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채취, 해루질 불법 행위로 환경훼손, 주민과 마찰 빚기도
‘주민 전용 매표소’ 운영, 주민과 상생할 착한소비 이뤄져야
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인천 아이 바다패스’로 인천 섬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으나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배표를 제때 구하기 힘든 데다 섬을 찾는 이용객들이 무분별하게 나물이나 해산물을 채취하면서 쓰레기만 남기고 간다는 볼멘소리다.
섬 경제를 살리고 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행된 ‘아이 바다패스’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과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 주민들, 배표 구하려고 새벽 줄서기... 싼값에 ‘노쇼’도 늘어
5월 황금연휴가 시작된 인천항에서 섬을 오가는 대부분의 항로가 매진됐다. 예년에도 5월 성수기에 많은 관광객이 섬을 찾았지만 왕복 3000원으로 크게 낮아진 배삯으로 섬 이용객이 몰렸다.
예비선을 투입해 배편을 늘렸는데도 불구하고 매진으로 배표 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3일 인천에서 백령, 대청, 소청으로 가는 3척의 여객선은 20~40여 개의 빈 좌석으로 운항했다. 배표를 예매하고 타지 않은 ‘노쇼’ 때문이다.
표를 구하기 힘들거나 날씨 악화로 결항을 예상해 한 사람이 2~3일 동안 중복 예매하는가 하면 배삯이 싸기 때문에 사전에 취소하지 않고 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용객이 몰리면서 주민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매표 창구에서 늘어난 이용객의 틈에 끼어 표를 사느라 오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인천에서 섬으로 들어갈 때면 여객선 당 50여 매로 할당된 주민 배표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옹진군 백령면 한 주민은 “섬 이용객이 몰려들면서 주민이 배표를 구하는데 더 어려워져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주민 전용 매표 창구를 운영해 불편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항에 대비해 표를 여러 차례 예매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이용객이 늘면서 주민의 이동권이 제약을 받기 때문에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빈손으로 왔다가는 관광객, 섬 지역경제 효과는 ‘글쎄’
당일치기로 섬을 찾아 잠시 들렀다 가는 여행객이 늘면서 섬 주민들과 갈등이 쌓여가고 있다.
가까운 섬은 체류 시간이 4~5시간으로 길다. 백령, 대청, 소청 등 먼 거리에 있는 서해 3도도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 정도의 머무는 시간이 있어 잠시 왔다가는 여행객도 점차 늘고 있다.
단순 이용객이 늘면서 섬 지역에 떨어뜨리는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 배낭에 식음료를 가져와 먹고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꼴이다.
섬을 찾으면서 자연의 가치를 느끼고 정주 의욕이 늘면서 장기적으로 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측면도 있겠지만 주민들은 경제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 사이에는 배삯 할인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청도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섬 물가가 육지에 비해 다소 비싼 품목도 있지만 싸고 신선한 게 많다”면서 “요즘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1박2일 왕복표를 사는 여행객으로 제한해 배삯 할인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바다, 산림 등 환경 훼손으로 깊어지는 주민과 갈등
옹진군은 5월 행락철을 맞아 섬 여행객을 대상으로 무분별한 나물 채취와 해루질 금지 캠페인을 벌였다.
캠페인을 통해 ▲불법쓰레기 투기 근절 ▲지역경제 살리기 ▲불법임산물 채취 금지 ▲불법해루질 금지 등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섬 인심이 왜 이렇게 야박하냐”는 식으로 막무가내다. 몸싸움까지 번질 수 있는 분위기지만 애써 외면하면서 행정당국의 강력한 대책을 바랄 뿐이다.
최근에는 백령도에 노숙자가 배를 타고 들어와 터미널에서 머물면서 오물을 배출하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황준철 연평면장은 “인천 아이 바다패스의 시행과 함께 연평을 찾는 관광객이 증가한 만큼 주민들의 주요 생업 현장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시 찾고 싶은 연평을 만들기 위해 관광객과 지역 주민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 착한 소비와 배려로 ‘관광객-주민’ 상생 구조 만들어야
섬을 찾는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주민과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착한 소비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이 바다패스’ 시행이 따른 세밀한 모니터링을 거쳐 대안 마련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섬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용객들의 태도 변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이 섬에서 소비하면 품질과 서비스 질이 개선되고,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재소비하는 착한 소비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게 주민과 관광객의 윈윈 전략으로 꼽힌다.
옹진의 ‘맛있는 섬이야기’를 쓴 김용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섬마다 특색있는 맛과 멋이 어우러져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면서 “관광객들이 섬에서 소비하고 주민들이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선순환 경제구조의 착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