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최근 방문

NEW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대회] [TT] 경주에서 발굴된 한글 일기 전문...txt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3 16:20:35
조회 3431 추천 55 댓글 19
														

일기를 쓴다는 건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같냐고 할지 몰라도, 이건 사실이다. 일기는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일기에 쓰인 내용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론해낼 수 있다. 그건 매우 단순한 논증이다. 일기가 거짓을 말한들, 일기가 '일기'인 이상 그것은 필연적으로 진실을 가리키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판타지나 SF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접해본 적도 없다. 인터스텔라가 한참 유행하고, 내 친구들이 마블 영화에 심취했을 때도 나는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 않았다. 우주가 어떻고, 첨단 슈트가 어떻고, 휘황찬란한 CG 행렬이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좀체 없었다.


오히려 내 마음을 움직인 건 역사였다. 그것도 아득한 역사. 엄마나 할머니에게서 듣는 수준의 '나 때는' 역사가 아닌, 교과서에서 접할 법한 그 역사만이 내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사학과를 전공하라는 조상님의 계시였을지도. 농담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을 특히나 움직인 역사는 한국사, 그중에서도 신라였다.


신라, 경주. 내가 사는 곳. 몇 번이고 다녀온 곳이었지만, 어느 순간 경주는 내게 현실이 되었다. 문학적인 표현이다. 현실이 되다니. 어쨌든 경주는 내게 그런 장소였다. 그러나 조금 색다른 현실이기도 했다.


아까 했던 장르 얘기를 좀 더 하자면, 나는 역사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실감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요즘 나온 것들은 당연히 그렇지만, 옛날 고증을 더 신경 썼다는 것들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그게 고증이라고 누가 말하던가? 역사책? 출품된 유물들? 그저 그럴 듯한 상상력을 덧댄 건 아닌가?


내가 이런 말을 전문가 앞에서 하면 뺨맞을 소리란 건 잘 안다. 하지만 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날 이해해주길 바란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 조상이 경상도에 꾸준히 살았다는 사실도 좀 의문스럽다. 어쩌면 난 신라의 후예가 아니라 고구려가 신라까지 내려왔을 때 고구려 사람이 내려오면서 정착한 후예일지 모른다. 아니, 그정도 후예면 이미 신라의 후예나 다름없겠지. 그래, 고려 즈음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조선, 어쩌면 북한에서 살다가 6.25 때 내려와 경상도에 안착했을지 모르겠다.


내가 경상도 토박이지만, 토박이란 말이 곧 내 핏줄이 경상도에 속했다는 뜻은 아니다. 난 언젠가 경상도를 탈출할 것이다. 서울, 그래, 일단 서울이 좋겠다.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란 말이 있지 않은가. 괜히 만들어진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 선조들의 지혜가 응축된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오히려 B급 영화 내지는 난해한 예술 영화였다. 왜, 감독이 LSD라도 빨고 만든 것 같은 해괴한 영화들 있잖은가. 아니면 그로테스크함을 추구하는 B급 고어 영화라든지. 혹은 이토 준지 같은 일본의 음침하고도 께름칙한 잔혹함을 전면에 내세운 미스터리 장르들......


그것들을 왜 좋아하냐고? 그것들은 이미 마주했고, 안 무서우니까. 그 어떤 공포 영화도 무섭지 않다. 차라리 그나마 무서운 것들은 실체가 묘사되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도 이내 무섭지 않게 된다. 마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를 진정으로 무섭게 만드는 것들은 오히려 어색한 연기와 배우들이었다.


어떤 영화는 NG 모음집을 엔딩 크레딧에 넣는데, 발음을 절고, 표정을 제대로 짓지 못하고, 기괴한 애드리브를 행하며, 뜬금없이 웃고, 난데없이 개입하면서 난장판을 벌이는 모습들만큼 내게 두려운 일이 없었다. 남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아니, 언젠가 이해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난 적어도 그런 날이 오지 않길 바라고 있다.


지면이 벌써 다했다. 내 이름은 전민지다. 내 이름은 전민지다. 내 이름은 전민지다. 부모님께 정말 죄송하다.

추천 비추천

55

고정닉 14

5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3010 설문 새로운 워터밤 여신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5/19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8) [19]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60285 280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4.22) [2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368931 271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6]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5569 47
20489 공지 FAQ [22]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4802 81
14406 공지 신문고 흰개(118.235) 24.03.22 10430 61
35059 찾아줘 규칙서 괴담인데 [1] ㅇㅇ(125.183) 19:13 67 0
35058 잡담 군대배경 몰아볼려면 ㅇㅇ(118.235) 18:52 46 0
35057 나폴리 나폴리탄 동화 단편선 [2]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2 98 9
35056 잡담 젠장 들어와 버린 건가? [1] ㅇㅇ(61.77) 18:41 64 2
35055 해석 .... . .-.. .-.. --- .-.-.- 원본글 ㅇㅇ(61.77) 18:28 49 2
35054 잡담 집 없는 달팽이 삽니다 광고 정체 이거 아님? ㅇㅇ(49.167) 17:52 145 8
35053 잡담 ㅇㅇ으로 된 반고닉 글은 어떻게 검색함? [4] ㅇㅇ(115.178) 17:13 114 1
35052 규칙괴 흑과 백의 가면 미궁 탈출 규칙서-요원 루트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46 125 7
35051 잡담 역시 나폴갤은 몇달 묵혔다가 와야됌 렄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38 80 1
35048 나폴리 5년 전, 대한민국은 멸망했습니다. [1] 브리처킬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34 183 5
35047 기타괴 오래전 이야기야 ○○(203.230) 14:32 70 6
35046 나폴리 제로썸게임 [2] .(211.235) 14:27 85 2
35045 기타괴 이봐, 인간화가 덜 됐다면 이 글은 무조건 읽어둬라. [2]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8 423 18
35043 잡담 글 잘 쓰는 거랑 괴담 잘 쓰는 건 다르더라. [3] 무상유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28 172 6
35042 잡담 목록 정리글 [7]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35 580 22
35041 기타괴 저는 안타깝게도 당신에게 진실만을 말하고 있습니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5 190 6
35040 잡담 정리글 [4] 스트레스존나심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59 275 8
35039 잡담 명작선 아랫급은 어케 찾음? [2] ㅇㅇ(1.254) 02:08 312 0
35038 잡담 갤이 뭔가 미묘함 [7] ㅇㅇ(223.39) 00:38 486 7
35037 잡담 옛날에 썼던 글 가끔씩 읽어보는 편임? [5] 오라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5 156 0
35036 잡담 23년이후로 처음인데 읽을만한 작품이 있을까? [8] 고-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3 258 0
35034 찾아줘 규칙서 괴담 [1] ㅇㅇ(112.148) 00:09 122 0
35032 나폴리 동네 슈퍼에서 사 온 삼겹살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289 37
35031 잡담 <나 오레오 안 먹었다> 어떰? [2] 주홍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23 2
35030 나폴리 돌아가야만 합니다. 하얀 방으로. [2] Aram.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39 7
35029 규칙괴 XX아파트 야간경비원 근무 수칙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22 8
35027 기타괴 난 그놈의 ■■■■가 뭔지 좀 알아야겠다고. [8] 무상유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63 28
35026 연재 [재림마트] 현재 시각, 우리나라 전역에 국가0급재난사태를 선포합니다. [14] 루비이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32 14
35025 찾아줘 차가 뒤로 가는 나폴리탄이었는데 [1] ㅇㅇ(219.251) 05.19 129 0
35023 잡담 조언 부탁드립니다 [18] ㅇㅇ(175.120) 05.19 203 3
35022 찾아줘 글 좀 찾아주실분 [3] ㅇㅇ(124.80) 05.19 154 2
35020 잡담 올리는거 글자수 제한 있음? [6] 치톤피드수나무솦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49 1
35018 잡담 으하하하 내가 놈들에게 암호문을 가르쳤어 Ai를써보자(118.219) 05.19 200 3
35017 규칙괴 감염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와주십시오. [9]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707 54
35016 잡담 다들 제목 짓는 팁 좀 있음? [8] 게릴라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74 1
34994 잡담 중국 공포물 ai 번역으로 보는데 [1] ㅇㅇ(39.119) 05.19 162 0
34993 찾아줘 괴이랑 사람이랑 앞뒷면으로 다른 규칙서 있는괴담 뭐더라.. [2] ㅇㅇ(211.235) 05.19 169 2
34991 잡담 이게 나폴리탄이지 [1] 누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85 0
34990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20화 [8]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51 6
34989 나폴리 아니 나폴리탄 괴담 만들어달라니까 [3] Ai를써보자(118.219) 05.19 242 4
34988 기타괴 1.하나가 되십쇼. 조용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80 7
34987 나폴리 토요일 저녁 오후 ㅇㅇ(203.230) 05.19 63 4
34986 찾아줘 그거 뭐였지 [2] ㅇㅇ(180.182) 05.19 79 0
34982 나폴리 전남친 [4] 초보(165.132) 05.19 171 5
34981 찾아줘 메모장에 복붙해야 숨겨진 내용 나오는 괴담 [5] ㅇㅇ(118.216) 05.19 330 4
34980 찾아줘 컴퓨터에 의식 옮기고 노래있는 괴담 아는사람? [8] ㅇㅇ(39.7) 05.19 258 3
34979 찾아줘 여기서 본 채팅형식 괴담 찾고있는데 [6] ㅇㅇ(125.132) 05.19 315 2
34978 잡담 규칙괴담에서 지침서 오염이 날 미치게함 [5] ㅇㅇ(211.234) 05.19 944 13
34977 연재 ㅇㅇ역 괴담사례 - 마지막 정리 [57]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551 52
34976 기타괴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이 발견된다면 [1]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36 6
뉴스 '길바닥 밥장사' 류수영, 우연히 만난 반가운 얼굴! 국수 테스트 결과는? 디시트렌드 14: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