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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갤러리 소개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블루워터(bluewate…) Rosefield_0313(subject0…) ㅇㅇ(clean738…) winter567(soccer28…) 이혁영(injury21…)
2021-03-02
괴담 장르 중 하나인 나폴리탄 괴담에 대해 다루는 갤러리입니다.
흰개(dcwhite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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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2
ㅇㅇ역 괴담사례 - 3월 9일 녹음파일 中 + 유기자의 잡다한 메모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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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선녀님,
서늘한 숨결로 이 몸을 거두셨던 날을,
이 늙은이, 잊지 않고 있사옵니다.
그로부터 해가 수십,
이 땅엔 어둠이 내려 앉았고
하늘빛은 점점 멀어져 가나이다.
이제 다시 재청 하옵니다.
남은 숨이라도 깃들어,
그 사특한 기운을 잠재워 주시옵소서.
산중에서 나무가 우러대고
골짜기마다 짐승이 몸을 낮추오니
이 늙은 무당의 눈에도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들려옵니다.
사람의 말 아닌 말이 떠돌고,
집마다 찬 기운이 박히며,
묻었던 악귀가 또 입을 벌려 나옵니다.
청화 선녀님,
이 허한 세상,
남은 기운으로 엮어낸 무명 한 자락
님 앞에 펼쳐 드리오니,
굽어 살펴 주소서.
이 몸, 신통 다 닳아
점줄도 떨리고,
방울 쥔 손도 말라가나
님의 한 숨,
바람 되어 오신다면
막아낼 길이 생기리이다.
저 어둠,
문을 박차고 나가지 못하게
님의 치마폭으로 엮어 주시고
그 혼령,
사람 곁에 깃들지 못하도록
천천히 거두어 주소서.
이제 이 무릎이 꺾이면,
다신 님께 절 올릴 길 없사오니
이 한 절만은
기어이 받으시옵소서.
청화 선녀님,
부디, 부디,
이 노령 무당의 마지막 기도를
허투루 넘기지 마시옵고
어둠 앞에 님의 맑은 기운을 내려 주소서.
이 생은 다하였사오나
이 마당만은…
비워두고 가게 하시옵소서.
그것은 늙은 무당에게 잠들어 있던 낡은 옛 기억이었다.
자신의 신어미가 마지막 생을 불살라가며 간청했던 마지막 굿. 마지막 기도.
왜 그 기억이 지금, 꿈으로 나타난 것인가.
산신보살의 손이 떨린다.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이제는 다 잊은 줄 알았는데,
그때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그 악신을 어찌 했었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왜 그때의 기억이 나는 것이지?
우리가 마주친 것이 악신이었나?
아니다.
그런 종류의 성질이 아니었다.
정말 악신이었다면 모두가 무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살은 신당 앞으로 가 마음을 다해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는 상에 쌀을 흩뿌렸다.
"관악산 크신 산신님.
기운이 고르지 않사와
길 아닌 길을 짚고자 하오니
신기 한 점만 내려 주시옵소서.
허튼 눈 아니 되게 하시고,
허튼 말 아니 나가게 하소서.
신령이시여,
맑은 뜻으로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기도를 중얼거리며 한참동안 쌀알을 살핀다.
하지만 신력이 예전만큼 모이질 않았다.
왜 그러겠는가.
큰 신이 오실 길을 억지로 막았으니,
그 후유증 아니겠는가.
한숨을 쉬고는 거실로 나가니, 마침 핸드폰으로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보살님, 저 백청입니다. 목소리가 영 안좋아보이십니다?
"개꿈을 꾸는 바람에 잠을 설쳤어."
-허허. 보살님의 꿈이면 개꿈이 아닐건데.
"...법사님은 무슨 용건으로 전화를 주셨나?"
-저희 사이에 꼭 용건이 있어야 전화를 합니까?
"연애를 해, 이놈아. 다 늙어빠진 노인네한테 수작걸지 말고."
-하하. 일영법사님하고 대화를 나눠봤는데, 그럴 듯한 이야기를 발견해서요.
전화 너머로 '도사라니까!'라며 성을 내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사기꾼한테 뭐 들을 말이 있다고."
-들어보세요. 그럴 듯 합니다.
---
옛날 옛적, 한양 남산 자락에 말없는 도깨비 하나 살고 있었다.
지게꾼처럼 생겨서는,
사람 짐을 대신 메 주고,
말없이 골목을 다니며 묵묵히 일만 했다.
그 도깨비가 누구냐 묻는 이도 없었고,
그가 받는 대가라야 막걸리 한 사발이면 족했다.
사람들은 그를 무겁다고 여기며 마을 잔치에 초대하곤 했으나,
정작 무거운 건 짐이 아니라 마음이라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왜군이 한양에 들이닥쳤다.
불이 일었고, 칼이 휘둘렀고,
이름 모를 백성들이 산채로 꺾여
남산 아래 골짜기에 버려졌다.
도깨비는 그 골짜기 아래 버려진 시체를 짊어지고 돌아왔다.
그 길을 멈추지 않았다.
짐을 져야 한다는 듯,
그 시체더미 속으로 들어갔고, 나오기를 여러 달.
그러다 언젠가부터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얼마 안가,
그 골짜기엔 기이한 일들이 벌어졌다.
아이들이 길을 잃고,
장사치가 말이 없어지며,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상스레 무거워졌다.
그 땅을 밟은 이들은
다시 그 땅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름이 흐려졌으며,
말이 줄어들었고,
마침내는 그 존재를 아는 이조차 사라졌다.
산 아래 노인 하나가 말하길,
그 도깨비가 아직도 지고 다니는 것이 있단다.
짐이 아니라 사람이고,
살이 아니라 그림자이며,
숨결 아닌 무게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 도깨비를 묵저라 불렀다.
검은 땅밑,
밝지 않은 곳,
묻히되 잊히지 않은 자.
끝내 사람들은 그 땅을 파 묘를 만들고
무덤 위에 또 무덤을 덮었으며
일곱 겹의 흙으로 숨을 막았다.
이름도 남기지 않았고,
비석도 세우지 않았다.
허나 칠일마다 한 번,
그 땅 아래서 묵은 숨이 올라온다고도 했다.
먼지처럼,
한숨처럼,
들리지 않는 말처럼.
그리하여 사람들은 지금도 말한다.
'남산 그늘 깊은 데,
신발이 이상하게 무거워지면
뒤돌아보지 마라.
묵저가 짐을 바꾸려는 거니라.'
---
"뭔 옛날 이야기를 들고 왔어?"
-지금 우리 상황이랑 비슷하지 않습니까?
"남산이라며. 지금 한양 도성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왜 그런 이야기를 들고 와?"
보살의 핀잔에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늙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이 멍청한 노인네야. 젊어서는 총기가 반짝반짝하더만, 그거 다 어디갔어?
"뭐야, 이 미친 노인네가?"
-지역이 중요한게 아니라 서울에 그런 설화가 있다는게 중요한거라고.
평범한 사람들이 도깨비 무덤을 만들어서 묻을 수가 있겠어?
"그럼, 나랏님이 행차하셔서 도깨비를 한양 밑에 가뒀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설화야, 설화. 내용이 어떻게 변해왔을지는 모르니 우리는 중요한 단어. 아까 뭐라했지?
키...뭐? 어 그래, 키워드. 그걸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한양에. 도깨비가. 임진왜란을 거쳐서. 역신이 되어서. 땅에 묻혔다.
이것만 봐야한다고. 이걸 모르겠어?
잘난 듯이 떠드는 자칭 도사의 말에 잊지 못할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렇게 잘 아는 놈이 내 돈으로 투자사기를 당했냐!!!"
-갑자기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아 그건 근거가 있는 이야기였다니까?
아무튼, 어떻게 생각해. 내 이야기가 허황되어보여? 악신도 아니라며? 그럼 뭐 다른거야?
"뭘 말하고 싶은데? 도깨비가 그렇게 쉽게 역신이 되나?"
-아, 이 늙은이. 진짜 순진해졌네. 임진왜란 때 일본 땡중 놈들만 건너왔을 것 같아?
그거 뭐지? 일본 무녀나... 음양사. 그렇지. 뭐 그런 일본 무당들도 건너오지 않았으리란 법이 있어?
걔네가 왕 없는 수도 정복하고서는 뭘 했겠어? 물러날 때는 뭘 했겠어?
"시끄러! 헛소리 그만하고 내 돈이나 갖고 와!"
보살은 성을 내며 전화를 끊었다.
도깨비. 역신.
말은 된다. 말은 되는데.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차사의 앞에서 제 마음대로 사라지는 혼백이 있는가.
시간을 비틀어서 사람을 데리고 노는 존재가 또 있는가.
저렇게 사람을 흉내내어 홀리고, 지하철역을 왕릉처럼 꾸미고.
맞는 말인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있었다.
"그게 도깨비면. 조선 팔도에 그걸 감당할 존재가 있긴 하나?"
---
"그러니까, 납치 정황은 있는데 수사가 이어지지 않았다고요?"
도현의 말에 유 기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묻혔다고 하네요."
"그거랑 버닝썬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유 기자가 빨대로 커피를 쪽, 하고 빨아먹고서는 답했다.
"첫째. 버닝썬 게이트로 경찰의 모든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되면서 묻혔다는 가설."
"그럴리가 있습니까? 그거랑 무슨 상관이라고."
"둘째. 관계자가 버닝썬 게이트와 엮여있는 높으신 양반이다."
"...그건 또 그럴 듯 하네."
"셋째. 버닝썬 게이트와 상관없이 수사가 진행되지 못한 경우."
"그건 어떤 경우인데요?"
"사건 담당자들이 자꾸 다른데로 발령나거나 사고를 당했데요.
그 때 언론도 수사가 아니라 지하철 안전 쪽으로 쏠렸었으니까."
"오히려 사고를 당하면 그 쪽을 파봐야하는거 아닙니까?"
"한 쪽에는 큰 사건이 터져서 정신없고. 담당자들은 계속 다쳐서 바뀌고.
언론은 관심도 없고. 심지어 피해자도 무연고이고."
"그래서 그냥 흐지부지 종결 되었다?"
유 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걸 해볼까 합니다."
"그거?"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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