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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50층 #1

하나즈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8 16:01:46
조회 4999 추천 11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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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층

십 년이 걸렸다.

눈 앞의 이 숫자를 마주하기까지.

이제 마지막 한 층

한 층만 더 오르면...







20X1년 1월 1일

해가 바뀌고 제야의 종이 울리던 밤

대한민국의 오만 명은 마지막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

갑작스레 밀려오는 구토와 어지럼증

바닥에 쓰러진 나를 보고 놀란 사람들의 걱정스런 외침을 마지막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깨어난 곳은 조그만 시골 마을이었다.

그곳은 모든 집이 나무로 지어진, 중세에 있었을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황하던 내 눈앞에 곧 메모지 한 장이 떨어졌다.







<1>층 <명월마을>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래의 수칙을 준수하시어, <2>층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지금부터 01시간 15분 후 <1>층 중앙에 ‘사자 무리’ 가 나타납니다.

귀하께서는 사자 무리를 피해 12시간 동안 생존해 주셔야 합니다.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숨어 주시기 바랍니다.



#2 마을의 집이나 인근 숲에 숨으시되, 되도록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숨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또한 그들은 체취에 민감합니다.


만약 그들이 귀하의 체취를 한 번이라도 포착했다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귀하께서는 숨으시는 것 뿐 아니라 귀하의 체취 또한 사전에 차단해 두셔야 합니다.

집 곳곳에 놓여있는 방향제, 향수를 사용하십시오.

해당 물건들의 향은 일반적으로 그들이 포착할 수 없습니다.



#3 .....

............

............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메모지의 내용을 믿지 않고 중앙에 모여 열띤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며 소리치는 사람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아무 집에나 들어가 방향제와 향수를 있는 대로 챙긴 뒤

마을의 외곽 구석진 집으로 달렸다.

규칙서의 내용이 사실이건, 그렇지 않건, 또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건

그런 것들은 당장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서의 내용을 우선 따르는 것

판단을 내리는 것은 이후의 상황을 지켜본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피가 튀기는 소리, 전기톱이 작동하는 둔중한 쇳소리가 들리고

그로부터 또 몇 시간이 지나 사자 탈을 쓴 거구의 괴생명체가 한 손에 전기톱을 든 채 내가 숨어있는 집 앞을 지나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을 때

나는 마침내 내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집의 다락방 침대 밑에 한참이나 납작 엎드려 있은 후에야 종소리가 울렸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밖에 나가니 핏자국과 살점, 토막난 시신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시신들은 온전한 것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팔, 다리 하나쯤은 떨어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심한 것은 사지와 머리, 몸통이 전부 분리되어 있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은한 향을 풍기던 고요한 시골 마을은

이젠 온통 붉은 색으로 덧칠해져 사방에 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메마른 하늘 아래 끝을 알리는 종소리는 몇 번이고 울려퍼졌다.



곧 이 곳에 처음 올 때 느꼈던 것과 같은 어지럼증이 온 몸을 휘감았다.

다시 눈을 뜬 곳은 2층이었다.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던 내게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요? 아까부터 안 좋아 보이시던데...”

그것이 나와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때로는 서로를 지키는 검과 방패가 되어 싸우고

때로는 서로의 다리가 되어 도망쳤다.

나의 합리적인 판단과 대처는 불필요한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이 때문인지 시간이 흐르고, 층을 오를수록 나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져 갔다.

그리고 그녀는 언제나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주었다.



층을 오르며 알게 된 사실은 이 곳의 층수가 총 50개라는 것,


층마다 공간의 형태나 크기가 달라지며 한 층에서의 목표를 달성하면 잠시 후 다음 층으로 이동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층에서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각 층마다 매번 새로운 규칙들과 상황, 장소가 등장했고

규칙을 지키지 못했거나, 또는 운이 조금 부족했던 사람들은 결코 다음 층을 밟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남았다.

15층의 안개마을에서는 차갑게 변해 달려드는 동료의 목을 베고

23층의 장미정원에서는 벌들의 숙주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배를 가르고

40층의 하늘성에서는 삼 년 동안 성벽을 기어오르는 괴물에 맞서 싸웠다.

1층에서 오만 명이었던 사람들은

어느새 이백 명 가량까지 줄어 있었다.

이제 우리에게는 마지막 단 한 층 만이 남아있었다.



49층에 발을 내딛은 우리의 앞에는 늘 그랬듯, 규칙을 담은 종이 한 장 씩이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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