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최근 방문

NEW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나폴리탄] 망원, 080–129–1514

저런(59.6) 2025.05.09 10:08:41
조회 1152 추천 37 댓글 22
														

망원. 080–129–1514.

며칠째 머릿속을 맴도는 말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다.

별 생각 없이 있다 보면 입에서 흘러나오고,

지하철역에서 멍하니 있다가도 다시 중얼거린다.


“망원… 공팔공… 일이구…”


무슨 암호처럼 익숙한데,

어디서 본 적이 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근데 이상한 게 자꾸 쌓였다.


누구한테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그게 누군지 기억이 안 났다.

마트에서 계란을 들다가 손이 멈췄다.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잊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망원’이라는 역을 봤을 땐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다.

가본 적도 없는데, 익숙하단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말했던 이름 같기도 했다.


밤에 핸드폰을 열었는데,

메모장에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080–129–1514


언제 썼는지 모르겠다.

기록된 시간은 새벽 세 시였다.

그 시간에 일어난 적이 없는데.


불안해서 검색을 해봤다.

전화번호처럼 생겨서 뭔가 나올 줄 알았다.

공공기관이거나 스팸 번호쯤으로 생각했다.


근데 아무 것도 안 나왔다.

통신사 사이트, 번호 추적 앱,

검색 결과 어디에도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번호라고만 떴다.


그래도 계속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전에 들은 적이 분명히 있는 느낌.

그 번호를 말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언제, 누구한테, 왜였는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자꾸 생각이 끊겼다.

뭔가 빠져 있다는 감각만 계속 남아 있었다.


도서관에 갔다.

서울 지역 전화번호부를 찾았다.

지하 자료실에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책이 정리돼 있었다.


080–129–1514.

전 지역을 다 뒤졌다.


없었다.

어느 해에도, 어느 동에도 없었다.

‘망원동’은 네 번 넘게 다시 봤다.

똑같았다. 없었다.


책을 덮으려는데 뭔가 이상했다.

선반에 있는 책등을 봤다.


1997

1998

...

2007


2008년 책이 없었다.


직원한테 물어봤다.


“2008년 전화번호부는 없나요?”

“그 해 건 아예 입고가 안 됐어요.”

“목록에도요?”

“네. 원래 빠져 있어요.”


이상했다.

서울 전체 기록인데, 한 해가 빠질 수가 있나?

원래 빠져 있다는 말이 더 이상했다.

기록이 없다는 게 아니라,

기록 자체가 없던 해처럼 말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서 2007년도 망원동 항목을 펼쳤다.

맨 뒷장 구석에,

테이프로 붙은 광고 하나가 눈에 띄었다.


종이는 바래 있었고,

문장은 손글씨처럼 인쇄돼 있었다.


잊으셨나요?

괜찮습니다.

당신이 잊어도, 저희는 아이를 기억합니다.

소망원 – ■■동 23–9 지하

1월 5일 오후 2시까지, 꼭 오세요.


그 순간,

그게 단순한 번호가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


08년 1월 29일.

1월 5일, 오후 2시 14분.


누군가와 정해놓은 날짜.

어딘가에 가야 했던 시간.

나는 뭘… 놓고 온 걸까?


도서관을 나왔다.

핸드폰을 켰다.

시간은 오후 2시 12분.

1월 5일.

이미 늦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숫자가 희미해졌다.


망원…

080…

129…

15…

1…?


…뭐였지?


며칠째 외우고 다녔던 그 번호인데,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지금은, 그 번호마저 생각나지 않는다.

추천 비추천

37

고정닉 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22
댓글 등록본문 보기
  • 무상유상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의미불명인 느낌이 딱 나폴리탄스럽군 좋다

    05.09 12:45:24
    • 저런(211.235)

      원한다면 거북스프게임을 해줄 수 있어

      05.09 12:54:57
  • 김낙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주인공의 자녀는 실종상태야?(법적으로든, 아니든)

    05.09 16:09:21
    • 저런(211.235)

      맞아

      05.09 16:14:05
    • 김낙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주인공이 외우던 번호와 단어는 자식의 인적사항과 연관있어? (생년월일, 실종일자, 주민번호, 마지막 위치 좌표 등등)

      05.09 22:39:40
    • 저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김낙지 주인공의 딸은 만17세야

      05.09 22:48:09
    • 김낙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년 1월 29일생인 아이 하나를 1월 5일 14시 14분까지 기억해내서 소망원에서 탈출시키라는거 같은데,
      그 외에는 모르겠네…

      05.10 01:10:49
    • 저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김낙지 아버지가 딸을 소망원에 맡긴 건 자의였습니다.

      05.12 09:11:25
    • 김낙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저런.. 아버지가 약속된 시간까지 소망원에 안 가서, 딸의 존재는 세상에서 잊혀졌어?

      05.15 03:08:32
    • 저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김낙지 정확해

      05.16 10:40:55
  • ㅇㅇ(124.54)

    맛있군

    05.09 18:16:30
    • 저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두 번째 글인데 맛있다니 고맙군

      05.09 18:53:36
  • 방울한올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재밌네.. 결말이 너무 좋다

    05.10 01:37:33
    • 방울한올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근데 하나 궁금한건 1월 29일은 어떻게 나온거지?

      05.10 01:40:39
    • 저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방울한올 딸은 겨울에 태어났습니다.

      05.12 09:11:03
  • ㅇㅇ(175.120)

    재밌고 좋네...

    05.10 04:14:29
  • Lingo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파딱3
    05.10 22:49:08
    • 저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하나가 되기 싫...하나...하나가..하나..

      05.12 09:11:40
  • 칼퇴전문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뭔가 은은하게 무서운 느낌이네 재밌다 다른 똑똑한 낲붕이들이 답 질문할 때까지 존버한다 - dc App

    05.12 10:43:44
  • 김문춘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분은 어떻게 나온거임? - dc App

    05.14 00:43:40
    • 저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년 1월 5일 2시 14분, 딸 ■■이는 소망원에 맡겨졌습니다.

      05.14 09:15:58
  • ㅇㅇ(222.232)

    소는 누가 키울거야 소는?

    05.20 01:21:49
1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3010 설문 새로운 워터밤 여신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5/19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8) [19]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60185 278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4.22) [2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368050 271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6]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5536 47
20489 공지 FAQ [22]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4802 81
14406 공지 신문고 [2] 흰개(118.235) 24.03.22 10394 61
35038 잡담 갤이 뭔가 미묘함 [5] ㅇㅇ(223.39) 00:38 159 3
35037 잡담 옛날에 썼던 글 가끔씩 읽어보는 편임? [3] 오라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5 50 0
35036 잡담 23년이후로 처음인데 읽을만한 작품이 있을까? [7] 고-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3 105 0
35034 찾아줘 규칙서 괴담 [1] ㅇㅇ(112.148) 00:09 52 0
35032 나폴리 삼겹살 사왔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98 9
35031 잡담 <나 오레오 안 먹었다> 어떰? [2] 주홍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09 2
35030 나폴리 돌아가야만 합니다. 하얀 방으로. [1] Aram.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47 6
35029 규칙괴 XX아파트 야간경비원 근무 수칙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97 5
35027 기타괴 난 그놈의 ■■■■가 뭔지 좀 알아야겠다고. [1] 무상유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29 7
35026 연재 [재림마트] 현재 시각, 우리나라 전역에 국가0급재난사태를 선포합니다. [7] 루비이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13 10
35025 찾아줘 차가 뒤로 가는 나폴리탄이었는데 [1] ㅇㅇ(219.251) 05.19 63 0
35023 잡담 조언 부탁드립니다 [18] ㅇㅇ(175.120) 05.19 130 2
35022 찾아줘 글 좀 찾아주실분 [3] ㅇㅇ(124.80) 05.19 115 2
35020 잡담 올리는거 글자수 제한 있음? [6] 치톤피드수나무솦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14 1
35018 잡담 으하하하 내가 놈들에게 암호문을 가르쳤어 Ai를써보자(118.219) 05.19 127 3
35017 규칙괴 감염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와주십시오. [5]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676 30
35016 잡담 다들 제목 짓는 팁 좀 있음? [8] 게릴라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39 0
34994 잡담 중국 공포물 ai 번역으로 보는데 [1] ㅇㅇ(39.119) 05.19 103 0
34993 찾아줘 괴이랑 사람이랑 앞뒷면으로 다른 규칙서 있는괴담 뭐더라.. [2] ㅇㅇ(211.235) 05.19 107 2
34991 잡담 이게 나폴리탄이지 [1] 누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29 0
34990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20화 [7]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12 6
34989 나폴리 아니 나폴리탄 괴담 만들어달라니까 [3] Ai를써보자(118.219) 05.19 174 3
34988 기타괴 1.하나가 되십쇼. 조용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35 6
34987 나폴리 토요일 저녁 오후 ㅇㅇ(203.230) 05.19 43 4
34986 찾아줘 그거 뭐였지 [2] ㅇㅇ(180.182) 05.19 68 0
34982 나폴리 전남친 [4] 초보(165.132) 05.19 134 3
34981 찾아줘 메모장에 복붙해야 숨겨진 내용 나오는 괴담 [5] ㅇㅇ(118.216) 05.19 255 3
34980 찾아줘 컴퓨터에 의식 옮기고 노래있는 괴담 아는사람? [7] ㅇㅇ(39.7) 05.19 216 3
34979 찾아줘 여기서 본 채팅형식 괴담 찾고있는데 [6] ㅇㅇ(125.132) 05.19 283 2
34978 잡담 규칙괴담에서 지침서 오염이 날 미치게함 [4] ㅇㅇ(211.234) 05.19 422 12
34977 연재 ㅇㅇ역 괴담사례 - 마지막 정리 [41]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95 38
34976 기타괴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이 발견된다면 [1]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12 6
34975 잡담 사람이 벼랑 끝에 몰릴수록 나는 흥분한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55 5
34973 잡담 좀 더럽긴 한데 괴담 관련된 얘기임. 해도 됨?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63 0
34972 나폴리 .... . .-.. .-.. --- .-.-.- [5] ㅇㅇ(61.77) 05.19 182 4
34971 잡담 념글 낲붕이들 세계관 짤 때 보통 얼마 걸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98 0
34970 잡담 밑에 입사글 쓴사람인데 0000(183.109) 05.19 117 0
34969 규칙괴 안녕하세요! 뉴비 인사드립니다~ [1] 수면안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05 9
34968 나폴리 나폴리 파스타 부재료 손질 가이드 ㅇㅇ(175.120) 05.19 165 7
34967 연재 ㅇㅇ역 괴담사례 - 再封印 [16]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28 25
34966 잡담 낲붕이 드디어 취업했다! [1] 0000(183.109) 05.19 219 8
34965 잡담 좀비 아포칼립스 규칙괴담같은게 보고싶드 [2] ㅇㅇ(115.88) 05.19 139 2
34964 잡담 너네 가위 눌려본적 있냐? [1] 젖보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0 3
34963 연재 식욕(食慾) 6화 - 신념 [1] JJJ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0 4
34961 나폴리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7] ㅇㅇ(121.156) 05.18 278 8
34960 기타괴 오늘은 내 첫 출근날이다. [1] 벱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174 8
34959 잡담 이거 나폴리탄 느낌나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583 13
34958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19화 [6]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251 11
34957 잡담 (혐) 집없는 달팽이가 진짜 공포일 가능성 [8] 남궁덕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522 7
34956 잡담 중국소설도 괜찮은거 많더라 [3] ㅇㅇ(182.161) 05.18 239 0
뉴스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배우 장근석, 아시아 대표 셰프 군단으로 대활약! 요리까지 섭렵하며 다재다능 끼 입증! 디시트렌드 05.1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