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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갤러리 소개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사실 여기 들어온 사람들을 지켜보는 건 그렇게 흥미롭지 않아요.
반응들이 다들 비슷하거든요.
내보내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 뭔가 열심히 읽고 있는 사람, 여기저기 둘러보는 사람... 뭐 이 정도겠죠.
하지만 그녀는 달랐어요.
그녀는 말없이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어요.
가끔 뭔가 읽고 있는 것 같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자세히 읽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정말이지 여기까지 와서 그렇게 평온한 사람은 처음 봤다니까요?
저는 그 사람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잠깐 그녀의 기억을 들여다보기로 했죠.
그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요.
그녀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그녀를 자주 때렸고, 어머니는 집을 나간 지 꽤 오래된 듯 보였어요.
뭐 여기 올 정도면 이런 사람이 한둘이겠어요?
그래도 썩 유쾌한 기억은 아니네요. 조금 넘겨볼게요.
음, 이쯤이면 되겠네요. 그녀는 열아홉 살이 되었어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기다리고 있던 몇 명의 남자들이 그녀의 입을 막고 어디론가 데려갔어요.
그녀는 그 날 원하지 않는 사랑을 했어요.
곧 수사가 시작됐지만 끝내 남자들을 잡을 순 없었어요.
그녀의 아버지도 사건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았고요.
뭐, 그런 시기였잖아요.
그녀는 절망했지만 이대로 삶을 포기할 순 없었어요.
더 이상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거든요.
몇 달이 지나 그녀는 밤중에 몰래 집을 나왔어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작은 방을 구했어요.
혼자 살아가야 했기에 낮에는 공장, 밤에는 식당 가리지 않고 일을 했죠.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진 못했어요.
당연한 거죠. 누가 만삭인 임산부에게 일을 시키려 하겠어요?
얼마 후 그녀는 귀여운 딸을 낳았어요.
그녀는 하나 뿐인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고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줬어요.
그녀의 딸은 그녀를 닮아 착한 아이였어요.
조금 크고 나서는 그녀가 일을 나갈 때면 집안일을 돕곤 했어요.
행복은 상대적인 거라고 하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별은 너무나 빨리 찾아왔어요.
그녀가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빨랐을 정도로 말이에요.
딸이 열아홉 살이 되던 해 크리스마스 이브. 눈이 내리던 밤이었어요.
그녀의 딸은 그녀에게 줄 조그만 선물을 들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죠.
집 바로 앞의 횡단보도에서 신난 표정으로 뛰어가는 딸의 모습이 보여요.
그래요. 눈이 내리던 밤이었어요.
도시를 환하게 채우던 불빛은 변두리에 있는 그녀의 집까지는 닿지 못했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눈길에서 트럭은 쉽게 멈추지 못하더라고요.
딸은 즉사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모든 건 그저 우연이 얽혀 만들어진 결과였어요.
그 날 따라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던 거리도
주변에 CCTV가 없는 걸 확인하고 어두운 밤길로 사라진 트럭 운전수도
그녀의 집이 인적이 드문 곳에 있던 것도
모든 것이 그저 우연이었지만 그 결과만큼은 명확했어요.
온 세상에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그녀의 집 앞에도 흰 눈이 내리고 있었죠.
그녀가 딸과의 이별을 확인한 건 그로부터 한 시간 쯤 지난 후였어요.
일을 마친 그녀는 딸에게 줄 작은 케잌을 사서 집으로 가던 중이었죠.
서로를 향한 두 개의 선물은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못했어요.
온 세상에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거리에 쌓인 흰 눈은 곧 순백의 발자국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과 사람들을 축복했죠.
누군가는 연인과의 사랑을, 누군가는 가족과의 행복을 얻은 날이었어요.
그녀의 집 앞에도 흰 눈이 내리고 있었어요.
집 앞에 쌓인 흰 눈은 곧 붉은 웅덩이가 되어 그녀를 저주했죠.
그녀가 모든 것을 잃은 날이었어요.
그녀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렸어요.
그녀의 딸을 빼앗은 트럭 운전수는 결국 잡혔어요.
골목 구석의 CCTV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탓이었죠.
하지만 딸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어요.
행복은 상대적인 거라고 하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울고 있었어요.
그녀는 일을 그만뒀어요.
모든 걸 잃은 그녀는 마지막 남은 것도 버리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건 사실 대단한 용기와 운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녀는 충분히 용기있었지만,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운이 부족했어요.
세상이 참 너무하죠?
모든 것을 빼앗아버리고는
마지막 남은 것은 끝끝내 지켜주려는 그 위선이 말이에요.
여러 시도에 실패한 그녀는 결국 높은 건물의 옥상에서 뛰어내리기로 결심했어요.
이거라면 그닥 운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네요.
전날 밤 그녀는 마지막 잠에 들며 딸의 꿈을 꿨어요.
즐겁게 이야기하고, 함께 놀고, 선물을 주고받고
마치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듯이 행복하게 웃어요.
안타깝게도, 꿈은 언젠가 깨기 마련이죠.
그리고 그녀가 깨어난 곳은...
음...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본다는 게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여기의 시간도 꽤 지난 것 같아요.
아, 마침 그녀의 안내자가 들어오네요.
누굴까... 으... 그 아줌마에요.
아줌마는 그녀가 지은 죄를 말해줘요.
그럼에도 그녀의 표정은 평온해요.
그녀는 그녀의 죄를 모두 인정했어요.
아줌마가 그녀에게 죄의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말해요.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어요.
자기에게 더 가져갈 것이 남아있냐고
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두 눈을 요구해요.
다른 방법도 있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녀는 정말이지... 모든 걸 포기한 것 같아요.
바보도 아니고 저렇게 순순히 두 눈을 내놓으려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아줌마의 저울이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동자로 향해요.
그녀의 모든 걸 빼앗아간 유한한 시간이
스스로를 포기했다는 이유로
이제는 그녀의 티없이 맑은 두 눈마저 빼앗으려고 하고 있어요.
순간 너무 화가 났어요.
다른 안내자가 있는 대기실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요.
다른 안내자와 함께 있는 사람과 접촉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전부 알고 있어요. 애초에 나도 안내자라구요.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들어갔어요.
저울이 그녀의 두 눈에 닿기 직전에 간신히 아줌마의 손을 쳐냈어요.
그리고 그녀를 데리고 안개 속으로 도망쳤죠.
최대한 빨리 정원으로 그녀를 데려가야 했어요.
그녀와 도착한 정원은 너무 넓었어요.
제가 도와준다 해도 아줌마나 심판자가 오기 전에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규칙을 무시하고 그냥 꽃 한 송이만 줬어요.
하나쯤 붉게 물들이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알아요. 맘대로 하면 안되는 거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어요.
지금까지 어떤 선택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으니 한 번 쯤은 직접 선택해보라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이에요.
그렇게 그녀는 돌아갔어요.
돌아가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죠. 거긴 저희 관할이 아니니까요.
원래 계획처럼 고층 빌딩에서 투신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마음이 바뀌었을 수도 있죠.
곧 재판이 열렸어요. 당연히 처벌은 각오하고 있었죠.
아저씨와 아줌마는 제게 안내자의 자격이 없다며 비난했고
오빠는 제 행동이 이해된다며 저를 변호했어요.
그래도 오빠 덕에 큰 징계는 피할 수 있었어요.
관리자님은 제게 영원의 벌을 내리지 않는 대신
앞으로 사람들을 안내할 때 그들의 기억을 읽지 못하게 가면을 쓰라고 하셨죠.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 중에 토끼 가면이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뭐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관리자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요?
적어도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에게 그 맑은 두 눈마저 빼앗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관리자님이 말씀하셨었죠.
우리는 정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유한한 시간을 사는 자들에게 그 가치를 일깨워 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의라고
그럼 관리자님께 여쭤보고 싶어요.
그녀의 모든 것을 가져간 그 유한한 시간이 그녀에게 있어 영원보다 가치있었나요?
우리는, 진정한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맞나요?
시간은 유한하기에 최대의 축복이에요.
시간은 유한하기에 최대의 저주일지 몰라요.
영원한 삶은 당신의 이상과는 달라요. 그건 지옥과도 같겠죠.
영원한 삶은 당신의 이상과는 달라요. 그건 지옥이 맞으니까요.
부디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의 가치를 잊거나 고의로 부정하지 마시길 바라요.
단,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이 이미 저주스럽다면... 고의로 부정하셔도 괜찮아요.
그럼,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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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해당 外편은 기존 안내문과 형식적으로 달라 나폴리탄/규칙서 괴담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는 글임을 인지하고 있으나, 그동안의 글을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읽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좋은 이야기네요
토끼 가면 사연이 이랬구나.... 시리즈 재밌었음
마지막에 흰색글 소름돋네 ㄷㄷ 모바일이라 못찾을뻔
? ㅇㄷ ?
마지막부분 드래그하면 보임
아 찾았다
어디있음??
너무 좋다.. 감동적임
이거 왜 묻힘? 그동안 내가 못본건가
가슴아프고만 - dc App
아우 좋다
와 시리즈 정주행했는데 진짜 쉴새없이 읽었다.. 흡인력 미쳤고 외전으로 방점까지 찍어버리네 너무 잘봄
:D
아 읽다가 울었다
저울 든 사람을 '아줌마'라 부르는 거면 '심판자'는 그 덩치 큰 괴인인가 보네. 처음부터 심판할 목적으로 영원한 고통 속에 끌고가는 역할인가 보구나
안녕하세요? 유튜브 미스테리북에서 우연히 이 글을 접했는데 근근이 글쓰며 먹고사는 입장서 진심으로 온몸에 전율이 일었습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원작자님의 글을 각색해 소설로 쓰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간절해 이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묻히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글입니다. 등장인물과 결말, 이야기의 기본적인 틀까지 전부 짜두었고 원작자님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바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절대로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잘 쓸 자신이 있습니다. 제발 허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혹시 답장이 없다면 허락해주신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
네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답변을 이제야 봤습니다. 하나즈미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당연히 확실하게 명시해둘 것이며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나면 바로 다시 댓글 남기겠습니다. 유한한 제 시간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오며 절대로 허투루 낭비하며 보내진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혹시 요구 사항이 생기실 경우 taeug130@gmail.com 메일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설 어디서 봄?
나도 이전 규칙서 읽으면서 비슷하게 생각했음 방탕하게 살며 시간을 낭비하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과 이 편지에서의 등장인물처럼 삶에 치여 처절히 노력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선택이 자살밖에 없었던 사람이 같은 벌을 받는다면, 그게 정의인가? 이 외전으로 위안이 되네 잘 읽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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