 혀도, 이빨도 없었고 목구멍도 성대도 없는 것 같아 입을 여니까 내장 아래가 훤히 보였어. 그건 피부가 없었어. 살가죽이 아니라, 뼈와 힘줄 사이에 진득하게 얽혀있는 그건 내부기관 그 자체였어.
"말 할 수 있어?"
라고 물었어. 내가 질문을 하자 그것은 목구멍이 생겼어. 혀가 쭉 뻗어나오더니, 무언가 괴성을 질렀어. 어떤 말도, 감정도 아니었어. 아니 그건, 고통이었을 거야. 태어나는 고통.
그것에게 목이 생겼어. 하지만 너무 길었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우득,득 끊어지는 소리가 나면서 투명한 진액이 흘러내렸어. 그건 내가 말을 걸 때마다.. 형태가 잡혔어.
난 하수구를 찾았어.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그 것'은 혼자였으니까, 나도 혼자니까. 끔찍한 우리 둘이 친구가 되려고.
그리고 끊임 없이 말을 걸었어. 장마가 시작됐어. 매일 비가 내렸고, 그 골목엔 매일 사람이 없었어. 덕분에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 갖지 않았어. 난 더 많은 말을 걸었어. 책도 읽어줬어. 그것은 이제, 내 말에 완전히 대답할 수 있었어. 뭘 좋아하냐고 묻는 말에 그 것은 취향이 생겼어. 팔 다리는 두꺼워졌어. 선홍빛에서, 살구색이 됐어. 그 불결해보이는 내장을 덮는 피부가 생겼어.
우린 함께 많은 대화를 나눴어. 그건 점점 형체가 또렷해졌어. 점점 사람이 됐어. 비가 오는 날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속삭였어. 난 더이상 외롭지 않았어. 그 것은 내 이름에 귀를 기울였고, 내 이야기를 들어줬고, 나를 기억했으니까.
그 것이 처음 내 이름을 불렀던 날, 설거지하다 뭔가 위화감이 들었어. 고무장갑을 빼니, 손가락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어라. 손가락이 1개가 더 많았어. 그리고 거울을 봤어. 내가 너무, 너무 괴상하게 생긴 것 같았어. 표정이 어색했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괴상망측한 저 표정. 관절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이는 것 같아. 내 키가 너무 작아졌어. 또래 애들의 허리보다도 작은 것 같아. 덕분에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 애들이 놀릴 것 같았지. 방학이라 학교에 안가서 다행이었어.
어늘 날부턴 코피가 멎질 않았어. 코가 아닌 곳에서도, 코피가 났어. 설거지하면서 수건도 같이 빨았어.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
그리고 여름 방학이 끝나갈 때쯤,
하수구 뚜껑이 열렸어.
그 날은 비가 오지 않았어. 장마는 끝난 거야. 사람 몇 명이 그 길을 지나다녔을 지도 몰라.
그것이 비척대면서 몸을 일으켰어.
하지만 나 말고는, 그 누구도 못 봤나봐. 거짓말, 다들 봤으면서 씨발 못 본척 한거야.
그것은 이미 어설픈 인간이 되어 있었어. 젖은 진흙으로 대충 구겨 만든 사람 인형. 울퉁불퉁하고, 덜 마른 점토처럼 미끈한 피부. 숨을 쉬지 않음에도 미세하게 들썩이는 몸. 너무 깊이 파이고, 지나치게 반짝이는 그 눈은 절대 깜빡이지 않았어. 코는 콧구멍만 있었는데, 정확한 위치에 있지 않았어. 하나는 왼뺨 가까이 비뚤게 붙어 있고, 다른 하나는 입술 위 살에 파여 있었어. 그 것이 그 구멍으로 숨을 쉴 수 있었는진 모르겠어. 그냥, 사람을 따라하려는 느낌이었지.
"난 웃는 얼굴이 좋아."
그 것이 어설픈 목소리로 말했어. 맞아, 그건 웃고 있었어. 웃는 입모양. 근육의 움직임이 아니라, 조각된 표정처럼 굳어버린, 고정된 표정이었어. 얼굴은 아주 큰 원형이었어. 아주 작고, 멀리 위치한 작은 두 눈이 반짝이며 도륵거렸어. 잘 못 만든 개구리 모형 같아서, 너무, 징그러웠어. 그래도 난... 덜덜 떨면서도 답했어.
"나, 나, 나도... 웃는 얼굴이 좋아."
그 말을 들은 그 것은, 크게 웃는 소리를 내더니 나를 하수구로 밀쳤어. 내 옷은 흙탕물로 온통 지저분해졌어. 벌레가 들끓었어. 지독한 살점 썩는 냄새가 났어. 내가 전에 갖다 준 과자 봉지 위로 구더기가 기어다녔어. 며칠 전 빌려준 만화책이 찢어져 있었어. 무엇보다, 어둡고, 무서웠어. 하수구엔 아무도 없었어. 너무 깊어서, 나 혼자 나갈 수도 없었어...... 벽엔 그 것이 남긴 수천 개의 손톱자국이 있었어. 그리고, 그게... 거대해진 몸뚱이로 하수구 뚜껑을 덮어버렸어.
그리고 학교로 떠나갔어.
난 몇번이고 소릴 질렀어. 목이 나가도록 악을 썼어. 그러다 눈에서 뭔가 터지는 기분이 들었어. 코피가 멎질 않았어.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아. 아무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어. 비가 오지 않는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도.
다 내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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