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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하나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5 20:41:21
조회 2930 추천 60 댓글 7
														













귀하께서는 XXXX년 XX월 XX일 부로 사망하셨습니다.

원래라면 귀하는 적합한 절차를 거쳐 인도되어야 하지만,

저희는 특별히 귀하께 한 번의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잠시 후 귀하는 모든 기억을 잃고 귀하의 출생일에, 같은 출생지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삶을 얻게 됩니다.

단, 귀하께서는 귀하가 경험하신 삶을 바탕으로 스스로에게 한 가지를 조언하실 수 있습니다.

해당 조언은 다시 태어난 귀하의 뇌리에 각인되어 평생의 신념이 될 것입니다.


결정에 앞서 아래의 책자를 확인해 주십시오.

귀하와 같은 기회를 얻었던 자들의 사례입니다.

순간의 선택은 사소할지라도, 그 결과는 결코 사소하지 않을테니

부디 신중히 고민하시어 현명한 선택 바랍니다.

당신의 결정이 역사를 바꿀 수 있기를...








내가 죽었구나...

무엇 하나 느낄 수 없었던 고독한 삶이 이렇게 끝났구나

이미 육신의 죽음을 선고받았음에도 슬픔이나 아쉬움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느낄 수 없다.


애초에 슬픔이란게 뭐지?

응당 나의 것이어야만 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 때의 허탈감?

분노? 배신감?

아니, 이건 슬픔이 아니라고 했다.


엄마를 잃었을 때 느낀 감정?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과 가족들은 엄마의 시신을 옮기며

피 묻은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날 위로했다.

많이 힘들거라고, 이해한다고 했다.



그날 난 “나의 기쁨” 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평범한 슬픔” 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이해했다.



수사관은 구태여 사건 현장에 있던 다섯 살 아이의 몸을 수색하기보다는

아이를 달래고 진정시키려 애썼다.

아이의 바지주머니 속 피 묻은 잭나이프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표정을 따라하느라 잔뜩 찡그린 얼굴 탓에

아이의 입가에 걸려있는 옅은 미소를 지적한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온전히 기쁨을 누리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과 나는 다르다는 걸.

저들은 느끼는 감정을 나는 느끼지 못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저들은 결코 느낄 수 없을 거란 걸.


십오 년이라는 시간은 내가 능숙히 ‘일반 사람’을 연기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또한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본능을 억제할 수 있는 한계이기도 했다.

스무 살이 된 나는 억눌려 있던 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

옆집에 살던 열 살 꼬마 여자아이의 목을 졸랐다.

그 순간만큼은 다시 한 번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밝게 미소지을 수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내 가슴팍에 총알을 박아넣는 그 순간까지도.





공허하다.

짧은 기쁨을 맛본 후의 죽음은 나를 다시금 무한한 공허함 속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 눈앞의 검은 형체는 내게 새로운 기회를 제안했다.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이 기쁨을 보다 길게,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발밑의 얇은 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집어들고 이내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5] 베르트라다 페데 아우카에 / 여
출생 : A.D. 720
사망 : A.D. 742
출생지 : 프랑크 왕국 엔


<조언 내용>

“첫째 아이를 가지면 출산 전까지는 절대 영지 밖으로 나가지 마.”


<대상 관련 주요 변경점>

- 대상의 사망 시점 A.D. 783 (으)로 변경됨.

- A.D. 742, 무사히 첫째 아들 출산에 성공. 아이에게 ‘카롤루스’ 라는 이름을 지어줌.
  이후 피핀 3세가 죽고 대상의 둘째 아들 카를로만도 771년 사망하며

  카롤루스는 프랑크 왕국의 단독 지배자가 됨.







[8] 압둘라 알 마흐디 빌라 / 남
출생 : A.D. 874
사망 : A.D. 911
출생지 : 사파르 토후국 쿠제스탄


<조언 내용>

“정복한 땅에 약탈을 금지하고 평화를 주어라. 그것만이 네가 그들을 완전히 복종시킬 유일한 방법이다.”


<대상 관련 주요 변경점>

- 대상의 사망 시점 A.D. 934 (으)로 변경됨.

- 공격적인 영토 확장과 정복한 영토에 대한 평화 및 질서 보장 정책으로

  북아프리카와 서아시아를 아우르는 제국을 건설.

  ‘파티마 왕조’ 의 초대 칼리파가 됨.



...

...

...









책자를 덮는다. 안타깝게도 나와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 해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자료였다.

적어도 ‘한 마디의 조언’이 역사를 바꿀 만큼의 힘이 있다는 것은 확인했으니까.


그러나 한 가지 의문만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책자의 사례 속 인물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던 역사를 바꾸어 왔다.


아마 눈앞의 저 검은 형체도 내게 비슷한 것을 기대하고 있겠지.

기회를 주어 고맙지만, 미안하게 됐다.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고

역사를 바꿀 생각 따위 추호도 없으며

그저 나의 ‘기쁨’을 좀 더 오래 누리고 싶을 뿐이니까

평범함을 연기하며 가면을 쓰고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행복을 추구할 뿐인 조금 특별한 인간이니까.



검은 형체는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나를 보며 미소짓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옆집 꼬마 아이의 목을 조를 때의 내 얼굴을 보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자, 어서 빨리, 내가 새길 조언은...










[31] 시어도어 로버트 번디 / 남
출생 : A.D. 1946
사망 : A.D. 1966
출생지 : 미합중국 버몬트 주 벌링턴


<조언 내용>

“기쁘면 울고 슬프면 웃어.”


<대상 관련 주요 변경점>

- 대상의 사망 시점 A.D. 1989 (으)로 변경됨.

- 약 6년에 걸쳐 30명 이상을 살해하고 두 번의 탈옥에 성공함.

  1979년 사형 판결을 선고받고 1989년 형이 집행되며 사망.


- 두 번째 탈옥 당시 플로리다주 탤러해시로 거처를 옮김.

  이 때 자신의 범행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23세 여성 ‘크리스티나 로페즈’를 납치 및 살해.


(기존 역사에서 ‘크리스티나 로페즈’는 7년 후 멕시코 이민자와 결혼, 남자아이 ‘에반’을 출산.

이후 52세가 된 에반은 2040년대 미국-중국 간 직접적 무력 충돌을 시발점으로 발발한

‘제3차 세계 대전’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혼합물질, ‘셀타코륨’을 발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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