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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괴담 파괴자

nimko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5 09:15:42
조회 1910 추천 5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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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파괴자.


이건 공식 명칭이 아니다. 세상 어딘가에 숨겨진 정부 기관도 아니고, 국제기구도 아니며, 슈퍼히어로 연합 같은 것도 아니다. 


그저 몇몇 인간들 사이에서 조용히 공유되는 은어 같은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한다.


괴담을 부수는 자. 


괴담이 절정으로 치달아 누군가의 정신을 파괴하거나, 삶을 뒤틀어버리는 그 결정적 순간에 개입해, 그 구조 자체를 망가뜨리는 사람.


나는 그 중 하나였다.


다들 한번쯤은 궁금한 적 있을 것이다. 


소위 '괴담의 법칙'이라 불리는 것들, 예컨대 세 번 부르면 나타난다는 귀신, 절대 열지 말라던 서랍, 혹은 지정된 날짜에만 울린다는 전화 따위.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실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몇 번의 무모한 도전 끝에, 나는 그 존재들을 목격했고, 더 나아가 그것들의 규칙을 비틀어 무효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일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연남동 4층 사건' 이후였다. 


그때 나는 복도를 절대 지나가지 말라는 경고가 있던 건물에 진입했고, 경고를 무시한 채 복도를 세 번 왕복했으며, 


모든 조명이 꺼진 시점에서 라디오를 켜는 것으로 괴담의 '진입 조건'을 완성했다. 


그날 나는 그 존재와 눈을 마주쳤고, 그 존재가 나를 향해 걸어오는 순간, 라디오를 꺼버렸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존재는 일그러지듯 사라졌고, 괴담은 종식됐다.


그 후로 나는 '깨뜨리는 자'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내 마지막 현장에 간다.




위치는 부산의 낡은 원룸. 


사상구의 오래된 주택가 구석, 평범한 외관을 가진 3층짜리 건물. 괴담의 내용은 단순했다. 


"301호에서 새벽 3시마다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절대 문을 열지 말 것. 열면, 그 사람은 다음 날 사라진다."


기록에 따르면 지금까지 네 명이 사라졌다. 


모두 자정 이후 방 안에서 문을 열었고, 다음 날 흔적 없이 사라졌다. 


CCTV는 고장났고, 목격자는 없었다.


나는 오후 11시에 방에 들어갔다. 


도착하자마자 출입문과 창문, 가구, 벽의 틈새를 모두 확인했다. 숨겨진 공간은 없었다. 


녹음기, 적외선 카메라, 고감도 센서. 평소처럼 장비를 설치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2시 59분.


귀에 익숙한 정적이 깔렸다. 


바깥의 개 짖는 소리, 윗집에서 내려오는 물소리, 냉장고의 진동. 모든 게 한순간 멎는다.


그리고 3시.


문이 두드려졌다.


세 번.


처음엔 '쿵', 두 번째는 '쿵', 마지막은 조금 더 길고 묵직하게, '쿵......'


나는 숨을 들이마시고, 손에 든 전자 스위치를 눌렀다. 문 앞의 센서 장비가 작동하고, 외부에 설치한 압력판이 움직인다.


무게 있음. 약 72kg. 키 170대 중반의 사람일 가능성. 체온 없음. 맥박 없음. 영상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움직였다.


사실, 이 괴담의 구조는 단순했다. '시간', '소리', '문'.


이 세 가지를 어그러뜨리면 된다. 이를테면, 3시 정각이 아닌 3시 2분에 문을 연다든지, 소리를 무시하고 음악을 틀어버린다든지, 문이 아닌 창문을 연다든지.


하지만 나는 괴담의 핵심이 되는 동작, 곧 "금기된 그 행동을 그대로 실행함으로써 괴담을 깨뜨리는 방식"을 고수했다.


그래서 열었다. 정각 3시에, 세 번의 두드림 이후 바로.


문은 가볍게 열렸다.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현관문이 '철컥' 하고 닫혔다.




순간적으로 방을 나왔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내 감각은 이상했다. 내 발은 분명히 실내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지금은 맨발의 감촉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내가 알고 있던 도시의 밤이 아니었다. 고요하고, 움직임이 없고, 심지어 별도 하나도 없는 하늘. 


시간도 정지한 듯했다.


나는 깨달았다.


이건 내가 괴담 속으로 들어간 게 아니다.


괴담이 나를 들인 것이다.




다른 방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손잡이는 존재하지 않았고, 문틈은 메워져 있었다.


나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모든 가구는 내가 들어오기 전과 같았지만, 디테일이 이상했다. 


벽시계는 초침이 없었고, 냉장고엔 음식 대신 흑백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그 중 몇 장은 나였다. 


내가 지금까지 괴담을 부쉈던 순간들의 모습.


거기엔 내가 본 적 없는 장면도 있었다.


하얀 공간, 천장이 없는 복도, 나를 향해 뛰어오는 아이, 그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뜨는 나.


나는 사진을 바닥에 던지고 소리쳤다.


"정체가 뭐야."


아무 대답도 없었다. 하지만 내 안에서 뭔가 움직였다. 그건 공포가 아니었다. 기시감이었다.


이 방, 이 공간, 이 구조.


어쩌면 나는 여길 이전에도 온 적이 있다.


어쩌면, 여기서 나갔던 적이 없다.


그때, 벽이 갈라졌다.


손바닥 하나가 그 틈에서 나왔다. 그건 내 손이었다.


피부의 상처, 손톱의 각도, 오래된 화상 자국. 분명히 내 손이었다. 


그런데 그 손이 벽을 가르며 나를 향해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나는 다가갔다.


그러자 손이 내 팔을 잡았다.


당기는 순간, 나는 벽 너머로 빨려 들어갔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나는 원룸에 누워 있었다.


벽시계는 3시 0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고, 장비들은 전부 정상이었다. 사진도, 벽 틈도,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상하게 등 뒤가 묵직하게 당겼다.


거울을 봤다.


그리고 나는, 웃는 내 얼굴을 봤다.


하지만 내 입은 웃고 있지 않았다.


거울 속 무언가가 먼저 웃고 있었다.




거울 속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와 같은 각도, 같은 속도.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동기화된 것이 아니었다.


거울 너머의 나는, 내게 손짓했다.


이번엔 들어오라는 제스처가 아니라, 나가라는 손짓이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거울에 다가갔다.


그러자 거울이 물처럼 일렁였다.


손을 뻗자, 마치 물속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는 다시금 다른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복도에 서 있었다. 아까 그 301호 방 문 앞이었다. 복도는 고요했고, 아무도 없었다.


나는 황급히 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그러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보았다. 2시 59분.


문득 나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3시.


문을 두드렸다.


















기록 종료.


괴담 파괴자 윤재헌, 실종으로 처리.


301호는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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