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최근 방문

NEW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기타괴담] "징크스는 지키라고 있는 거야."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6 21:28:51
조회 1758 추천 35 댓글 15
														


아마, 초등학교 때부터 였을 것이다.


나는 어디서 왼발부터 걸으면 하루 종일 운이 나쁘다는 말을 들었고, 


당시엔 어린 맘에 어쩐지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아 그때부터 의식적으로 항상 오른발부터 걸음을 시작했다.


신발을 신을 때나 운동을 할 때도 항상 오른발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징크스는 나이를 먹어가며 하나둘씩 늘어갔다. 


문고리를 두 번 돌리고 문을 열어야 재수가 좋다던가, 


물건을 받을 땐 반드시 오른손으로 받아야 한다던가 하는,


사소한 징크스들을 혼자 정하고 혼자 지키곤 했다.


당연히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들이었지만, 이상하게 그런 걸 어기면 괜히 잘 되던 일이 꼬이곤 했기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그 징크스들을 일상의 의식처럼 지켰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런 걸 믿지 않았다. 


운이니 징크스니 하는 말만 나와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내가 조심스럽게 그런 얘기를 꺼냈을 때도 


"그딴 것보단 내일은 어딜 놀러 갈지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아?" 하며 웃었다.


그 말에 무안해진 적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와 만나면서 나 스스로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 


그녀와 있을 땐 자연스럽게 징크스 같은 게 신경 쓰이거나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애초에 그런 것 따윈 의미가 없다고 믿기로 했다.


'오늘부터는 나한테 징크스는 없다. 그럴 시간에 소중한 사람을 챙기자.'


그리고 그날,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버스에서 내릴 때, 평소처럼 오른발부터 내딛으려다 무심코 그냥 왼발부터 내려버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애초에 이런 거 하나하나 따지는 내가 우습긴 했지.’


횡단보도를 건너기 직전, 신발 끈이 풀린 걸 봤다. 


예전 같았으면 잠깐 멈춰서 신발 끈을 고쳐 맸을 것이다.


끈이 풀린 채 걸으면 하루 종일 불운하다 믿었던 그 징크스 때문에.


하지만 나는 그냥 무시하고 그대로 걸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차가 멈추지 않았고, 나는 그날의 마지막 걸음을 그녀를 향해 내딛었다.


병원 천장 아래서 깨어났을 땐, 이미 하루가 지나 있었다.


왼쪽 다리는 망가졌고, 휴대폰엔 그녀가 보낸 메시지 여러 개가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오지 않자 걱정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같은 도로 건너편에서 사고를 목격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메시지는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다.




몇 달 후,


나는 다시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완치되었다.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딱히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지금은 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다. 퇴원 기념이라고 친구 녀석들이 술이나 하잔다.


횡단보도 앞에 섰을 때, 나는 신발끈을 내려다 보았다. 다행히 이번엔 묶여 있다.


신발끈만 보면 그 때 생각이 나 씁쓸해져 딱히 생각하려고 하진 않는다.


그리고 신호등이 곧 파란불로 변하기 전, 나는 다시 한번 신발끈을 내려다 보았다.


이윽고 신호등 불빛이 변하고, 나는 다시 고개를 숙여 확인했다. 


아니,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확인하고, 다시 확인했다. 


완전히 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그제서야 한 발 내딛는다.


왼발.


"씨발!"


나는 왼발을 먼저 내딛고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다시 되돌아가려 했다.


앞으로 걸어왔을 때의 반대인 뒷걸음으로 마치 되감기하듯이.


그렇게 하려다 못 봤던 거다.


빨갛게 변한 신호등과,


반대편에서 오는, 


이번엔 더 큰 차를.



추천 비추천

35

고정닉 13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15
댓글 등록본문 보기
  • ㅇㅇ(115.178)

    야식이네

    05.16 21:36:41
  • 방울한올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오 ㅋㅋ 개재밌당

    05.16 21:41:24
  • 김낙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군대가면 제식할때 어떡했냐?

    05.16 22:13:40
  • 전설의고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뭐지 ㅅㅂ ㅋㅋㅋ - dc App

    05.16 22:27:42
  • 아스화리탈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징크스를 지키려 하는 주인공이라면 에코인가? 깔깔

    05.16 23:05:12
    • 나는문어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9
      05.16 23:08:15
    • 오라랑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23:37:05
    • 칼퇴전문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애송아
      05.19 10:18:37
  • 동전던지기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7
    05.17 00:03:54
  • 설탕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씨발! ㅋㅋㅋㅋㅋ

    05.17 15:32:28
  • 설탕물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한발 왼발 씨발 이어지는게 왤케웃기지

    05.17 15:32:46
  • ㅇㅇ(1.238)

    "고산병"

    05.17 23:36:21
  • ㅇㅇ(211.207)

    그러게 크록스를 신었어야지

    05.18 03:30:08
  • Clown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
    05.18 10:52:06
  • 칼퇴전문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0:18:59
1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3010 설문 새로운 워터밤 여신으로 자리잡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5/19 - -
14803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이용 수칙 (25.1.28) [19]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9 60176 278
14216 공지 나폴리탄 괴담 갤러리 명작선 (25.4.22) [23]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367986 271
30011 공지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백과사전 ] [26] winter56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2.28 5534 47
20489 공지 FAQ [22] 흰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4 4802 81
14406 공지 신문고 [2] 흰개(118.235) 24.03.22 10391 61
35038 잡담 갤이 뭔가 미묘함 [3] ㅇㅇ(223.39) 00:38 71 1
35037 잡담 옛날에 썼던 글 가끔씩 읽어보는 편임? 오라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35 16 0
35036 잡담 23년이후로 처음인데 읽을만한 작품이 있을까? [7] 고-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13 81 0
35034 찾아줘 규칙서 괴담 [1] ㅇㅇ(112.148) 00:09 39 0
35032 나폴리 삼겹살 사왔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60 4
35031 잡담 <나 오레오 안 먹었다> 어떰? [2] 주홍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98 1
35030 나폴리 돌아가야만 합니다. 하얀 방으로. [1] Aram.아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34 4
35029 규칙괴 XX아파트 야간경비원 근무 수칙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4 3
35027 기타괴 난 그놈의 ■■■■가 뭔지 좀 알아야겠다고. [1] 무상유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10 5
35026 연재 [재림마트] 현재 시각, 우리나라 전역에 국가0급재난사태를 선포합니다. [6] 루비이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42 9
35025 찾아줘 차가 뒤로 가는 나폴리탄이었는데 [1] ㅇㅇ(219.251) 05.19 56 0
35023 잡담 조언 부탁드립니다 [18] ㅇㅇ(175.120) 05.19 113 1
35022 찾아줘 글 좀 찾아주실분 [3] ㅇㅇ(124.80) 05.19 104 2
35020 잡담 올리는거 글자수 제한 있음? [6] 치톤피드수나무솦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12 1
35018 잡담 으하하하 내가 놈들에게 암호문을 가르쳤어 Ai를써보자(118.219) 05.19 125 3
35017 규칙괴 감염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와주십시오. [5]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585 28
35016 잡담 다들 제목 짓는 팁 좀 있음? [8] 게릴라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37 0
34994 잡담 중국 공포물 ai 번역으로 보는데 [1] ㅇㅇ(39.119) 05.19 101 0
34993 찾아줘 괴이랑 사람이랑 앞뒷면으로 다른 규칙서 있는괴담 뭐더라.. [2] ㅇㅇ(211.235) 05.19 105 2
34991 잡담 이게 나폴리탄이지 [1] 누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28 0
34990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20화 [7]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09 6
34989 나폴리 아니 나폴리탄 괴담 만들어달라니까 [3] Ai를써보자(118.219) 05.19 169 3
34988 기타괴 1.하나가 되십쇼. 조용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34 6
34987 나폴리 토요일 저녁 오후 ㅇㅇ(203.230) 05.19 41 4
34986 찾아줘 그거 뭐였지 [1] ㅇㅇ(180.182) 05.19 63 0
34982 나폴리 전남친 [4] 초보(165.132) 05.19 133 3
34981 찾아줘 메모장에 복붙해야 숨겨진 내용 나오는 괴담 [5] ㅇㅇ(118.216) 05.19 251 3
34980 찾아줘 컴퓨터에 의식 옮기고 노래있는 괴담 아는사람? [7] ㅇㅇ(39.7) 05.19 215 3
34979 찾아줘 여기서 본 채팅형식 괴담 찾고있는데 [6] ㅇㅇ(125.132) 05.19 279 2
34978 잡담 규칙괴담에서 지침서 오염이 날 미치게함 [4] ㅇㅇ(211.234) 05.19 367 12
34977 연재 ㅇㅇ역 괴담사례 - 마지막 정리 [41]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55 38
34976 기타괴 어느 날 갑자기 그것들이 발견된다면 [1]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11 6
34975 잡담 사람이 벼랑 끝에 몰릴수록 나는 흥분한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53 5
34973 잡담 좀 더럽긴 한데 괴담 관련된 얘기임. 해도 됨?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61 0
34972 나폴리 .... . .-.. .-.. --- .-.-.- [5] ㅇㅇ(61.77) 05.19 182 4
34971 잡담 념글 낲붕이들 세계관 짤 때 보통 얼마 걸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95 0
34970 잡담 밑에 입사글 쓴사람인데 0000(183.109) 05.19 115 0
34969 규칙괴 안녕하세요! 뉴비 인사드립니다~ [1] 수면안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204 9
34968 나폴리 나폴리 파스타 부재료 손질 가이드 ㅇㅇ(175.120) 05.19 162 7
34967 연재 ㅇㅇ역 괴담사례 - 再封印 [16] Qur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09 25
34966 잡담 낲붕이 드디어 취업했다! [1] 0000(183.109) 05.19 218 8
34965 잡담 좀비 아포칼립스 규칙괴담같은게 보고싶드 [2] ㅇㅇ(115.88) 05.19 139 2
34964 잡담 너네 가위 눌려본적 있냐? [1] 젖보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80 3
34963 연재 식욕(食慾) 6화 - 신념 [1] JJJ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78 3
34961 나폴리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7] ㅇㅇ(121.156) 05.18 277 8
34960 기타괴 오늘은 내 첫 출근날이다. [1] 벱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173 8
34959 잡담 이거 나폴리탄 느낌나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558 13
34958 연재 초자연현상처리반 Fragments 19화 [6] 한청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244 11
34957 잡담 (혐) 집없는 달팽이가 진짜 공포일 가능성 [8] 남궁덕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8 516 7
34956 잡담 중국소설도 괜찮은거 많더라 [3] ㅇㅇ(182.161) 05.18 238 0
뉴스 ‘65억 건물주’ 강민경, 월이자 1600만원 이지만...“너도 나도 행복했으면” 디시트렌드 05.1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