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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혹시, 제가 젓가락을 어디에 두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ㅇㅇ(39.119) 2025.05.18 11:49:02
조회 278 추천 13 댓글 4
														

 안녕하십니까. 죄송합니다, 본래 이런 식으로 글을 적지는 않지만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해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커뮤니티에서 저를 아시는 분들께 질문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제 가족/지인에게도 이미 비슷한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제가 젓가락을 어디에 두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는 아실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상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30대 남성으로, 현재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멀리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비싼 집값 탓에 급하게 쉐어하우스를 구하게 되었었는데 제가 구하게 된 쉐어하우스는 제법 싸고 좋은 곳이었습니다.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요. 잘은 모르지만 빌라? 같은 곳의 3층에 있는 곳이었고, 신축인 듯 깔끔해 보였습니다. 햇빛도 잘 들어오고, 하나 뿐이지만 엘레베이터도 있고요.

 집 문에는 도어락도 제대로 달려 있었고, 3층인 만큼 문 이외의 정상적인 통행로는 없습니다.

 집의 구조는 큰 공용공간 하나에, 화장실 하나. 그리고 방이 세 개 있는 구조입니다. 함께 살게 된 사람들을 소개하겠는데, 신상 보호를 위해 A, B와 같은 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A는 멀끔하게 생긴 청년입니다. 옷도 요즘 트랜드에 맞게 잘 입고 다니는 것 같고요. 들어보니 대학생이라는데, 제법 멀리서 올라왔나 봅니다. 성격이 좋고 동질감도 들어 쉽게 친해진 친구입니다.
 
 B는 저보다도 더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신데... 사실 자세한 건 잘 모릅니다. 보통 방에서만 조용히 지내시다가, 가끔 산책 하러 나오실 때만 모습을 보이시거든요. 다만 여기에 오래 지내셨다 합니다. 공용 공간의 몇몇 가구를 그 분이 두거나 했고요.

 방의 위치를 설명하겠습니다. 구조가 좀 애매한데... A와 제가 바로 옆에 있고, B는 A의 바로 옆. 저와는 제법 거리가 있습니다. B - A - 저, 이런 식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저는 한동안은 굉장히 쾌적하게 지냈습니다. 한동안은요.

 네, 그 젓가락이 문제 되기 전까지는.

 저희는 보통 음식을 함께 먹습니다. 그 편이 효율적이니까요. 설거지는 돌아가면서 하고, 그릇은 공용 그릇을 쓰지만... 숟가락과 젓가락은 개인용을 가져와서 씁니다. 사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는데, 제가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들 개인용 젓가락/숟가락을 쓰게 되더군요.

 며칠 전의 일입니다. 그 날 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게 들어왔습니다. 저녁 먹을 시간이 지났죠. 물론 다른 사람들은 먼저 식사를 마쳤습니다. 다만 이번의 설거지 담당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공용 공간은 텅 빈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설거지 거리를 봤는데... 문득, 이상함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공용 젓가락이 하나 사용되어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희는 전원 개인 젓가락/숟가락을 사용합니다. 외부인을 들이지도 않으니 어지간하면 공용 젓가락을 사용할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젓가락을 떨어트려 더러워져서 공용 젓가락을 썼다던가, 뭐 쓸 수 있는 이유야 많으니까요.
 
 다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때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 날 저는 별 생각 없이 제 방으로 들어섰습니다. 방마다 따로 잠금장치 같은 게 있지는 않습니다. 뭔가 설치할 수 있는 잠금장치 같은 게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다들 안 쓰는 것 같은데 제가 쓰면 좀 유별나게 보일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식사시간 직전 방 밖에서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별 생각 없이 나가보니 A와 B가 싸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학생이 그렇게 욕을 하는지 몰랐어요. 사람은 겉만 보고 알 수 있는 게 아닌 모양입니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알게 됐는데, A가 몰래 여자친구를 데려와 본인 방에서 살게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둘은 학생이고, B는 보통 방 안에만 있고 저는 밖에 나가 있으니 지금까지 몰랐던 모양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별 생각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A와 친하긴 했지만 A가 잘못한 일이었으니까요.

 한 순간이었습니다. 잔뜩 흥분한 A가 갑자기 부엌의 집어들고는 B를 찌르는 것은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저는 어렵게 부여잡고, 곧장 A를 막으려 했습니다.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 와서는 그냥 바로 도망갈 걸 하고 생각합니다.

 A는 제법 체격이 좋았고, 저는 좀 호리호리한 편이었으니까요. 게다가 A는 식칼까지 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아픈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속이 뒤틀리는 통증? 뜨거움? A의 칼이 제 배를 찔렀습니다.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A는 정신이 나간 듯 뭐라 혼자 중얼거리더니, 부엌으로 가 뭔가를 하려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후의 기억은 흐릿합니다. 아마 저는 현관문으로 도망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죽을 각오로 창문으로 뛰어내린 모양입니다.


 듣기로는 이후 3층에서 떨어진 저를 보고 누군가 신고를 했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고 합니다. A와 B는 안타깝지만... 이후 화재가 발생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건이 모두 끝난지도 며칠 되었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데... 그 집을 다 뒤져봤는데 이상하게 젓가락이 보이지가 않네요. 애착이 생긴 젓가락이라서 말입니다. 금속으로 된 거라 탔을 리도 없고. 이상하죠.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묻고 싶습니다.

 혹시, 제가 젓가락을 어디에 두는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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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119)

    오 너무 내 취향의 글임..
    구성도 좋다

    05.19 00:05:25
    • ㅇㅇ(39.119)

      감사함미다.. 며칠 뒤에 해석도 올려볼게오 좀 만족스러우셨음 좋겠네요

      05.19 04:17:10
  • ㅇㅇ(175.120)

    교과서적으로 좋네... 흥미를 계속 갖게 되는 잼는 글

    05.19 18:33:05
  • Cherrimy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9 18: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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