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자 내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일생동안 본 

풍경 중에서 가장 기이한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사방이 칠흑같은 어둠에 잡아먹힌 듯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만이 가득하였고, 오직 내가 서있는

2평 남짓한 공간에 놓인 낡아빠진 램프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이 세상의 전부인 양 미약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앞에는 뒤틀리고 낡은 헝겊을 걸친

무언가가 방금 전 일어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낡은 헝겊 속에는 새까맣고 앙상하며 비틀린 신체가

미약하게나마 움직임을 보였고, 나를 주시하던 '그것'은

내가 일어난 것을 눈치챈 듯, 나를 향해 기이한 소리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 소름끼치고 나락의 구렁텅이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진

듯한 소음에 귀를 틀어막으며 눈살을 찌푸리자

비로소 '그것'의 소리가 멎었다. 어둠이 감싼 공간 속에서

적막한 고요 또한 함께 찾아왔고, 이와 함께 허공에 손짓을

한 '그것'의 품에서 낡은 책자가 날아와서는 내 앞에 놓여졌다.

인간의 살갗과도 같은 감촉을 지닌 책자를 매만지며, 

내용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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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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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장 -

당신이 이 곳에 어떻게 왔는지는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지금 선택과 결과를 받아들일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것 뿐이죠.

나는 당신이 이곳에 오기 직전 어떠한 상황에 쳐해 있었는지,

당신의 나이, 성별, 국적, 인종 등 그 어떠한 개인적 특징에는

일체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이곳에서는 두 가지만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능력, 그리고 대가.

당신은 어쩌면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인물일 수도 있으며

평범하기 그지 없는 생활을 보냈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행복에 겨운 나날을 지낸 분일지도 모릅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던 간에,

이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래를 통하여

대가를 지불하고, 능력을 얻는 것 외에는 

결코 탈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이곳을 거쳐간 이들이 지불하는 대가는 현재 소지하고 있는

물건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원래 생활하던 장소에서 본인의 소유라면

얼마든지 대가로 지불할 수 있습니다.

대가는 반드시 징수할 것이며, 시기는 능력을 얻고 난 이후,

이 곳을 벗어나서 머지않은 시기에 치러질 것입니다.

대가를 치르고 여러분이 부여 받은 능력이

당사자에게 유리하거나, 필요 한지를 산정하여

집행할 정도의 이해력이 우리에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능력은 선물이 될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것이 될 수도  있으며, 혹은 당사자에게

끔찍한 재앙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대체 왜 내가 그런 말도 안되는

복불복에 대가를 바쳐야 하는가?' 

라는 의문을 품으실 수도 있을 테죠.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를 두고 당신들의 언어를 빌려서 얘기하자면 

운명, 혹은 팔자라고 해야 할까요? 

복권에 당첨되거나, 길을 가다 벼락을 맞아 죽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는 것과 같은 부류라고

받아들이시는 편이 편할 것입니다.

위의 예시에서 말한 이들 역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 했을 테니까요.

아무튼 이 곳에 발을 들인 이상 

당신은 반드시 우리에게 나가기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우리는 반드시 당신에게 대가를 받은 답례를 지불해야 합니다.

대가를 지불하기에 앞서,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 곳을 거쳐갔던 이들의 예시를

일부 기재해 놓았습니다. 참고 부탁 드립니다.

(추신 - 예시에 나온 것과 같은 것을 바친다 하여도 결과 값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 예 시 -

1. 방문자 : 진 석 환

지불한 대가 : 주머니에 있던 1000원짜리 지폐 3장

얻게 된 능력 : 30초 이상 응시한 대상을 불태울 수 있는

능력을 얻음. 허나, 능력의 제어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 당사자는 일상 생활에서 지내는 것에 고통을 호소함.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부인마저 태워버린 그는 그제서야

두 눈을 찔러 실명 시켰고, 방화 및 살인죄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

2. 방문자 : 엄 현 석

지불한 대가 : 자신의 목소리

얻게 된 능력 : 맨손에 대는 것의 표면을 얇게 잘라낼 수 있는 능력.

목소리를 잃었지만, 의외로 큰 불만은 없는 듯 하며, 해당 능력을

이용해 각종 야채 등을 손질하는 음식점에 취직한 듯 하다.

3. 방문자 : 고 진 아

지불한 대가 : 자신이 기르는 2마리 반려견의 목숨

얻게 된 능력 : 자해를 해서 흐르는 피의 경우, 황산으로 바뀌는 능력

그녀 입장에서 전혀 쓸모 없는 능력이었던 듯 하며, 많이 아끼던

반려견의 죽음으로 큰 상실감에 빠짐.

4. 방문자 : 박 기 형

지불한 대가 : 왼손 약지 손톱

얻게 된 능력 : 아무리 깊은 바닷속에 잠수하더라도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수중 생활이 가능한 인간으로 변함.

해당 방문자는 물 속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대체 이게 무슨 소용이냐.' 라며 투덜댐.

5. 방문자 : 변 진 철

지불한 대가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

얻게 된 능력 : 사람의 우울한 마음을 흡수 및 축적하는 능력.

본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근처에 있는 이들의 우울감을 흡수하며

우울감이 지나치게 축적된 나머지 자살로 생을 마감.

6. 방문자 : 김 은 자

지불한 대가 : 자신의 남편

얻게 된 능력 : 직접 요리한 음식이 다른 이들에게 최상의 맛을

느끼게 됨. 이러한 능력을 이용하여 음식점을 오픈하였고,

큰 돈을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7. 방문자 : 김 근 석

지불한 대가 : 본인의 요청으로 기재 금지

얻게 된 능력 : 모든 이에게 그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자세한 사항은 생략.

8. 방문자 : 이 승 진

지불한 대가 : 그가 아끼던 오토바이

얻게 된 능력 : 수압이 높은 심해에 적합한 신체를 얻게 됨.

허나, 심해에서 적합한 신체는 평범한 인간들이 사는 곳과는

맞지 않는 듯 하여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마자 온 몸이 

터져나가며 최후를 맞이함.

9. 방문자 : 박 상 길

지불한 대가 : 손에 쥐고 있던 경광봉

얻게 된 능력 : 아무리 뜨거운 음료라도 한 번에 마실 수 있는 능력

해당 방문자는 덕분에 식사 시간이나 음료를 마시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되었다며 상당히 만족한 듯 함.

10. 방문자 : 오 세 환

지불한 대가 : 현찰 200만원

얻게 된 능력 : 뇌의 능력을 100% 활성화 할 수 있게 됨.

한 번 목격한 것들에 대한 기억을 사진 파일을 열람하듯

또렷이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었지만, 정보의 과부하로

머지 않아 정신분열증에 걸려 폐쇄병동으로 입원.

11. 방문자 : 김 정 운

지불한 대가 : 자신의 전 재산, 자신의 가족 모두

얻게 된 능력 : 바퀴벌레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것에 비해 해당 능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큰 실의에 빠진 듯 함.

12. 방문자 : 마 강 철

지불한 대가 : 자신의 신체 외부에 있는 모든 털 (속눈썹, 눈썹, 코털 제외)

얻게 된 능력 :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됨.

다만, 그것들은 해당 방문자가 자신들을 주시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며, 능력 자체에 대해서는 호불호를

내비치진 않았지만 평소 골칫거리인 듯 한 그의 몸을 뒤덮고

있던 무수한 털들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제모한 것에 대해

오히려 깊은 감사와 기쁨의 감정을 가진 듯 함.

13. 방문자 : 팽 유 정

지불한 대가 :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 맴버

얻게 된 능력 : 우리가 평가하건데, 그녀가 바친 것은

결코 그녀의 소유가 될 수 없음으로 판명되어져,

해당 방문자를 공간 밖 저 너머로 던져버림.

이후 무한히 펼쳐진 어둠 속에서 억겁의 세월을 방랑하며

죽음조차 맞이하지 못할 것이라 사료됨.

14. 방문자 : 주 현 주

지불한 대가 : 자신의 체지방 30kg

얻게 된 능력 : 자신의 신체가 절단이 나더라도 붙을 수 있는 능력.

15. 방문자 : 유 진 모

지불한 대가 : 자신의 체지방 30kg

얻게 된 능력 : 다른 사람들에 비해 고통을 3배 잘 느끼는 능력.

해당 능력을 얻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증폭된 고통을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해당 방문자의 사례로 말미암아

다른 방문자들 또한 동일한 대가를 바쳐서 생기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서문에 예시와 동일한 대가를 바쳐도

결과값이 동일하지 않다는 주의 문구를 추가함.

16. 방문자 : 이 은 비 아

지불한 대가 : 집에서 키우던 식물의 잎사귀 5장

얻게 된 능력 : 물에 피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최고급 홍차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됨.

해당 능력을 얻은 방문자는 딱히 상업적인 능력에

쓰진 않은 듯 하며, 본인이 마시고 싶을 때나

손님에게 차를 내어 드릴 때와 같은 소소한 일에만 

능력을 사용하는 듯 하다.

17. 방문자 : 김 한 결

지불한 대가 : 본인이 입고있던 상의

얻게 된 능력 : 모든 독에 대한 면역.

어디까지나 독성 물질에 대한 면역이 있어서 죽지 않을 뿐

독에 의한 고통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시험삼아 온갖

독을 들이킨 이후 엄습한 고통에 의하여 쇼크사

18. 방문자 : 조 우 중

지불한 대가 : 휴대폰 (기종 갤럭시 S23U)

얻게 된 능력 : 음모의 길이가 길어지고, 음모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대략 길이는 80cm 까지

늘어났으며, 마치 촉수와도 같이 움직여서 물건을 집거나

심지어 발 대신 걸어다니는 것 까지 가능해졌다.

다만, 외관의 상이함 때문인지, 다른 개체의 

인간들에게는 기피되는 듯 하다.

19. 방문자 : 나 혜 미

지불한 대가 : 오른쪽 눈썹 한 올

얻게 된 능력 : 왼쪽 손바닥에 전자기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얻음.

20. 방문자 : 이 희 찬

지불한 대가 : 자신의 남은 수명 10년

얻게 된 능력 : 과거로 회귀하는 능력을 얻었으나

능력 조작에 서투른 나머지, 4억 9천7백만년 전

캄브리아기로 이동함.

이산화탄소 농도가 16배 가량 높았던 탓에

그대로 질식사.

21. 방문자 : 양 준 철

지불한 대가 : 자신의 자가용(2015년식 K-5)

얻게 된 능력 : 공간이동 능력. 다만 순수한 자신의

신체만을 이동시키기에, 이동 이후에는 알몸이 된다.

22. 방문자 : 진 가 영

지불한 대가 : 자신의 자녀 2명의 목숨

얻게 된 능력 : 자신이 손가락으로 표식을 그은 모든 것이

부패하는 능력을 얻었고, 해당 능력을 이용해 평소

마음에 안들던 이웃 주민들과 남편의 내연녀를 살해.

이후 경찰에 체포되었지만 체포된 경찰차에 표식을

새겨넣고 부식시킨 뒤 탈출을 감행.

앞을 막는 경찰과 군인들을 여럿 부식시키던

 와중 발포 명령이 떨어져 총살.

23. 방문자 : 가 상 훈

지불한 대가 : 행복

얻게 된 능력 : 미래를 보는 능력. 해당 능력으로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행복감을 충족시키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

24. 방문자 : 김 성 현

지불한 대가 : 양심

얻게 된 능력 : 동전 던지기를 할 시 100%로 뒷면이 나오는

능력을 얻게 됨. 양심이 없어진 그는 해당 능력을 가지고

야바위를 시도하다가 불량배 무리를 만나서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음.

25. 방문자 : 곽 화 정

지불한 대가 : 손님 맞이용 고급 접시 세트 6개

얻게 된 능력 : 음식을 먹고난 이후 나오는 배설물이

대변이 아닌 해바라기 씨를 배설하게 됨.

이 외에도 다양한 케이스가 있으나, 여러분에게 참고가 될 만한

것들을 저희 관점에서 추려서 기재했습니다.

그럼, 이제 선택의 시간이군요.

당신은 무슨 대가를 지불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