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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전송오류없음

Kassi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12 21:32:06
조회 2264 추천 88 댓글 13
														



신체 전송기 개발이 본격화된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생각보다 이론은 간단했다.


원자 하나하나를 복사하여 목적지로 보내고, 수신 장치에서 그것을 정확히 재구성한다.


이는 정신, 기억, 심지어 미세한 흉터까지 완벽히 복제할 수 있다고 설명되었다.


정부는 수없이 반복되는 테스트 끝에 전송 오류율 0%를 공식 발표했고, 인류는 새로운 교통 혁명을 맞이했다.


출근길에 몸을 통째로 전송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어느 날, 비행기 티켓이 없어 급히 전송기를 택했다.


실제로 단 한 번도 이용해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 터미널 안에 들어섰을 때는 제법 긴장해 있었다.


터미널 안은 조용했고, 오퍼레이터는 안심하라는 말과 함께 웃으며 응대했다.


"전송 오류율 제로입니다. 전 세계 어디로든 3초면 도착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금속 문이 닫히고, 기계음이 울린다.


'분해 중…' 


화면에 붉은 글자가 떠오르고 난 눈을 감았다.


찰나의 순간, 전신을 타고 흐르는 날카로운 전기 자극.


몸이 사라지며 나란히 기억마저 흩어졌다.


그리고 도착.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목적지 터미널에 서 있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았고, 한껏 긴장해 있느라 박동하던 심장소리를 들었다.


모두 예상대로였다. 그렇다고 믿었다.


그날 밤, 꿈을 꾸었다.


터미널 안, 분해 단계에서 멈춘 내 몸을 본다.


전송이 끝났는데도 캡슐 속 원본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오퍼레이터가 당황하며 다급히 경고등을 끄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내 '원래'의 몸을 향해, 


오퍼레이터 뒤에 서 있던 감독관이 굳게 입을 다문 채 무언가를 속삭인다.


"전송된 대상은 동일합니다. 원본은 처리하시면 됩니다."


꿈속에서 그 말이 얼마나 반복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깼고, 심장박동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하지만 애써 자문했다.


꿈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계속 마음 한편이 시끄러웠다.


나는 지금... 원본일까, 아니면 복제일까?


며칠 후, 다시 전송기를 사용할 일이 생겼다.


망설임 끝에 나는 오퍼레이터에게 농담처럼 물었다.


"원본은, 어떻게 처리하는 겁니까?"


오퍼레이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원본은 그대로 전송됩니다."


그러면서도 그의 손끝이 모니터의 숨겨진 버튼 위를 스치는 모습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눈길이 순간적으로 화면에 닿았다.


짧은 시간 동안 흘러가는 시스템 로그.


[분해 완료]


[전송 성공]


[원본 처리 대기 중]


나는 눈을 감고 모르는 척했다.


지금까지도 나는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밥을 먹고 숨을 쉬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웃고 울기도 한다.


다만 가끔씩, 거울 속 얼굴이 나를 비웃는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얼굴이,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나는 원본이었어."


나는 오늘 또다시 전송 터미널에 선다.


이번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의지와는 다르게 발걸음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기계의 입이 천천히 열리고, 나를 삼킬 준비를 한다.


속삭임이 귓가에 울린다.


내가 원본인지 복제인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어차피 전송 오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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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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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21.125)

    오..

    04.12 21:54:40
  • nimkoes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sf는 이렇게 쓰는 거구나 - dc App

    04.12 21:56:19
  • ㅇㅇ(121.134)

    나를 완벽히 분해한후 똑같이 복제한 무언가는 나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주네....
    카툰-연재 갤러리에서 본 "도플갱어"라는 작품이 이 주제를 엄청 잘 녹여냄.
    이거 재밌게 봤다면 무조건 봐보셈 - dc App

    04.12 22:34:29
    • ㅇㅇ(219.248)

      고맙다 너 덕에 잘봤다 - dc App

      04.30 03:12:28
  • 오라랑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이건 미식이네요

    04.12 23:28:34
  • 지나가던고양이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현재 실제 존재하는 순간이동 기술이나 구상중인 사람의 순간이동도 이런 방식이니깐 그걸 참고했나보네. 익숙한 소재인데도 깔끔하게 잘썼다

    04.13 01:58:27
  • ㅇㅇ(218.147)

    원자단위까지 같으면 같다고 해도 무방할정도의 스케일인데 ㅋㅋ

    04.13 12:16:32
  • ㅇㅇ(14.55)

    쏘ㅡㅡㅡ마

    04.13 12:27:24
  • ㅇㅇ(211.234)

    영화 프레스티지가 비슷한 내용입니다 안보신분들 강추드려요 - dc App

    04.13 18:16:53
  • 스틸콜드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SOMA같다

    04.14 00:05:09
  • ㅇㅇ(125.137)

    나와 타인을 구분하는 건 경험이 아닐까
    이 세상에 나랑 원자단위로 구성이 일치하는 사람이 있어도 감각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은 경험에 차이가 생겨서 타인이 될 수밖에 없음
    만약 전송 즉시 원본이 파기되면 모든 경험이 공유된 거니 원본과 전송된 나는 동일인물이라고 볼 수 있고 전송과 파기 사이에 텀이 생기면 그때는 원본과 전송된 나는 타인인 거임

    04.14 02:22:03
  • 칼퇴전문가. 갤로그로 이동합니다.

    재밌다

    04.14 09:53:28
  • ㅇㅇ(210.110)

    복제는 복제일 뿐

    04.15 00:43:2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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