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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느리지만 확실한, 살인 달팽이 내기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5.17 22:30:57
조회 1383 추천 35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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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뿐입니다. 지금 아니면 영원히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남자가 내 앞에 불쑥 나타나 뜬금없는 제안을 하였다.


검은 정장을 빼 입고 명함도, 어떠한 소개도 없이 그저 나에게 어떤 제안을 하겠다며 받아들이겠느냐 물었다.


다만 그런 제안을 하는 남자의 말투는 너무도 차분한 말투였고, 왜 인지 의심보단 믿음이 가는 목소리였다.


"1,000억입니다. 세금 같은 건 전혀 제하지 않고, 1,000억을 통째로 드립니다. 원하시는 방법으로 드리겠습니다. 세금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너무 일방적으로 좋은 제안을 하는 남자를 보며, 난 헛웃음을 뱉으며 물었다.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너무 터무니 없는 제안이라 솔깃하지도 않은데요."


나의 대답에 남자는 오히려 고개를 갸웃하며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음?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의외군요. 그저 당신은 제가 제안하는 이 내기를 받아들이실 것인지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이질적인 남자의 반응에 나는 홀리기라도 한 것인지 괜한 호기심이 동했다.


"아니, 그래서 그 내기가 뭔데요?"


"내기는 단순합니다. 받아들이시는 순간, 말씀해주신 방법대로 곧바로 1,000억이 당신에게 입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그 시점부터 달팽이 한 마리가 당신을 향해 출발할 것입니다."


남자의 말에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달팽이요?"


"네. 달팽입니다. 그 달팽이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오로지 당신만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달팽이가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속도 역시 일반적인 달팽이와 동일한 속도입니다. 다만, 그 달팽이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의 위치를 무조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어디로 이동을 하든 그 위치를 파악하고 끊임없이 당신을 향해 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달팽이가 당신에게 도달하는 순간......"


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나는 그 남자가 풍기는 분위기에 괜히 눌리는 기분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어, 어떻게 되는데요?"


"......당신은 사망하게 됩니다."


"예?"


남자의 대답은, 결국 혹시나 했던 내 상상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닿는 순간 바로 사망하는 달팽이를 평생 피하면서 살겠다고 하면 천 억을 주겠다는 거잖아요? 정말... 이걸 끝까지 듣고 있던 제 시간이 아깝네요."


"믿져야 본전 아니겠습니까? 그럼, 만약 제가 지금 바로 천 억을 지급해드리면 믿으시겠습니까?"


"네, 지금 바로 입금하시면 저도 속는 셈치고 달팽인지 거북인지 피하면서 살아볼게요. 대신,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주세요."


그 때,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이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휴대폰에 떠오른 화면을 바라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라왔다.


'100,000,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내 계좌로 진짜 천 억이 입금되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생전 이런 길이의 돈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본 적 없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방금, 달팽이가 출발했습니다. 이제 내기는 시작됐습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짧은 인사만 남기고 홀연히 갈 길을 가버렸다.


나는 남자가 떠난 길 한복판에 혼자 서서 벙찐 채로 지금 이 상황이 도대체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썼다.


혹시나 꿈일까 싶어 은행 어플을 들어가봤더니, 정말 내 계좌번호와 함께 천 억이라는 액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인식이 확실해졌을 때, 나는 길 한복판에서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 날 이후, 내 삶은 180도 변했다.


매일같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면서 즐겨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겼다.


하지만, 매일같이 스위트룸 침대에 누울 때면 나는 머리 속으로 달팽이를 떠올리곤 했다.


달팽이는 지금쯤 어디에서 날 잡으러 오고 있을까?


처음 돈을 받았던 날, 집에 가자마자 바로 달팽이에 대한 모든 것을 찾아봤다.


달팽이의 평균 속도는 시속 0.048킬로미터다. 한 시간에 48미터를 가는 것이다.


이후 전 세계를 오가며 몇 달을 보냈다. 


그랬기에 달팽이가 날 따라잡으려면 아마 수백년은 걸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나니 솔직히 달팽이를 걱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다만, 처음 순간부터 달팽이가 어디서부터 날 잡으러 오기 시작했는지 모르고 있다는 건 내심 마음에 걸리긴 했다.


하지만 모르고 있다고 해도 다른 어떤 것도 아닌, 달팽이니까 그 정돈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달팽이의 존재를 더 이상 떠올리지 않게 되었고, 이런 생활에도 익숙해져 갔다.






그렇게 수 십 년이 지나고,


나는 내 침상에 누워 수많은 의료 기계에 의존해 힘겹게 눈을 뜨고 있었다.


아무리 찬란한 재력을 가지고 있어도, 젊음을 살 순 없었던 것이다.


문득, 진시황이 왜 그렇게나 불로초를 찾아다녔던 것인지 너무나도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내 주변엔 내 아내와 후손들이 서 있었다.


"아버지...조금만 더 힘내세요. 돌아가시면 안 돼요, 아버지."


내 아들 녀석이 주름진 얼굴에 한껏 눈물, 콧물을 범벅한 채 내 손을 잡아주었다.


이제 서서히 호흡하는 것조차도 힘들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든 날 살려보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마지막을 앞두고 내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손주들을 한 명씩 눈에 담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것 또한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달팽이.


내가 누워 있는 침실 문으로부터 달팽이 한 마리가 천천히 기어오고 있었다.


그렇게 평생을 피했던 달팽이가, 기어코 내 눈 앞에 나타났다.


그 달팽이는 끊임없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저 달팽이에 닿게 되면, 나는 죽고 만다.


나는 가늠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 온 몸에 갑작스레 식은땀이 마구 샘솟기 시작했다.


내가 식은땀을 흘리는 것을 본 가족들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황급히 주치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내와 자식들은 나를 붙잡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니야. 지금 의사를 부를 게 아니라, 달팽이. 저 달팽이 좀 어떻게 해봐!


계속, 계속 나한테 다가오고 있잖아.


나는 내적인 포효를 하고 있었지만, 이미 죽음을 앞두고 극도로 약해져 버린 나에겐 어떠한 몸부림도 나오지 못했다.


이제 달팽이는 끝없이 기어와 내 침대 언저리에 다다랐다.


주치의가 내 방으로 들어오며, 내 상태를 급히 확인했다.


나는 이 모든 족쇄 같은 것들을 다 벗어내고 당장이라도 이 달팽이에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달팽이가, 내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서서히 기어와 내 발 아래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안 돼. 오지마, 아직...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단 말이야.

























달팽이가, 내 발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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