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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소형 씨, 또 변신했습니까?"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6 08:40:29
조회 2449 추천 88 댓글 6
														


회의실 문을 열며 민 과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회의실 안에서는 한순간 정적이 흐르고, 이내 익숙하다는 듯 모두들 자리를 비켜주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탁자 한 켠, 동그랗게 말린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을 모은 채 앉아 있었다.


털빛은 회색이었고, 눈매는 평소보다 훨씬 또렷했다. 


고양이는 고개를 끄덕이듯 한 번 눈을 감았다 떴다.


“오늘은 고양이네요? 그래도 뭐, 지난번 비둘기보단 나아요. 적어도 회의 중에 날진 않잖아요.”


민 과장이 체념한 듯 말하자, 다들 킥킥 웃었다.




소형 씨는 변신한다. 그것도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는 어느 순간 새, 개, 고양이, 뱀, 심지어는 지난달엔 수달로 변한 적도 있었다. 


변신은 대개 오전 아홉 시 이전에 일어나며, 늦어도 오후 세 시가 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왔다. 


이상하게도 옷은 변하지 않기에, 인간으로 되돌아올 때쯤이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돌아오는 것이 거의 매일의 풍경이었다.


그런 그를 동료들은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처음엔 기겁했지만, 회사가 작고 사람 손이 귀하다 보니, 그의 업무 능력을 감안해 고용이 계속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그의 변신을 '출근 전에 커피 한 잔 마시는 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다만, 사실 그에게는 말 못 할 불안이 있었다. 


매번 변하는 동물의 종류가, 무언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 


초반에는 사람 손을 많이 탄 길 고양이, 비둘기 같은 친숙한 동물이었다. 


그러다 점점 고라니, 까치, 가끔은 멧돼지로도 변했다.


그리고 며칠 전, 그는 자신이 변한 존재를 알아차리는 데에 무려 40분이나 걸렸다. 


거울을 보고도 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은 분명히 동물이었지만, 어떤 도감에도 실려 있지 않을 형태였다. 


뼈대가 어색했고, 다리가 세 개였으며, 눈이 목덜미에 달려 있었다. 


그날 이후, 변신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손톱이 일곱 개였고, 머릿속에 들어있던 단어 몇 개가 사라졌다. 


그 날은, '숟가락'이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는 반복되는 변신으로 인한 부작용같은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다음 변신에서는 코를 잃었다.


코가 없어졌다는 건 아니고, 


인간으로 돌아와도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소형 씨, 오늘은......어......"


회의실 문을 연 민 과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탁자 위에 있는 존재는 동물이라기보다는 형체였다. 


푸르스름한 점액질, 눈 대신 촉수 같은 돌기가 진동하고 있었다.


"이건...... 동물이 아니잖아."


누군가 옆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공기의 밀도가 사뭇 달라졌다. 


한 사람은 헛구역질을 했고, 한 사람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존재는 사람들의 말과 반응, 그리고 뉘앙스를 전부 이해했다.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그것의 촉수가 천천히 흔들렸다. 


그리고 회의 테이블 쪽으로 기어가, 노트북을 켰다. 


아무도 막지 못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소형 씨는 사라졌다.




그 날 이후로도 사무실은 돌아갔다.


다만 어느 날부터, 새로 생긴 직원이 있다며 사람들이 말하곤 했다. 


이름도 얼굴도 떠오르지 않지만, 분명 있었다는 것이다. 


옆자리 의자는 늘 누군가 앉아 있었고, 커피 잔에는 따뜻한 물이 채워져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을, 아니 그것을 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머리가, 눈이,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 같지 않은데...... 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지?”


그렇게 말하고 난 후, 그 사람은 바로 다음 날 결근 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아침, 누군가 회의실 문을 열며 말했다.


"소형 씨, 또 변신했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무도 웃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 회의실 안엔 의자에 앉은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검은 형체가 있었고, 


그 앞엔 사람 하나가 죽은 채로 고개를 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변신이 아니라, 되돌아오지 못한 ‘잔류'였다.


그리고 누군가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소형 씨는...... 대체 언제부터 우리 회사에 있었던 거지?’


이후로 ‘소형’ 이라는 이름은 명단 어디에도 없었고, 인사기록부는 몇 달 전 백업본에서부터 이미 지워져 있었다.


그의 자리는 여전히 누군가가 사용 중이지만, 누구인지 물어보면 사람들은 애매하게 웃는다.


“아, 그 사람 말이죠? 그...... 이름이 뭐였더라......”


그리고는 아무도 끝까지 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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